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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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4부작의 제2권《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정서가 두려움이었다면, 제3권《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를 관통하는 정서는 불안감이다. 결혼에 대한 불안감, 임신과 출산에 대한 불안감, 작가로서의 성공에 대한 불안감, 성에 대한 불안감, 정체성에 대한 불안감, 살아온 삶과 살아갈 삶에 대한 불안감. 그러나 이런 불안감은 자아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사유하는 레누에게 원동력이 된다."


불안과 두려움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두려움은 보다 원초적이고 근원적이며, 이것은 결코 부정적이거나 나약하고 비겁한 감정이 아니다. 두려움을 정확히 직시하고 반응했을 때 비로소 다양한 감정이 파생되어 나온다. 엘레나는 언제나 두려움을 외면하거나 방치하지 않았고 스스로의 복잡하고 모순적인 감정에 충실했다. 나이의 변화에 따라 그녀의 내적 사유는 깊어지고 외연은 확장된다.  20대 후반, 결혼과 출산 및 사회적 성공을 거치면서 그녀가 맞닥뜨린 두려움과 고뇌는 당시 정치적·사회적 환경과 더욱 밀착되었다. 반전운동이나 노동운동, 여성해방 같은 사회현상들 속에서 그녀는 갈등과 방황을 거쳐 어떤 결론에 다다른다. 이것은 릴라의 '경계의 해체' 만큼이나 정체성의 중요한 변화였다.


"나는 자꾸만 내 자신을 릴라와 일치시키려 했다. 릴라에게서 분리되려고 할 때마다 불구가 되는 것 같았다. 릴라가 없으면 생각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릴라 없이는 내 생각에 확신이 생기지 않았고 어떠한 그림도 그려지지 않았다. 나는 릴라와 분리된 내 모습을 받아들여야 했다. 해답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던 엘레나가 처음으로 자신의 욕망과 의지에 따라 내린 결정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실비아의 아기가 사랑스러웠고 책임감을 느꼈을 때, 그 아이가 엘레나의 품에서 안정감을 느꼈을 때 빠져나갈 수 없는, 끊어낼 수 없는 인연이 기다리고 있음을 직감했는데 안타깝게도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 결정이 의지에 따른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회피에 불과했는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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