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인생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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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인생 


저: 기시미 이치로


역: 전경아 


출판사: 을유문화사 


출판일: 2017년 2월25일 



일이란 우리 인생에서 어떠한 것인가? 아마도 진지하게 사고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있는 현대인이라고 하더라도 살면서 이러한 질문을 불현듯이 했을 것이다. 나 역시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여러 복잡한 일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러한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대개는 제대로 된 답을 얻지는 못했다. 어느 정도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내 이것이 결국 답이 나오지 않는 어리석은 질문 같단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에 나는 취직이 참으로 힘들다는 역사학 전공을 했다. 사실 그런데 딱히 대학에 입학할 때는 취업이라든지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막연한 생각만 있을 뿐이었다. 어느 전공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든지 하는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고, 다만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대학 지원을 할 때도 전부 사학과로만 했었다. 


그러나 군대를 제대하고서 깨달았다.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 고도성장기와 같이 마냥 쉽지는 않다는 것 말이다. 이미 사회에는 대졸자가 넘쳐났다. 그래서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더욱 어떤 갈망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비로써 내가 스스로 만족할 만한 일을 찾고, 정착했을 때 느꼈을 기쁨과 안도감은 아마도 말이나 글로 잘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사회생활은 보람도 느껴졌지만, 마치 내 모든 것이 되어 가는 것 같았다. 사람들과의 관계, 이야기, 관심사 등 모든 것이 일과 연결되는 것 같았다. 물론, 에너지라는 비즈니스 자체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영향을 받으므로 내가 확대해석을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자신의 가치를 일에서만 찾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에 읽은 김성근의 ‘인생은 순간이다’에서 이 노감독에게 야구가 더는 일이 아니라 가치 그 자체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면 더는 나는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하는 일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또, 우리의 제2의 인생이라고 할 수 있는 은퇴 후 삶은 어떨까 질문해본다. 


그렇다고 일이 소중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은 우리가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며 그로 인한 보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준다. 중요한 것은 지금 하는 일, 그리고 그 위치는 영원한 것도 아니며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서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들이 변한다. 그러한 변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상처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일을 하는 과정에서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은 그 과정과 결과로 더욱 넓은 의미의 공동체에 공헌한다는 감정이 아닐까? 그렇게 자신의 기준을 정한다면, 마음은 한결 편안해질 것이고 더욱 안정적인 삶이 가능하지는 않을까 싶다. 세상은 어쩌면 선의로 가득 찬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문득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반성하는 점도 많았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동료에 대한 존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선배로서 관리자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나는 문득 같이 일하는 후배에 대해서 동료의식보다는 부하라는 관념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그와 내가 다른 점은 조금 일찍 태어나서 회사에 조금 일찍 들어가서 경험이 조금 더 많다는 것뿐인데도 말이다. 


사실 이것이 매우 당연한데도, 나 역시 기성세대로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시미 이치로의 이 에세이를 읽으며 나는 많은 사유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 인생에서의 일의 의미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도 숙고할 수밖에 없었다. 일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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