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 학교, 직장, 데이트에 얼굴 빨개지는 당신을 위한 책
버나도 카두치 지음, 김종우 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 세 번 놀랐다.
첫째는 부피감:
읽기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의 중량감이
책을 선뜻 손에 쥐지 못하게 했다.
둘째는 학술적인 내용의 깊이와 포용력:
부끄러움 연구 센터까지 운영하는 이 저자의 책은
심리철학적인 면까지 깊이있게 다루고 있었다.
셋째는 산만함:
두꺼운 분량에 많은 좋은 읽을거리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읽기에 단조롭고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의 팬이 되었다.

이 책은 어눌한 설명을 하는 노학자 같은 책이다.
아는 건 많은데 강의에는 영 잼뱅인 성격의 느긋한 할아버지 선생님 같은 느낌이다.
처음에는 지루하거나, 다 아는 얘기 같아 계속 듣기엔 재미가 없을 수도 있는데,
왠지 말투보다 그 선생님의 인품에 반해서 수업을 듣게 되는 꼴이다.
따뜻한 햇살이 교실 유리창에서 내 책상 위로 쏟아지고
흰 머리 선생님의 나즈막한 설명은
어느새 재미난 옛날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그렇다.
이 책은 표현( 내용 전개나 책 디자인까지 포함하여)은 서투르지만,
정말 많은 성실한 연구 노력과 저자의 고뇌의 결실을 담은 책이다.
많은 읽을거리를 가지고 있는 참 좋은 책인 것이다.

더구나 이 책은 쓸모가 좋기조차 하다. 특히 자신이 부끄럼장이거나 민감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겐 더욱 참고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 책을 저자가 보다 간략화해서 적당한 두께의 책으로, 화사한 편집으로 냈었더라면 하는 점이다.
나열식이 아닌, 주제로 몰아가는 인과식 구성으로,
책을 덮을 즈음으면
독자의 확실한 이해와 자기 결심을 굳힐 수 있는 목차로 이루어 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각 쳅터 끝에는 정리본을 1-2페이지로 넣어 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끄러움에 관한 책도 앞으로 기획된다면 좋을 것 같다.
사례로 든 외국 사람들의 이름이나 파티 문화 등은 사실 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하면
"(아주 방대한) 부끄러움을 탈피하기 위한 방법 보고서"이다.

아무래도 이 책에 별 4개 반을 줘야 할 것 같다.
두껍고 그닥 별 재미없어 보이는 제목의 이 책은 사실은 아주 달콤한 크림이 유혹적으로 들어간 와플 파이와 같았다.
평범한 와플 속에 들어간 하얀 생크림의 고소한 맛과 풍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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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us!

1. 이책을 계절로 말한다면?
나른하고 느긋한 봄. 그러나 그 안에 많은 생명력의 활기를 품고 있는, 겉으로는 조용한.

2. 이 책을 꼭 봐야 할 사람은?
부끄러움이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습득된 것일 수도 있다는 긍정적 사고관을 가진 사람

3. 이 책의 독자는 아닐 것 같은 사람은?
추리소설이나 스파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인문계의 심리적인 미묘한 문제를 다루는 책만 보면 하릴없이 하품이 나는 사람.

4. 이 책에서 가장 좋은 점은?
부끄러움을 탈피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납득 가능한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

5. 이 책에서 뜻밖으로 알게된 사실은?
• 남들도 나처럼 부끄러워 할 수 있다는 점.
• 부끄러움은 부끄러움을 타는 사람과 안타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점. 따라서 시간이 흐르면 결국은 누구나 낯선 환경에 적응 가능하다는 점.
• 남앞에서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은 미리 많은 준비 기간을 거침으로써 좋은 발표를 하거나 회의 진행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사람은 즉흥적으로 뭐든지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많지만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전혀 어려움이 없을 수 있다는 점
• 부끄러움과 '자기 존중감'은 사실은 끈끈한 상관성이 없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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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많은 좋은 사실들이 책에 나와 있는데
자신의 성격적인 스타일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자신이 타인과 대화하며 느꼈거나 행동했던 과거 방식들을 돌이켜 보면서
이 책의 구절들을 천천히 읽어 보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아직 신인 배우와 같기도 하다.
백지와 같지만 내가 채워가기에 따라 한 없이 많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정말 많은 것들을 품고 있는 책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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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작가에게
주디 맨델 지음, 남정우 옮김 / 예영커뮤니케이션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예영 커뮤니케이션 김승태님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편집자들이 작가에게 보내는 지침서, 혹은 충고의 형태로 출판사 별로 조언하는 투로 적은 글들을 모은 책이다. 좀 오래된 책이라 편집이나 문체가 좀 딱딱한 편이었지만 외형을 보고 알짜배기를 놓칠 수든 없지 않은가?
황금알 노른자위에 비길 수 있는 좋은 구절들이 많아서 아래에 정리해 볼까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좋을 사람은 특히 예비 작가가 될 것이다. 출판사에 작품을 들고 찾아가려는 예비 기획자나 작가들이 미리 읽어보면 자신의 작품 방향을 잡는데 보다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마도 이 책의 서문에 적힌 대목이 이 책의 내용과 주제를 일괄적으로 말해주는 핵심문장이 될 것 같다.
"모든 작가가 알고 싶어하는 것, 그러나 질문하기를 두려워 할 수 있는 것"

