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나무 - 북유럽 스타일로 장작을 패고 쌓고 말리는 법
라르스 뮈팅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동아시아에서 목조 건축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사정을 보면 선인(先人)들은 나무에 어떤 특별한 감수성을 지녔던 모양이다. 명나라의 유명한 정원 설계자인 계성은 그의 저서 《원야》(園冶)에서, "1,000년 지속하는 집을 지을 수는 있다. 그러나 100년 후에 누가 살게 될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조화를 이룬 한정한 집에, 이를 감싸는 즐겁고 안락한 장소를 만들면 충분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그들의 감수성이 어디서 발현되었는지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나무는 단단하면서도 부드럽고 자연스러우면서도 방향성이 있으며 향기를 내뿜는 물성을 지녔다. 이와 같은 물성은 여전히 현대인들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조금은 자유로운 형태의 원목 가구들, 식탁이나 책상 및 의자, 책장, 서랍장, 선반 따위는 인테리어로써 일품이다. 


북유럽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나무 감수성은 생존 본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적으면 오들오들 떨 것이요, 너무 적으면 목숨을 잃을 것이다.'는 하나의 문장에 그들의 문화가 함축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물론 근대 이후에도 수천 년 전과 같이 생존을 위하여 장작을 패고 말리고 쌓아야 했던 것은 아니었다. 전후(戰後) 라디에이터의 광범위한 보급은 불이 꺼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지키기와 땔나무를 가지러 뻔질나기 나뭇간 들락거리기, 굴뚝 청소하기 따위의 고통을 해방시켜주었다. 이 시기 땔나무 판매량이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것었던 사정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노르웨이와 덴마크의 땔나무 소비량은 1976년의 열 배에 이른다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장작불이 다시 귀환한 까닭은 무엇일까.

​여러모로 흥미로운 책이다. 얼핏 장작패기와 말리기, 그리고 장작쌓기 매뉴얼을 정리한 실용서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나무 종류에 따라 어떤 특성을 지니는지나 어떤 장비를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하는지, 수분 함량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장작을 어떻게 쌓는지, 난로의 종류와 기능 따위는 상대적으로 온난한 기후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다지 중요한 사정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북유럽인들이 변함없이 애착을 갖는 땔나무의 문화가 갓 벤 나무의 냄새처럼 은은하게 배어 있다. 무엇보다도 나무의 질감을 주는 하드커버와 책에 실린 사진들만 보아도 마음이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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