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일기 - 광장 밖 호모 비정규니언스에 관한 기록
조성주 지음 / 꽃핀자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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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사를 보니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 서울대생들이 9급 공무원 시험을 본다는 기사가 떠 있었습니다.

돈보다 저녁이 여유있는 삶을 택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한편으로 이것 조차 사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9급 공무원 월급으로 맞벌이가 아닌 다음에야 서울에서 집 한칸 마련해서 사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맞벌이를 한다면 아마 저녁이 있는 삶은 말짱 꽝이 될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콧웃음을 치다가 문득 ...'내가 너무 찌들어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삶이 요즘 이렇구나' 싶어 쓴웃음이 지어집니다.


과연 전태일 열사가 분신을 했던 그 때와 많이 달라졌을까요?

물론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찌들어 살고, 불평등과 불공정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회사 다니는 신랑은 회사에서 짤릴까봐 6시 반에 출근해서 8시 반에 퇴그나고 주말도 없습니다.

맞벌이하는 부모를 둔 아들은 엄마보다 더 긴시간을 어린이집에서 보냅니다.

그렇게 벌어서 월급을 받으면 은행에서 홀랑 가져가 버립니다.

그리고 "난 왜이렇게 가난하지"라고 한숨을 내쉽니다.


청춘일기는 이러한 삶을 살아가는 청춘, 혹은 약자들을 위한 책입니다.

(생각해보니 아이러니한것이 언제부터 청춘이 사회적 약자를 상징하는 말이 되어 버렸는지..

 흔들리고, 방황하고, 힘들고 , 불안함이 청춘의 수식어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 슬픕니다)

돈이 없어 아르바이트에 전전긍긍하는 대학생들.

빚을 내 사업을 하지만 사업인지 뭔지 모를 일을 하는 사람들.

빚독촉에 시달리는 사람들. 신용불량자들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

투표할 시간이 없어 투표할 수 없는 사람들.

이런 사회 문제들을 일상적인 에피소드 형식으로 집어 냅니다.


그러나 이 책은 결코 자조하지 한숨쉬지 않고 비관적이지도 않습니다.

상당히 담백하게 사회 문제들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이런 사회로부터 등 돌리지말고 직면하자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기에 읽는 동안 불편감 없이, 자조석인 한숨 없이. 그저 맞아 맞아 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안다고 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모른다면 변화의 가능성은 제로인 것입니다.

 이 책은.. 그래서 이런 현실을 모두 알고 있자고 제안하고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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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된 팔만 개의 나무 글자 - 팔만대장경이 들려주는 고려 시대 이야기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는 한국사 그림책 5
김해등 지음, 이용규 그림 / 개암나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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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제대로 배우는 한국사 그림책" 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책은 팔만 대장경의 입을 빌려 고려 시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입니다.


사실 팔만대장경은 어린 시절부터 귀에 딱지가 않을 정도로 들어왔던 터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기에 더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가 알고 있는것이라고는 "고려시대 몽고의 침입을 부처님의 힘을 빌려 물리치기 위해 대장경을 나무에 세겼다"정도의 국사책에서 설명해 주는 내용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냥 잘 안다고 생각하고 한번도 자세히 들여다 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이 책은 팔만대장경이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 입니다.

700살이 넘은 팔만대장경은 자신이 태어난 고려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들려줍니다. 거란의 침입 당시 초조대장경을 만들면서 백성의 뜻을 하나로 모으고, 그 힘으로 거란을 물리친 고려인들은 몽고의 침입에 다시 한번 부처님의 힘을 빌리고자 나무에 대장경을 세기기 시작합니다. 나무를 잘라 말려 강화도로 옮기고, 옮긴 나무를 바닷물에 담구었다가 삶아 말라기를 반복하여 뒤틀림 없는 상태를 만든 후 한자 한자 글자를 세깁니다. 8만개의 장경에 새겨진 글자는 대략 5200만 자라고 하니... 16년 동안 이를 완성하는데 들인 피와 땀와 염원은 고려를 살리고도 남지 않았을까요..