아 그리고 한가지 이 책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외국사례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나라 출판사들이 모여 이런 류의 책을 낸다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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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7페이지 요약

어떤 책이 최우선권을 갖게 되는 데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가?
그 책이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는가? 그것이 극도로 중요하다.출판인들도, 영화인들도 하이 컨셉을 좋아한다. 그것은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뜻하는 말이다.

출판인들은 왜 하이 컨셉이 있는 책들을 좋아하는가?
출판사들도 책들을 단계별로 서점에 팔 때에는 각 단계마다 짧은 시간에 설명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출판사로서는 설명에 최소의 시간이 요구되고 명확하게 컨셉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기 위해 명확한 하이컨셉의 책을 선호할 것이다. 만약 이해할 수 있으려면 한단락의 설명이 필요한 소설을 썼다면 그 사람의 소설은 불이익을 당할 것이다.

-163-167페이지 요약

당신이 출판 제안서에서 찾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찾는 첫번째 것은 " 이 제안이 우리의 취향에 맞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내가 출판 제안서에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가 출판한 도서들과의 유사성이다...(중략)

출판사를 찾는 저자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으시다면?
나는 인내가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자신의 아이디어가 좋다고 확신한다면 그 아이디어를 거부하는 출판사는 단지 그 아이디어에 적합한 출판사가 아닐 뿐이다. 저자가 자신의 책을 위한 시장이 있다고 확신한다면, 출판사도 필경 그렇게 확신할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출판사를 찾을 때까지 인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

돈이 되지 않는다면 무엇때문에 책을 집필하는가?
100만달러를 벌기 원해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비전을 성취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서, 책을 집필해야 하는 창조적인 도전에 응하여 책이 출판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원고를 쓰는 것이다. 누구나 100만달러를 선수금으로 받을 수는 없다. 작가들은 잘못된 기대를 갖지 말고 꾸준히 원고 작업을 해서 언젠가는 출판사로부터 3000만달러의 선수금을 받는 작가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만일 협상에서 선수금이 빠진다면 그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220-223페이지 요약

출판사를 찾는 저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자신이 원고를 보내는 출판사에 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으면 항상 유익하다. 출판사의 출판 내용과 그 출판사에 어떤 책이 가장 적합한 것인지에 더욱 초점을 맞춘 출판제안서일수록 완성된 작품으로 나올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더불어 따분하거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놀라게 해주는 것이라면 더욱 제작에 옮길 생각이 날것이다.
-163-167페이지 요약

혁신적인 형태의 책이 무엇인가?
미니어쳐 도서, 벽면도표를 집어넣은 도서, 팝업 스토리북, 오디어 카세트북, 등 책이 무엇이냐는 정의를 확대시키는 도서들을 뜻한다. 최근에는 6-12세 어린이를 겨냥한 <자신의 책을 만드는 도구 세트>라는 프로젝트로 있다. 책 케이스, 제본바늘과 실, 두벌의 면지, 양장본용 판지, 커버용지 등등이 들어 있다. 라디오 조립 세트도 있다. 라디오 작동에 관한 설명과 더불어 직접 라디오를 조립하도록 모든 기본 재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227페이지 요약

출판제안서는 어떤 형식으로 제안되는것이 좋은가?
출판제안서는 지성적으로 우아하게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출판제안서를 이력서처럼 조심스럽게 작성하라. 요점을 설명하는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 우리에게 독특한 것, 과거에는 아무도 보지 못했던 것을 우리에게 제시하라. 그렇지 않다면 과거의 아이디어를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라.

<기타>
편집자는 저자와 업무상 접촉하는 사람이며, 출판과정에서는 저자의 안내자이자 작가에게 최선의 원고를 창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다. 좋은 도서란 모든 사람-저자, 편집자, 독자-에게 행복을 안겨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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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인의 드라마작가를 말하다 - Drama,작가 vs 작가 방송문화진흥총서 96
신주진 지음 / 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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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인의 드라마 작가를 말하다: 멋진 커리어우먼을 보는 것 같은 책


매력

하얀표지가 이토록 매력적으로 보일 줄은 몰랐다. 편집이 세련되고 모던했다. 목차? 우와! 정말 컨셉한 번 잘 잡았다!

