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
유영규 지음 / 알마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수사기법이나 심리학적 측면에 대한 기대를 하고 책을 구입 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기대감에는 조금 미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다양한 일화를 소개하는 정도의 구성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만큼 어려울 수 있는 과학수사를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가끔 같은 사건을 다루는 기사를 보더라도 어떤 기사는 일목요연하게 사건이 한 눈에 들어오는가 하면, 또 다른 기사는 몇 번을 읽어도 사건을 파악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이 책에 담겨져 있는 많은 사건들은 정확하고 쉽게 파악이 가능하도록 소개되어 있고, 필요한 경우 좀 더 전문적인 용어나 수사기법 등이 적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베테랑 기자다운 정확한 정보전달력을 느낄 수 있다.

 

가장 무서웠던 사건은 부인을 살해하고 토막내어 여기 저기에 유기했는데 머리를 집에 보관했던 사건이다. 무섭지 않았느냐는 형사의 질문에 잘 지내느냐 묻기도 하고 미안하다 말을 건네기도 했단다. 생각만해도 머리칼이 삐죽 선다.

 

흥미로운 사건도 많았지만 거짓말 이면의 심리적 표출에 관심이 간다.

 

"볼 수 있는 눈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인간이 비밀을 간직하기란 참 어렵다. 만일 어떤 내용을 발설하지 않으려고 입술을 굳게 다문다고 해도 그의 손가락 끝으로 말을 내뱉고 각각의 땀구멍으로 비밀을 누설시킬 것이다." -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예를 들어 청문회 관련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코끝을 계속 만진다든지 입술을 안쪽으로 오므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거짓말을 하면 불안해지고 혈압이 올라가 코가 간지러워지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피노키오 효과'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낙후된 법의곤충학 분야라든지 검시제도 정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CSI와 같은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고 인기를 얻을수록 수사는 어려워진다. 일반인의 법의학 상식을 마구 늘려주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남기는 흔적도 갈수록 희미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는 미세 증거물이 남을 수밖에 없고, 또한 이것을 밝혀내기 위한 과학수사기법도 발전하고 있다. 이것도 일종의 토인비가 말한 '도전과 응전'의 법칙이 아니겠는가.

 

아무래도 원하는게 많았던 모양인지 무언가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을 숨길 수 없다. 마치 '미리보기' 혹은 '맛보기'만 보고 끝낸듯한...수사기법 등이 좀 더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소개되었다면 더 없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읽을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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