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단논법과 법학방법
양천수 지음 / 박영사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익히 아는, 전통적인 형식논리학에서의 연역모델인 삼단논법을 법적 추론과정에 적용한 것을 ‘법적 삼단논법’이라 한다. 법적 삼단논법이라 해서 전통적인 형식논리학에서의 삼단논법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대강 법규범을 탐색하고 구체화하는 단계와 법적 분쟁의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단계, 마지막으로 적용하고 포섭하는 단계를 대응해보면 일단은 충분할 것이다. 법적 추론의 기본모델로서 삼단논법은 학부시절부터 법실증주의의 교리 아래 뿌리 깊게 체화되어 특별히 이 추론모델을 언급하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이미 반세기 전에 전통적인 법학방법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등장한 ‘법해석학’이나 ‘법적 논증이론’ 등이 법적 삼단논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런 비판론은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도 많지는 않지만 조금씩 소개되어 왔다. 예컨대, 단행본으로 번역돼 출간된 카우프만의 <법철학>(김영환 역)이라든지 알렉시의 <법적 논증 이론>(변종필 등 역), 노이만의 <법과 논증이론>(윤재왕 역), 젤만의 <법철학>(윤재왕 역) 등에서 모두 그와 같은 논의를 담고 있고,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저술한 책들, 이를테면 <법학방법론>(남기윤 저)이라든지 <법해석학>(양창수 저)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비판점 가운데 하나가 법적 삼단논법은 곧 ‘순환논법’이라는 점이다. 특히 노이만은 법적 삼단논법을 가리켜 “당연한 내용의 반복과 자의를 섞어 놓은 것에 불과한 것”이라 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도식을 그려 설명하면 간단한데, 간략하게 말하자면 “전칭명제는 단칭명제를 근거짓는 것이 아니라, 반복해서 주장할 뿐”이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결론을 정해놓고 법리를 구성하는 것’을 부추길 수도 있는 모델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판결에 대해 이런 말이 왜 나올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 문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인 양천수 교수님은 개별 논문에서 법적 삼단논법을 비판했다. 그래서 법적 삼단논법을 소개하는 이 책을 저술한 배경에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두 가지 이유가 아닐까 싶다. 첫째, 아무리 비판을 받는다고 해도 이 연역적 추론모델이 그 기능을 완전하게 상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둘째, 비판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 내지 토대가 되는 법적 삼단논법을 더욱 분명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대강의 추론 단계를 배웠을 뿐이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배운 적이 없다. 이 책에서는 사실확정하는 과정과 법규범을 탐색하고 해석하는 과정, 그 결과 사안에 적용하는 과정을 보다 밀도 높게 소개하고 있다. 나와는 상관 없지만, 말미에 답안작성법도 소개한 걸 보면 로스쿨 교재용으로도 염두에 두신 것 같다.

개인적으론 법학방법의 기초이론을 소개한 챕터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역사법학’의 상징인 사비니를 소개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사비니가 역사법학을 주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체계적 방법론을 사용한 점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이 두 방법론은 얼핏 모순되는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저자의 해석이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암튼, 누구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