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 - 이제는 알아야 할 지방재정 이야기
김태일.좋은예산센터 지음 / 코난북스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선 재밌는 이야기 먼저 소개할까요? 지방자치법 제2조는 지자체 유형을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로 구분하고 있는데, 광역자치단체로는 1특별시, 6광역시(인천· 대전·대구·부산· 광주·울산), 1특별자치시(세종), 8도, 1특별자치도(제주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서울을 특별시라고 부를까요. 저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수도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순전히 우연의 산물이더군요. 광복 직후 미군정청에서는 일제시대의 경성부라는 명칭을 사용하다가, 광복 1주년을 맞이해 경성부를 서울시로 개칭하고 경기도에서 분리했는데, 이때 영어 명칭이 'Seoul independent city'였다고 합니다. 이 명칭을 번역해야 했던 담당 공무원 머릿속에는 '독립'이라는 단어가 들어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서울독립시라면 상당히 어색할 뿐만 아니라 당시가 일제로부터 독립했을 당시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 의미가 특별했을 수밖에 없었겠지요. 고심 끝에 그 공무원은 '특별자유'로 의역했다고 합니다. 서울특별자유시는 이후 1949년 지방자치법에 따라 '서울특별시'로 최종 변경되었습니다. 이처럼 순전히 우연의 산물인 특별시라는 명칭은 왠지 특별해 보여서인지 부산도 특별시로 해달라는 요구가 상당히 오랜기간 지속되었다더군요. 재미 있나요? 없나요? 암튼 책 소개를 본격적으로...

 

 

 

 

 

'대체 지방자치를 해서 좋아진게 뭐가 있어?' 저자가 대학 은사님과 식사하던 중 받았던 질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분이 지방자치제도를 부정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은 아닙니다. 흔히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지방자치제도는 왜 시행되어야 하는걸까요? 가장 간단하게 대답하려면 헌법에 기대면 되겠지요.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에 규정되어 있거든요. 하지만 이것이 본질적인 해답은 아니겠지요. 아마 지방자치제도의 가치와 장점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겁니다. 일반적으로는 정치적 기능의 측면에서 지방자치제도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구현토록 한다고 설명을 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른바 '풀뿌리 민주주의'를 떠올리는데, 이것은 지방자치 유형 가운데 '주민자치'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우리 지방자치 형태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상 자치단체의 보장은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를 포괄하는 것'이라고 하고, 학계에서도 단체자치형을 주로 하고 주민자치형이 보완된 혼합형태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공법인인 지역단체가 그 지역의 행정사무를 자주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하고, 후자는 지역의 주민이 그 지역 내의 행정사무를 스스로 처리하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가 자치단체를 '풀뿌리 민주주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면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지는 점이 분명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점은 단체자치의 측면에서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지역주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데 초점을 맞춰야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같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무슨 지방자치냐'라든지 '우리는 아직 지방자치를 할 형편이 아니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이것은 궁극적으로는 경제적 효율성 측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과연 지방자치제도가 본질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일까요? 이것에 대해 말하기 전에 생각할 것이, 만약 역사적으로 어떤 제도가 형편에 맞지 않는다거나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시행이 미루어져왔다면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개인적인 상상으론 아마 보통선거가 아닌 제한선거, 평등선거가 아닌 차등선거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이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듯, 제도라는 것도 시행과 동시에 완전하고 안정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아닌 충분히 경험하고 보완하고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기 시작한 1991년 이래로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지 20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능숙한 정도로 체득하지 못한 상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그 이전 수십년간 행정능률주의에 더 익숙해왔기 때문이겠지요.

아무튼 저자는 책 서두에서 지방자치가 본래는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주장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효율적이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데, 전자와 관련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수요에 민감해진다는 점, 지방정부 간의 경쟁이 존재한다는 점, 정책의 실험과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 등을 소개하고, 후자와 관련해서는 '주인-대리인 이론', 지역의 이익과 국가 전체의 이익이 같지 않다는 점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편 책을 읽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부분이 참 많습니다. 인천, 성남, 용인, 태백 등의 재정위기에 관한 원인과 경과에 대해서도 상당한 양을 할애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이론적이고 원론적인 설명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산업사회에서 현대 복지사회로 넘어오면서 세계화, 정보화와 함께 지방화(분권화)는 피할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되었습니다. 다니엘 벨(1919-2011)이라는 사회학자가 "국가는 삶의 큰 문제를 다루기에는 너무 작고 작은 문제를 다루기에는 너무 크다."라는 말을 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지방화를 상징하는 표현이지요. 실제로 국가가 실행해야 할 수많은 정책들이 위임사무로서 지방정부가 대행하고 있는데, 그 비중이 상당히 높고 많은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복잡한 관계가 얽히고 있습니다. 아무튼 단순히 민주주의 실현이라든지 혹은 반대로 우리에게 불필요한 제도라는 등의 차원을 넘어서 어떻게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지 관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겠습니다.

 

일반 교양서적으로서의 지방자치 관련 도서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비교적 최근에 출판된 이 책이 대중에게 상당히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방정부의 구조,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역할을 비롯해서 지방재정의 구성과 규모, 일상생활에 밀접한 세금 이야기, 중앙정부와의 관계에서 문제되는 보조금과 교부금 사정 등에 관한 이해를 충족시켜주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