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의 힘 -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세계사
김동기 지음 / 아카넷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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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의 힘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세계사

저: 김동기

출판사: 아카넷 출판일: 2020년 11월18일 



오늘날 우리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특히 석유는 지정학(geopolitics)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시장이다. 유가의 상승과 하락의 영향은 석유자원의 지역적 편중과 복잡한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 듯이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긴장된 관계는 1,2차 석유위기를 초래했다. 유가는 단기간에 급등하였고 이는 경제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렇지만 지정학이 어떻게 이론적으로 발전했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하게 인지하지는 못했다. 


서문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우리가 정치적 구호와 이념을 바탕으로 생각한다면, 베트남 전쟁이라는 참혹한 대립을 거듭했던 미국과 베트남이 전쟁 후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된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미소냉전의 시기에 미국과 중국이 핑퐁외교를 통해서 외교관계를 회복한 것은 어떤가? 이들은 한국전쟁에서 마찬가지로 격렬한 대립을 거듭했다. 이것은 단순한 자국우선주의에 기인한 것일까? 혹은 그 배경은 알 수 없는 인간의 심리에 의한 것일까? 이는 지정학적 통찰을 통해서 그 내막을 확인할 수 있다. 


근대적 지정학의 시작은 미국의 알프레드 마한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세계를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대립으로 구분했다. 미국은 반드시 시파워를 키워야 된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동시에 접한 미국은 해군력의 증강을 통해서 국력을 키워야 된다. 그가 쓴 지정학 관련 서적은 미국 정계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를 바탕으로 한 미국의 제국적 팽창주의는 쿠바의 실질적 식민화, 하와이 합병, 필리핀의 식민지화로 이어진다. 비로써 태평양은 미국의 내해가 된 것이다. 


영국의 매킨더는 아시아와 유럽의 균형이 역전된 것은 유라시아의 랜드파워를 압도하는 시파워로 보았다. 특히 전통적인 라이벌인 러시아에 주목하는데 철도라는 새로운 운송수단의 등장으로 인해서 랜드파워가 강화되면서 영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것이다. 매킨더에게는 점차 영향력을 상실하는 대영제국의 위상과 국익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였던 것이다. 


또다른 근대적 지정학자는 독일의 하우스호퍼였다.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에서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히틀러에게 큰 영향을 끼쳤는데 그 개념 중에 하나가 레벤스라움이었다. 미국의 스파이크먼은 국익을 위해서는 유라시아의 하트랜드 주변의 립랜드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말하자면 지배적인 랜드파워의 등장을 견제하고 통제함으로써 미국의 위상을 지켜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대표적인 4명의 지정학자와 더불어 지정학을 다시 꺼내든 키신저 전 국무장관, 미국의 전략가 브레진스키, 러시아의 두긴을 아울러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정리하면, 지정학은 실질적으로 세계가 돌아가는 가장 핵심적인 원리 중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지정학자의 논의를 살펴본다면 우리는 한반도가 이들 강대국의 파워게임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정학적 축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랜드파워인 러시아와 중국을 시파워인 미국이 견제하기 위해서 그 전략적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에 정부는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유화적 정책을 취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불만과 아쉬움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구한말과 같은 지정학적 구도에서 몰락한 대한제국을 다시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의 상황은 그 때와 많이 다를까?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세력과 미국과 일본의 세력이 첨예하게 갈등을 거듭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는 우리는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다. 


우리의 오랜 질문 하나. 베트남과 치열하게 대립했던 미국은 그들과 화해했다. 그러나 북한과는 왜 아직도 휴전상태를 지속하고 종전을 하지 않을까? 우리의 분단상황이 그들에게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통일로 인해서 탄생할 정권이 친미일지 알 수 없다. 적어도 지금의 대립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한국이 동맹의 하나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결국, 적대적 세력이나 친밀한 세력이나 세계는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문재인 정권의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유화정책과 대화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된다. 전쟁이라는 무력상황이 얼마나 끔직한 것인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쉽게 알 수 있지 않은가? 우리는 북한을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시키고, 경제발전과 안정보장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비록 우리의 동맹이라고 하는 일원의 국익에 부합되지 않으면 얼마나 실현시키기 어려운 지…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만 할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추천처럼, 나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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