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 - 어슬렁어슬렁 누비고 다닌 미술 여행기
류동현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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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행 에세이다. 어느 장르의 책이든 일정 부분 마찬가지겠지만, 에세이만큼 저자의 삶의 궤적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장르도 없을 것이다. 글을 쓰게 된 동기나 주제 따위에 그것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니, 어릴 적에 본 <인디아나 존스>에 영향을 받아 고고미술사학과에 진학한, 그럴법한 이야기로 저자소개를 시작한다. 이후 미술 관련된 일을 하면서 예술과 문화, 고고학에 대한 저술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데, DSLR 입문서를 쓴 이력이 눈에 띄었다. 이번에 출간한 책에 실린 많은 이탈리아 풍경 사진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처음 풍경과 예술 사진이 어우러진 이미지 중심의 구성을 구상했으나, 이탈리아 예술의 폭과 깊이는 결국 에세이로 풀어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정도면 책의 컨셉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베네치아와 밀라노, 피렌체, 나폴리, 시칠리아 여섯 도시, 6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주변의 작은 도시들로 작은 목차를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1부에서는 베네치아와 그 주변의 파도바, 베로나, 라벤나와 같은 도시를 소개한다. 저자가 어떤 도시를 방문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어떤 영화나 미술작품의 배경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던지, 어느 미술관이나 건축물을, 혹은 어떤 공연을 보려 했다던지. 그래서 도시 여행기의 절반은 연관이 깊은 영화나 회화, 건축물 등의 소개와 함께 직접 그 장소를 둘러본 단상이고, 또 절반은 풍경과 예술 사진이다. 에세이 사이사이에 관련 사진을 배치하는 건 어땠을까도 싶은데, 이야기는 도시별로 매듭을 짓기 때문에 글과 사진을 연결지어 보기에 아주 불편한 것은 아니다.

 

3부에서 소개하는 피렌체는 저자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사랑하는 도시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3부에서 함께 소개하는 도시, 루카, 산미니아토, 볼테라, 산지미냐노, 시에나, 아레초, 몬테풀차노 등등 그 숫자가 월등하게 많다. 이 작품이 이 도시와 이렇게 매칭이 되는구나 싶을 정도로 생소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저자가 피렌체에 애정을 갖게된 계기는, 어쩌면 너무 진부할 수도 있는데,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보면서 그 풍경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누구라도 이 영화를 보며 피렌체의 두오모,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에 오르고 싶은 로망이 솟아날 것이다. 피렌체 두오모에 올라 그 음악을 들으면 어떤 느낌일까.

 

어떤 영화나 소설, 예술작품을 보면서 그 배경이 되는 장소에 가보고 싶다고 느끼고, 또 그 장소에 직접 방문해서는 작품을 감상했을 때의 생각들이나 감정들을 떠올려보는 것은 꽤 좋은 여행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공간에 나의 경험과 감정이 녹아들 때 장소로 발전한다 했던가. 그러고보면 여행이란 것은 단순히 맛있는 것을 먹고 쇼핑하고 사진을 찍는 것 이상으로 복합적인 작용을 일으키는 행위임에 틀림 없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서로 다른 풍경 속에서도 하나의 이야기가 나오고 하나의 풍경 속에서도 수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프롤로그 중에서)

 

몇 가지 영화와 또 몇 가지 소설이 보고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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