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뒤흔드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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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 히토나리의 편지
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5월
평점 :
냉정과 열정사이, 사랑 후에 오는것들, 다음으로 읽는 츠지 히토나리의 세번째 책. 편지 ♥
여든 여덟의 내가
p.151
-아흔의 당신에게 쓰는 편지 中-
노여움이 애정이란 걸 내게 가르쳐준 건 기억입니다. 그리고 시간입니다. 역사라고 해도 되겠지요. 그리고 당신입니다.
당신은 마치 언덕 위에 우뚝 서 있는 나무 같습니다. 나는 그런 당신을 넘어뜨리려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이 싸움은 보편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결론은 나무의 승리였습니다.
왜냐하면, 나무는 그만큼 대지에 깊이 뿔리 내리고 있었고, 또 그만큼 유연하게 흔들어줬기 때문입니다.
내가 바람을 멈추면, 당신도 흔들기를 그만두로 똑바로 섭니다. 우리의 본래 모습이 거기에 있습니다. 당신이 크게 흔들렸던건 내가 거세게 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강풍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당연히 당신도 흔들리지 않았겠지요.
나는 화가 날 때 마다 당신을 흔들고 그 잎을 모두 떨어뜨려 놓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계절처럼 인생이 바뀔 때마다 금방 파란 싹을 다시 피워보였습니다.
승리나 패배란 것이 두사람 사이에는 없습니다. 거짓 같은 감사나 그때만의 찬사는 필요 없겠지요. 분명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였습니다. 거기에 당신이 우뚝 서 있는 것 그 자체가 내게는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65년이란 세월이 걸려 그것을 알게 해준 것도 역시 당신이었습니다. 아니오, 65년이란 세월이 있었기에 나는 이제 겨우 조금 알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조금만 더 나는 당신을 흔들고 싶습니다. 나는 산들바람입니다. 부드럽게 산들거리는 바람으로 있고 싶습니다. 당신이 올해도 푸른 잎을 잔뜩 피울것을 기대하면서...
편지 쓰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쓰는 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점차 인터넷과 통신수단이 발달하면서, 간편한 E-mail 이나 휴대폰을 통해 사람들과 연락하다 보면,
어쩌면 편지는 번거롭고 귀찮은 수단 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활에서도 아직 편지가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것은...
그런 발달 속에서도 우리에게 아직은 편지와 같은 정성이 담긴 따뜻함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점차, 생일이나 중요한 날에 ...
간단히 싸이 방명록이나 이 메일로 받는 축하보다..
정성스레 쓰인 편지가 더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건.. 나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