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어휘 - 모호한 감정을 선명하게 밝혀 내 삶을 살게 해주는 말 공부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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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어휘

저: 유선경

출판사: 앤의서재 출판일: 2022년 6월5일


생소한 주제였다. 감정 어휘.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작가가 ‘어른의 어휘력’이라는 책을 이전에 출간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단순한 에세이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궁금하다면 읽어볼 수 밖에. 조용히 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말로는 스스로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자부했다는 것을 기억했다. 하지만 그것은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자면 자기기만에 가까웠다. 사실 나 자신은 수많은 감정 속에서 매일 허우적거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감정이라는 것을 결국 술 한잔에 억누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가끔 서점과 카페를 같이 하는 곳에서 식사를 하곤 한다. 책으로 둘러싸인 트인 공간도 좋지만, 북큐레이터가 정성스럽게 적은 추천 글을 읽는 재미도 있다. 그래서 가끔은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책이었음에도 한 두 권 사기도 한다. 그런데 우연하게도 거기서 나는 감정 어휘를 설명하는 북큐레이터의 글을 발견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받은 감정을 두루뭉실하게 표현합니다. 그러고서는 해소가 안된다고 또 다른 고민을 하죠. 이 책에서 작가는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올바르게 인지하고 적확한 어휘로 표현만 해도 심리, 소통, 관계 등 수많은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합니다. 모호한 감정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어휘를 소개하고 상황에 맞게 단어를 쓸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릴 거예요.’


사실 책을 사두고서는 한동안 읽지 않았고, 그러다가 문득 사두고서 읽지 않았던 책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북큐레이터의 글을 읽으니, 마음을 다잡고 첫 페이지를 펼쳤다. 감정이란 작가의 말처럼 선과 악도 없고 판단의 대상도 아니다. 고통은 말 그대로 그러한 감정을 솔직하게 대면하지 않을 때 생기는 것이다. 그것을 무시하거나 혹은 억누르거나. 말하자면 적어도 자신의 감정이 솔직하게 어떤 것인지 구분하고 파악할 수 있다면 인생은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다. 


작가는 감정을 구분하고 설명하는데 감각을 활용했다. 그래서 온도, 통각, 촉감, 빛이라는 4개의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각각의 구분에 맞는 어휘를 찾아 글을 썼다. 카테고리가 끝날 때마다 감정과 관련된 어휘를 자세하게 서술했다. 우리 언어에 이렇게 자세하고 세세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어휘가 있었는지. 글을 읽다 보니 놀라웠다. 달리 생각해보면 나는 그러한 어휘를 제대로 다 알지 못했고, 따라서 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 자체를 매우 좁게 만들지 않았나 싶었다. 


작가의 따듯한 격려라고 해야 될까? 문득 책에서 읽은 문구가 생각났다. ‘간절히 희망하는 것이 있기에 절망한다. 절망의 고비는 희망을 품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 고비를 넘지 못하고 체념으로 곤두박질쳐 무생물체가 되기로, 심장을 돌덩어리로 만들기로 작정하면 슬픈 일이다. 이 순간에 필요한 것은 ‘축복’, 밖에서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어떻게든 나를 끈기 있게 축복하는 것이다. 아직 끝장이 오지 않았으니 그토록 열망하던 것을 함부로 폐기처분하지 말자.’라고. 


책을 읽으면서 행복했던 것은 공감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다. 브레히트의 ‘무기력한 소년’, 로맹 게리의 ‘벽’의 인용. 니체의 말. 어휘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는 깊은 내용의 훌륭한 에세이기도 하다. 사실 이 책은 조용한 곳에서 사색하듯이 읽기를 바란다. 작가가 친절하게 안내하는 길을 따라 걸으면, 스스로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현명하게 이를 보듬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당신도 작가의 따듯한 조언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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