물론 역사는 그렇게 뜻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고려는 망하고 조선이 들어서 임진왜란이라는 풍파를 겪고, 조선이 망하고 대한민국에 들어선 후에는 6.25라는 전쟁으로 전소의 위기에 처하지만 꿋꿋하게 잘 버텨닙니다.


그리고 지금은 당당히 유네스코 기록 유산에 등록이 되었지요.


글자가 세겨진 목판이.. 800여년을 그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 이러한 유산의 가치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흘려 버리는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외우고 머릿속에 넣을 생각만 하니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우리 땅을 지켜왔는지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이지요. 어린 시절부터 유산에 대한 관심을 심어준다면 그것이야 말로 역사 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처럼 역사 교과서로 이리 떠들썩할 일도 없지 않을까요?


고등학교때 불국사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다보탑이, 석가탑은 그저 국사책 속에 나온 탑이었고 외워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여행삼아 찾아 가 본 불국사는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유구한 역사가 그 안에 녹아있었고, 나도 모르게 그 유래를 찾아보면서 신라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지요.


이런것이 진정한 역사 공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리즈를 초등학교 1학년 조카에게 선물로 보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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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하루 - 붓 하나로 시작하는 애슝의 수채화 컬러링 수업
애슝 지음 / 예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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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들고 붓은 마지막으로 잡은 때가 언제인가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졸업 후 단 한번도 물감이나 붓을 손에 잡은 적이 없었습니다. 컬러링의 유행으로 36색의 색연필을 사 놓고 색칠공부를 시도해 보았으나 그닥 만족스럽지 않았으니.. 곧 흥미가 떨어져 시들 시들..

그리소 색연필이라는 매체가 주는 느낌도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지요.


뭔가 부드러운 느낌.. 그래서 칠하는 내내 마음이 편해질수 있는 그런 컬러링을 원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수채 컬러링.!!!


아.. 저주받은 내 손으로도 예쁜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 기대하며 책을  받았습니다.


 



귀여운, 팬시한 그림이 그려진 가로 책자.

책의 겉지나 책의 질은 꽤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펼쳐보면 가장 먼저 도구에 대한 설명이 나오지요. 물감은 어떻고, 색연필은 어떻다는...


본문에 들어가면 꽤 아기자기한 글귀와 함께 수채화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바로 뒷 페이지에 그림 방법이 나오지요.

여기서 포인트는 그림 방법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채색 뿐 아니라 드로잉도 같이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최고 장점인 듯 합니다.

그리고 책의 뒷부분에는 그림이 나옵니다. 그러면 그 부분을 깨끗하게 잘라 앞의 설명대로 색칙하면 되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따라서 열심히 색칠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그림을 따라 그리고 싶어져서 백지를 꺼내놓고 따라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색칠만 하기에는 심심했는데 이러다보니 꽤 재미있는 작업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번에는 물감으로..

물감의 묘미는 한 두가지 물감으로 물의 농도, 색의 섞음을 통해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지요.

뭔가 마치 처음부터 잘 한다는 듯이 이색 저색을 섞어 칠하다보니 시작가는줄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스탠드를 켜 놓고 색칠을 하니 조용한 가운데 차분해 지네요..

 


 

아직 다 하지는 못했지만 하나하나 하다보면 저주받은 손을 지닌 저도 꽤 괜찮은 작품을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하나의 단점은..

그림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저처럼 오랫만에 붓을 든 사람들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언젠가는 잘 할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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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더 레이지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4
커트니 서머스 지음, 최제니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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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성폭행을 당한 사람의 심리 묘사가 궁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툭툭 털고 일어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성폭행을 당한 사람들은 내면은 수치심, 우울감, 자존감 저하 등의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고통을 겪습니다. 그걸 이제는 일반인들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끄러워지는 것이 싫어서, 또는 사람을 죽인것도 아닌데 사회에서 매장될 것 같은 가해자에 대한 동정심으로 모른척 외면합니다.


