요리는 감이여 - 충청도 할매들의 한평생 손맛 이야기
51명의 충청도 할매들 지음 / 창비교육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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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감이여」는 충청남도 교육청 평생 교육원에서 진행한 ‘세대 공감 인생 레시피’ 프로그램을 통해 완성된 책이라 한다. 한글을 배우시는 할머니들께서 요리법을 쓰시고, 청소년들이 그림을 그리고, 봉사자와 사서들이 채록을 하였다.

 

1부 김치와 장아찌, 2부 국, 찌개와 반찬, 3부 요리, 4부 간식으로 소개된 요리들은 익숙한 미역국부터 생소한 올망개묵까지 다채롭다. 즉석식품과 냉동식품으로 맛이 규격화되고 유명 요리연구가와 방송인의 레시피로 조리법이 통일되는 요즘, 눈대중과 감으로 하는 할머님들의 요리는 제각기 다른 할머님들의 손글씨처럼 읽는 것만으로 특별한 맛이 느껴진다.

 

할머님들과 젊은 세대가 질문하고 답하는 책 말미의 ‘할머니 요리어 사전’에서 자연스럽게 세대 간 소통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청소년, 장년, 중년, 노년에 걸친 여러 세대가 참여하여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서로의 재능을 함께 나눈 것이 이 책이 특별한 이유라 생각된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함께 한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졌다.

 

할머님들의 맛깔스러운 손맛 이야기만큼이나 한평생 이야기도 담담하게 씌었지만 젊은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전쟁과 궁핍한 시대를 살아내신 생생한 교훈이기 때문에 울림이 있다.

 

나이 먹고 아프고 나서야 내가 나를 위하지 않으면 나를 위해 줄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를 위해 살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p.140)

 

잘은 몰러두 식당서 손님들 반찬으로 호박지짐이 내놨을 때 많이 없어지면 맛있는 거여.(p.169)

 

보행기 끌고서 둑방 길 따라 꽃도 보고, 바람도 쐬며 신나게 다닌다. 이제는 책도 읽고 마음속에 담은 말을 글로 쓸 줄도 알게 되어 행복하다. 가끔 상도 타는데 그러면 기분이 좋아서 대문 앞에 들어서면서부터 자랑한다. 나는 선생님, 자식들에게 편지도 쓸 줄 아는 멋쟁이 엄마다.(p.172)

 

몸이 여기저기 고장 나고 아픈 곳이 많아서 침도 맞고 주사도 맞고 병원도 다니지만 막내딸이 사 준 유모차를 끌고서 학교는 꼭 나온다. 시험을 봐서 빵점을 맞아도 공부하러 오면 즐겁다. 인생길 걸어 보니 첫째 중요한 것이 건강이고, 둘째 중요한 것이 공부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학교에 다니고 싶다.(p.198)

 

미슐랭 가이드의 별점은 아니지만 정철임 할머님만의 음식 평가는 재미있고 믿음이 간다. ‘빵점을 맞아도 공부하러 오면 즐겁다’는 우종순 할머님의 말씀이 어쩌면 학생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1933년생 87세 우종순 할머님과 이야기를 나눈다면, 영원히 건강하게 공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공부를 할 수 없는 환경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공부와 학교를 다르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이 다른 세대와 소통하는 즐거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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