사실 이 책은 드라마 비교학이기도 하고 분석학이기도 하다. 또한 작가 분류화이기도 하다.
: 비교하는 예를 들자면 이런 느낌이랄까?

모든 나무와 풀들은 하늘아래 다 아름답다. 하지만 누군가 이들을 특성별로 분류해야 한다면?
-이 책은 이처럼 작가들과 작품들을 묶어 분류화 했다. 소나무, 은행나무, 잣나무 등등... 이름을 붙여주고 특징을 밝히고 있다.
물론 사실, 같은 종류의 나무가 완전이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일단은, 같은 종류끼리 묶어 특성을 적어 나무에 메모지로 크게 써서 붙여 놓았다. 외부에서 숲에 놀러온 사람들이 보기엔 참 이 숲의 나무들은 정리도 잘 되어 있고 조경도 멋지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나무의 특성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으리라는 가정이다. 누군가는 이미 적혀진 특성 설명에 다른 생각을 표현하거나 조금 불만스러워 할 수도 있다. 특히 그 나무에 자기 나름의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럴것이다.

또, 그런데.
문제는 작가가 글을 너무나 잘 쓴다는 것이다. (450페이지라니! 좀 더 간략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자)
지금 말하고 싶은 건 작가의, 멋들어지면서도 정확한 어감을 가진 문체와, 드라마에 대한 풍부한 식견, 자신의 식견을 글로 표현하는 문장력이다.
이 작가는 '설명'하고 있지 않다.
이 작가는 '논술'하고 있다. 그 논지가 너무나 또렷하고 올곧아서, 혹시라도 그녀와 좀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는 독자들조차도, 그저 그녀의 글솜씨에 예의바르게 존경을 표할 것 같다.


작가

이 출판사의 기획자는 어떻게 이렇게도 글을 잘 쓰는 작가를 찾아 냈을까?
대중적이면서도 타성에 젖어 있지 않고 명료하다.
이런 문체는 아마도 문화전문 잡지의 전문기자칼럼에 가까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좋을 사람들

드라마 작가가 되려고 준비중인 사람들
평소에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작가의 집필 스타일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
캐릭터 탐색, 스토리 구성 탐구를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은 예비 작가
논술, 논문을 연습하는 학생
드라마를 이해하고 작가 스타일을 탐구해야 하는 연기자들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작가들을 통해 창작물을 만들고 싶은 방송 PD
드라마 속 캐릭터의 심리에 보다 심층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드라마 매니아

이 책의 아쉬운 점

대표적인 29인의 드라마 작가가 소개되고 있지만 모든 작가를 다 소개하기엔 역부족이다. 따라서 특정 드라마나 드라마 작가의 팬이 기대하고 이 책을 봤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이나 작가가 없으면 아쉬움을 가질 수도 있다.
작가 VS 작가 VS 작가로 하면 어땠을까?

다음편이 기대되는 이 출판사의 기획
위의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1. 사극 작가 열전
2. 드라마 작가로도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들 열전
3. 역대 인기 드라마와 드라마 작가 best 29인

이 책에서 특히 좋았던 점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표현하기 위한 이 책의 표현 방식.
<말하고자 하는 내용> 드라마 작가의 작품 경향과 특성 분석을 통한 우리나라 전체 드라마 지형과 구도 분석
<이 책의 표현 방식>
1. 고리타분하거나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교과서적 나열이 아닌 점
2. 고급스럽고 세련된 편집과 일러스트
3. 목차의 접근에 있어서 기존 도서들이 택했던 무난한 나열식-순차적 방식을 벗어던진 점.
대신 궁금함을 유발시키는 주제식 방식으로 독자에게 미리 질문을 던지고 있는 점.
4. 특히, 트랜드, 캐릭터, 마니아, 이야기의 네 부분으로 구조화한 점이 신선.

이 책을 언제 읽으면 좋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순차적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의 편부터, 혹은 관심있는 장르부터 보면 된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고 크게 집중해서 공부하듯 읽을 필요도 없다. 단편을 읽듯, 지하철이나, 쉬는 시간에 편안한 마음으로 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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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쓰는 미술재료
전영탁.전창림 지음 / 미술문화 / 1996년 6월
12,000원 → 12,000원(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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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동작 그리기
쿠마가이 코지로 지음, 백준기 옮김 / 국제 / 1999년 8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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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기법- 미술기법시리즈 15
스티브 휘테이커 지음, 김영배 옮김 / 예경 / 1999년 9월
18,000원 → 17,100원(5%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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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의 기법 2- 그림 그리기에서 색채 넣기까지
베르나르 뒤크 지음, 박지나 옮김 / 까치 / 2001년 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9년 06월 18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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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화 - 전2권 세트 위대한 영화
로저 에버트 지음, 최보은.윤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영화를 제작하려고 하는가?
영화배우를 꿈꾸는가?
소설가를 꿈꾸는가?
현학적인 소설작법에 신물이 났는가?
흥행이나 여배우의 관능성에 대해 불꽃같은 화잿거리로 기사를 달구는 영화리뷰와 취재 인터뷰가 어느날부터인가 진부하다고 여겨지는가?