이 소설은 성폭행을 당한 개인의 심리는 생각보다 치밀하게 잘 다루고 있음과 동시에 이러한 주변 사람들의 마음, 사회 시스템을 더 잘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이 가해자를 동정하는 냉정한 사람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정서라는 점에서 이 상황이 더 잘 와닿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로미는 우연히 참석한 파티에서 성폭행을 당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화살은 가해자가 아닌 로미에게 향합니다. 물론 가해자가 유지 집안의 전도 유망한 청년이라는 점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불편한 진실을 덮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친한 친구의 의문의 죽음은 로미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갑니다. 결국 하나하나 진실이 밝혀지기는 하지만 그것이 로미에게 큰 위로가 되지는 못하는 듯 합니다. 


이 소설은 미국판 '한공주'로 소개되었습니다. 씁쓸한 일은.. 미국 역시 우리 사회와 별반 다를바가 없다는 점입니다. 성폭행, 성추행 사건이 끊임없이 뉴스의 한 꼭지를 장식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은 "그래도 니가 잘못한 것도 있지.. 왜 거기서 술을 같이 마셔..왜 밤에 다녀.." 거나 혹은 "가슴 좀 만진거 가지고 뭘 그래."라는 사고가 만연합니다. 그래서 사건도 끊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이 소설이 읽기 쉽게 구성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초반에 책을 읽기 위해 집중력과 어느 정도의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러다가 초반을 넘어 중반으로 넘어가면 로미의 마음과 소설의 구성이 튜닝이 되면서 몰입하며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어찌보면 마주치고 싶지 않은 주제이기는 하지만 적절한 긴장감을 섞어 잘 그려낸 소설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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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반지의 본질은 금이 아니라 구멍이다
김홍탁 지음 / 이야기나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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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책이기에 배송을 받자마자 정신없이 읽어내렸습니다. 제목 만으로도 "아. 나는 왜 금반지를 반지로 보지 못했을까." 라며 관습에 적은 자동적 사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책은 저의 기대에서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다양하고 흥미로운 생각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현재의 빠른 속도에 적응하며 살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나 자신'을 놓치고 '주변'을 놓치고 '과거'를 놓치게 그리고 '사고'를 놓치게 됩니다. '한번 더 생각해 봄'이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느리게 가는 뒤쳐지는 것이니까요. 그러다보면 생각 속에서 나오는 '창의성'이란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창의성을 기르겠다고 창의력 학원에서 획일적인 교육을 받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창의력은 더 넒은 시야, 더 많은 경험, 더 깊은 사고가 축적되어 나오는 결과물입니다.


다음의 에피소드에서 저자는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냅니다.

저자는 어느 날 진로에 대해 고민중인 고등학생의 메일을 받게 됩니다. 광고를 하고 싶어 광고학과에 가고 싶은데 주변의 반대가 심하다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 저자는 "그럼 역사나 철학과 같은 인문학과를 가라"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즉, 더 깊은 사고와 간접 경험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 영역에서  큰 재산이 된다는 것이지요.


창의력이 핵심이 되는 광고 분야에 있는 저자는 때로는 아날로그적인 감정을 자극하고, 때로는 사회적 문제를 통찰력있게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뒷면을 관심있게 들여다 봅니다. 자신이 직접 보지 못한다면 책을 통해 그러한  생각의 꼬리를 이어갑니다. 이러한 저자의 생각이 감성적인 사진과, 저자의 메모(저자의 자필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와 간략한 언어로 전달됩니다.


상투적 표현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개인에게 와 닿는 깊이는 다릅니다. 저자의 생각이 감성적으로 마음을 후벼파서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감성을 따라 연필을 들고 책에 줄을 그어가며 문장을 되뇌였으므로... 이 책은 저에게 매우 의미있는 책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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