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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실 2
존 그리샴 지음 / 시공사 / 1994년 10월
평점 :
품절
존 그리샴의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The Chamber는 처음에는 그냥 또하나의 흥미진진한 법정소설 정도로 생각되었다.(나는 이 책을 원서로 읽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Chamber 가 Gas Chamber 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 수록 어,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시 소설의 처음으로 돌아가, 샘이 유태인 사무실을 폭파하는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세심하게 읽은 담에야 아니 이럴수가... 하는 안타까움에 책장이 초스피드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미국의 법정은 알다시피 배심원제를 도입해서, 상식에 어필하는 심판제도를 실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 배심원제도가 필연적으로 변호사와 검사의 현란한 말솜씨에,또는 배심원 선정 기준에 의해 한사람의 죄가 평가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런 점 때문에라도 법정소설 특히 존 그리샴의 법정소설이 독자의 관심을 끌게 된다. 치밀하게 짜여진 법정 쇼를 관람하는 기분이 들게 하니까.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러한 박진감 보다는 사형 집행일을 한달 남겨둔 사형수와 그를 사형집행에서 구하려는 변호사 - 동시에 손자이기도 한- 아담의 대화가 시선을 끈다. 4주라는 한시적 상황과 하루하루 그 사형집행일로 다가가는 전개가 마치 내 목을 조여오는 가스처럼 독자를 숨막히게 한다.
아무리 세상에 존재하는 것 조차 허락 할 수 없도록 죽을 죄를 지은 죄인이라도 그 죄인을 죽이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살인이 아닌가 하는 질문 앞에 자신있게 대답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책을 읽는 내내 하루하루 다가오는 사형집행일 앞에서 분노하고 좌절하고 또 세상을 조롱하고 마침내 회계하는 주인공을 따라 나의 감정도 변화하였다.
감옥 안에 있는 사람은 그 안에서 살아야 한다. 사형수에게 감옥이란 자신에게 남아있는 삶 전부다. 감옥을 떠난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이런 공간적 한계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형수에게 사형 집행일이 확정된다면? 그건 시간적인 한계를 의미한다. 옴쭉달싹 할 수 없는 곳에서 조여드는 시간을 느끼는 기분...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한 일을 되돌아보며 안타까와하고 절망하는 주인공...
사형수 샘의 날카로운 시각, 더할나위 없는 촌철살인의 한마디 한마디가 읽는 맛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