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은 학문이 될 수 있을까?

 

시중에 수많은 서평집과 서평 쓰기를 소개한 책들이 나와 있지만, 서평을 학문의 차원에서 소개한 책은 기억에 없었다. 그런 까닭에 평소 읽지 않던 종류의 책이지만, 올해 초에 이 책이 출판되었을 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이 책을 접하면서 같은 기회에 비교적 최근에 나온 또 다른 서평에 관한 책, 북바이북에서 나온 《서평 글쓰기 특강》(2015)과 유유에서 나온 《서평 쓰는 법》(2016)도 차례로 읽어보았다.

 

단순한 글쓰기 방법론만으로 학문의 지위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학문은 일정한 지식체계를 구축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서평을 학문의 지위로 고양시키기 위해 그 논의의 대상을 넓히려는 저자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書評은 문자 그대로는 책을 평가하는 하나의 형식이기 때문에 '책'과 그것과 인접한 제문제를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는 있다. 그래서 책과 출판의 재개념화를 논의하는 것도, 저작권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독서력 증진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책의 전반적인 구성을 살펴보면 서평학이라는 하나의 체계를 이룬다기 보다는, 일정한 체계를 이루고 있는 여러 덩이들, 즉 독립적인 출판론과 독서론을 서평론 앞에 붙여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저자의 논문 몇 개를 앞뒤에 붙여 놓은 탓에 하나의 체계로 융합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전반적인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아쉬운 가운데, 다만 책과 출판의 재개념화를 논의한 글과 중간중간 소개한 일부 평론가의 글들은 읽어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서평 쓰기 책들은 대체적으로 서평의 개념 정의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공통적으로 독후감과 서평을 구분하고, 서평과 비평을 구분하며, 다시 서평 안에서 글쓰기 특징에 따라 그 종류를 몇 갈래로 나누고 있다. 우선 독후감과의 비교에서, 《서평 쓰는 법》은 정서적 반응과 논리적 반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위 세 권의 책 모두 독후감과 달리 서평은 나와 글 외부에 제3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전제한다는 점과 제3자와의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대체로 합치하는 듯하다. 이것을 '독자에 닿는 글쓰기'라든지 일방적·관계적 혹은 주관적·객관적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다. 글의 갈래는 무지개 색을 구분하듯 그 경계의 이쪽저쪽을 확정짓기 곤란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특히 경계지점에 인접할수록, 외부의 제3자를 상정하고 글쓰기에 임한다면 같은 글을 두 번 써봐도 방향은 분명 달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서평과 비평 구분에 있어서는, 《서평 글쓰기 특강》의 저자는 단계적 글쓰기 정도의 차이로 바라보는 반면, 《서평 쓰는 법》의 저자(이원석)은 양자를 좀 더 체계적으로 구분한다. 객관적 서평쓰기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위의 두 책 모두 다치바나 다카시와 로쟈 이현우의 글들을 예시로 소개하는데, 뒤의 책(이원석)은 로쟈의 서평/비평 구분론을 소개하면서 그와 다른 자신의 구분론을 소개한다. 즉 로쟈는 서평과 비평을 독립적 갈래의 글로 보는 반면, 이원석은 마치 경수필/중수필의 구분과 같이 광의의 서평 안에서 비평(중서평)과 협의의 서평(경서평)으로 나눈다고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처음의 책 《서평의 이론과 실제》에서는 서평의 종류를 서술적 서평, 비판적 서평 및 해설적 서평으로 나누고 있는데, 이와 같은 구분들은 종국적으로 비평 비중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서평의 글쓰기에서 과도한 비평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자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비평을 서평에서 접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누군가 두 책을 읽어본다면 《서평 글쓰기 특강》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받을 만하고, 《서평 쓰는 법》은 영감을 얻을 만하다고 소개할 수 있을 듯하다. 아울러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작가와 평론가의 글들을 우연히 얻어간다는 점이 이 책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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