철학을 좋아하는가?
아니. 무엇보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이 모든 질문에, 혹은 일부라도 자신이 해당된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을지어다.
거의 14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권의 영화리뷰책에는 영화 리뷰 이상의 소설같은, 혹은 일기같은 영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소개되는 영화들은 작가가 순위에 상관없이 무작위로 뽑은 여러 분야의 추천 영화들이다.
만화도 있고 컬트 영화도 있고, 코미디에 공포 영화, 고전영화, 현재의 영화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는 200편의 영화이다.

솔직히 난 영화광도 아니고 영화에 대해 열열히 내 의견을 주장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주관이 없다기 보다는 그닥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선상에서 영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 "평범한"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첫째는 "아 이사람 참 쉽게 썼구나"라는 것과
둘째는 "아 이 사람 정말 영화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로구나"라는 것이었다.
마치 장대끝에 매달린 어릿 광대가 관객의 머리 위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듯이
작가는 개별 영화들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쉬운 글로 풀어 내고 있다.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요리사에 비유하자면 정말로 요리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요리에 철학을 담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요리사의 요리는 그리 화려한 외양을 뽑내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단지 요리의 맛을 본 사람은 어쨌거나 이 요리는 참 맛있고 대단하고 "나를 편안하게 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런 요리사의 요리처럼 이 작가의 글 솜씨는 결코 화려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고 은근한 육수처럼 고소한 맛과 냄새를 은은하게 풍긴다. 그건 풋내기가 낼 수 있는 요리의 솜씨가 아니다.

이 작가가 소개하는 영화들의 60% 이상이 고전 영화나 흑백 영화이고, 따라서 나로서는 그 영화들을 다 본 적이 없다. 아마도 몇 편을 제외하고는 내가 본 영화는 대부분 컬러 영화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볼 때 작가의 생각이나 견해를 알고 싶은 마음에 내가 봤던 영화나 만화에 대한 작가의 몇몇 리뷰를 먼저 봤다. 일종의 테스트 심리가 있었을런지도 모르겠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종류는 서양 사람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편견을 살짝 내면에 깔고 리뷰를 읽어 본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럼으로 해서, 나는 결국 작가가 얼마나 영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 심지어는 영화적 촬영 기법이나 영화적 철학까지도 정확하게 그 나라 감독의 입장에서 이해를 하고 있는지, 아니 그 나라 사람들의 심성에서 이해를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작가의 리뷰는 결코 가볍거나 경박하거나 잘난체 하는 리뷰가 아니었다.
이미 150가지의 다양한 영화적 색채의 이름을 완벽하게 외우고 있는 사람에게 한가지 색채를 뽑아 물어보면 당연히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작가는 이미 여러 나라 영화나 스토리, 제작, 촬영, 정서, 철학, 관객의 반응까지 모든 것에 정통해 있었다. 그래서 그나라 사람들, 감독, 혹은 그 영화의 매니아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들이 부정할 수 없을 정도의 정확한 세세한 이야기를 적어내고 있었다.

장황해졌지만, 나는 이 책이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만 할 기념비적인 책자라고 생각한다.이 책은 영화의 "역사"에 대한 책이고 세계 영화의 "흐름"에 대한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시나리오 작가, 소설가, 영화 제작자, 미래의 영화 감독, 영화를 골라야 하는 배우에 이르기까지, 영화와 관련된 누구에게나 꼭 기초로 공부해야만 하는 "백과 사전"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이 책을 읽고 한국 영화가 없다는 점에 대해 아쉬운 견해를 표명했지만 나 역시 그러하다. 또한 나 역시 내가 좋아했던 몇 몇 영화들이 이 200편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운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명시하건대, 작가에게 그 어떤 편견도 없고 작가는 개인의 일기를 적듯이 담담하게 리뷰를 적고 있다. 현학적이지도 않고, 분야에 편중되지도 않고, 때로는 영화사와 배우의 뒷 이야기까지 고스란히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뿐만이라면 이 책이 그닥 가치가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작가의 소견을 통해 읽는 영화적 철학, 결국은 작가적 영화 철학이 은은한 양념처럼 배어 있어서, 영화의 "정도(正道")와 "기본" 에 대한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만드는 책이 바로 이 책인 듯 싶다.
"흥행", "이나,"특수효과가 빚어내는 액션""미남 미녀 배우" "뛰어난 연기" "충격"등등이 영화적 미덕의 최전선에 있는 것들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영화학도라면 다시 한번 자신이 좋아했던 "영화라는 것"에 대한 "본질"을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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