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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이은경 지음 / 서교책방 / 2024년 5월
평점 :
부모가 되기로 한 순간부터, 통제할 수 없는 불안과 나도 모르는 비교가 시작되었다.
뱃 속에 있을 때는 건강한지, 혹여 아프지는 않는지...
아이가 태어나면 제대로 발달하고 있는지 불안해 확인하고,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체크한다.
한글 학습이 또래보다 학습이 늦어지면 슬그머니 불안해지고 온갖 병명은 인터넷에 검색해 본다.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불안과 비교는 나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학교에서 친구랑 사이는 좋은지, 학교 다녀오면 행복한지 확인하고 싶어하고
100점을 맞으면 몇 명이 100점인지 물어보고, 재시험을 치루게 되면 몇 명이 재시험을 치루는지 물어본다. 아이의 친구가 유창하게 영어를 읽으면 그날 밤, 영어 학원을 폭풍 검색하고 아이에게 갈 껀지 물어본다.
그렇지만 나는 공부를 강요하는 엄마는 아니다. 아이의 행복이 중요하지.. 초등학교때 놀지 않으면 언제 놀겠는가... 그래도 중간 정도는 해야지... 행복하려면 지금 공부를 해야지... 근데 뭘 시키지? 학원을 보내야 하나? 초등학생인데 학원에 찌들게 하고 싶지 않아.. 나는 공부를 강요하는 엄마는 아니니까. 그래도 나중에 행복하려면 지금 어느 정도는 해 둬야 하지 않을까...
내 모습이다.
그리고 저자의 모습이고, (아마도) 많은 엄마들의 모습일 것 같다.
이 책은 이러한 부모의 불안과 갈등이 있는 그대로 적혀 있다.
모범생에 공부 잘하는 첫째 아들과 지적장애를 가진 둘째를 키우는 저자는 자신이 아이를 키우며 느꼈던 많은 갈등을 적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느끼는 부모의 감정을 통찰한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 많은 경험을 통해 저자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는 것.
저자가 언급했듯, 죽을 듯 대입을 위해 달려가지만 시험장 문을 통과해서 시험을 봐야 하는 사람은 자녀이다. 부모는 그 문을 통과하지 못한다. 그저 지켜보고 기다릴 뿐이다. 사실 그 과정도 부모가 해 줄수 있는 건 극히 일부분이다. 좋은 학원을 찾아내고 보내고, 밤새 공부를 시켜도 결국 직접 하는 건 자녀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해준다.
너무 아릅다운 표현 아닌가... 다정한 눈을 가진 관찰자.
자녀를 언제나 다정한 눈으로 지켜보는 관찰자인 부모.
그러나 어렵다. 엄청 어렵다.
그래도 조금은 태도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노력은 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저자는 말해준다.
본인도 어렵다고. 그래도 노력해 보겠다고,
같이 한번 노력해 보자고 다정하게 말해 주는 것 같다.
각 에피소드들은 그대로 그냥 내 경험이고 내 마음이다.
그래서 거침 없이 술술 읽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부모로서의 내 모습을 보고,
누구나 그렇구나 하는 안심과 함께 조금은 바꿔볼까 하는 의지가 생긴다.
쉽게 읽을 수 있게 쓴 책이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다.
읽으면서 슬쩍 슬쩍 웃다가 가끔 글에 적힌 내 모습이 안쓰러워 눈물이 나기도 한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우리 모두 그렇고,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라며 위로와 통찰을 건낸다.
육아는 어렵고 정답도 없다.
그저 불안에 압도되서 눈이 돌아버린 상태가 너무 오래 가는건 서로 힘들지 않을까?
매번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다정한 관찰자가 되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