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의학 - 의학 상식의 치명적 오류와 맹점을 고발한다
크리스토퍼 완제크 지음, 박은영 옮김, 허정 감수 / 열대림 / 200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에. 난 이 책을 착각했다.
의학의 치명적 오류와 맹점이라니. 그렇다면 현대 의학이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날카롭게 뒤안길에서 비판한 책인가? 마치 사람들이 반짝이는 낙엽만 보고 그 눈부신 오랜지 색 이파리의 뒷면에 작은 벌레가 그 잎을 갉아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모르듯이-> “빛나는 첨단 의학”의 뒷면에 잠재된 그 어떤 ‘나약하고 불안정한” 일면을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라고 말이다.

물론 이 책이 그런 책인지 아닌지는 나는 아직도 심사숙고 중이다. 의학의 역사부터 의학의 오류까지 재미있게 서두에서 언급했던 이 책은 나에게 사실 역사적 지식에서 얻는 그 어떤 인문학적 “감동”까지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현대 의학 상식에서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는 “사소한 진실”들을 읽을 때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렸다. 내용의 진행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참으로, 상당히, 서술을 잘 하는 책이고 이 책의 저자는 정말 박학다식 하다고 밖에 말 할 수 없다. 마치 다정하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머리 좋은 의학박사를 만난 듯한 느낌이다.

얘기가 좀 길어지겠지만 이 책에서 “감기:”에 대해 언급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추우면 감기에 걸린다는 사람들의 생각? 틀렸습니다. 감기는 바이러스 때문에 생깁니다.
=>여기까지는 어디에서든 줏어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작가는 왜 사람들이 추우면 감기에 걸린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변명과 의학적 설명까지 늘어 놓는다. 더불어 왜 집 안에만 있는데 감기에 걸리는지, 과연 그 바이러스란 놈이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사람의 몸은 어떤 경우에 바이러스에 취약해지는지 줄 줄 줄 일사천리로 설명한다. 말하자면 이 작가는 객관식 답안을 제시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주관식 서술형” 답안을 내놓는(그것도 글을 아주 잘 풀어 쓰는) 똑똑한 학생인 셈이다. 시험으로 치면 아마도 95점 이상의 점수를 받을 것이다.

자. 작가에 대한 칭찬은 여기까지. 이 작가가 얼마나 글을 잘 쓰고 아는 것을 잘 풀어 쓰고 있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범생인가에 대한 설명은 그만 자제하겠다. 그에 대한 내 풀이는 이렇다. “이 사람은 서양의학과 정통의학에 충실한 모범생이고 다정한 의학박사이다.” 끝.

만일 내가 서양의학이나 정통의학의 가장 정수를 가장 쉽게 풀어 쓴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 100점 점수를 줄 것 같다. 사실 알아야 할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다.
그런데 감히 말하자면. 앞에서도 맨 처음 언급했듯이 사실 난 정통주의적 이야기를 풀어 쓴 책 보다는 그 정통주의적 이야기를 뒤엎는, “상식의 허와 실”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좋은 이야기, 정통적인 이야기는 의사나 TV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난 지름길을 좋아하는 스타일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도 “불량 의학”이라는 제목에 혹한 것도 상당히 있다. 의학의 치명적 오류와 맹점이라니. 그게 뭔데? 하는 생각.

자, 이제 정리를 해 보자.

1. 이 책은 정통의학에 대한 서사시이다.
2. 이 책은 다정하고 친절하며 정말 설명이 잘 되어 있는 책이다. 결코 적당히 쓰지 않았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전문적이지도 않다.
3. 이 책은 의학의 역사부터 현대 의학의 흐름까지 재미있게 풀어 쓴 책이다.
4. 왜? 라는 답변에 충실하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단답형이 아니라 서술형이다.
5. 꼼꼼하게 잘 쓴 책이다.
6. 의학의 오류와 맹점의 의미는?
=>여기서부터 주의. 이 책의 의미하는 의학적 오류와 맹점은 정통이 아닌 모든 것이 대상이다. 정통의학이 잘못되었다고 파헤치는 책이 아니라, 과학적, 객관적이 아닌 모든 미신적인 의술과 치료법을 부정하는 책이다
=>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헛갈렸던 부분이 사실 바로 이 부분이었다. 이 책이 서 있는 위치, 이 책의 저자가 서 있는 의학적 입장은 어디쯤인가?라고 따져 보았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난 이 이상의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이 책은 잘 쓴 정통 의학서적이다. 그것도 동양의학이나 대체 의학이 아니라 바로 서양의학이 중심이다.
7. 그러므로 이 책은 결과적으로 모든 대체 치료법은 객관적이거나 검증된 것이 아니므로 함부로 시도할 것이 못되며 사실 하등의 의학적 가치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결론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보기엔 그렇다. 작가가 아니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8. 자석요법, 동종요법, 아유르베다, 아로마테라피, 산소요법, 묵주기도 효과(접촉요법), 허브(한약재) 등등의 현대 의학부분은 주술사적 요법 이외의 의미가 없다. 적어도 작가에게는.

그래서.
나는 사실 동양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실 약간의 아쉬움과 섭섭함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서양의학을 신봉하는 의학 관련 전문가로서 작가의 박학다식함에는 존경을 금할 수 없지만,, 음.. 말하자면 그가 서양의학을 연구하고 발표하는데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 대체 의학이나 한의학에 시간을 투자하고 그리고 나서도 과연 같은 답이 나왔을 런지에 대한 궁금증과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 다시.
난 감히 말하겠다.
이 책은 의학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책이라기 보다는 의학 중에서 서양 의학에 집중해서 분석하고 설명하는 책이라고. 동양 의학에 대한 언급 부분은 잠시 두고 보고 싶다.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작가가 만일 그에 대한 심혈을 기울린 연구 후에 같은 답을 낸다면 고개를 끄덕이겠다. 사실 이런 분석력과 논리적 설명력과 해석력을 갖춘 작가라면 아마도 동양 의학이나 대체 의학을 연구해도 훌륭한 답안을 내놓으리라 생각한다.

보너스
이 책을 읽을 사람들

1. 잡학 상식에 궁금증이 많은 사람.
2. 의학의 역사나 의학의 분파, 학설에 대한 전반적인 개론서적인 잘된 설명책을 원하는 사람
3. 자신의 의학 지식을 정확하게 시험해보고 싶은 사람.
4.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학 상식의 정확도가 궁금한 사람.
5. 잡학 상식이나 떠돌아 다니는 이야기가 아니라, 적당히 대중을 위해 재미로 쉽게 쓴 상식서가 아니라 읽으면서 인문학적 즐거움, 소양적 즐거움을 느끼기를 원하는 사람.
6. 가족의 건강이 궁금한 모든 사람들
7. 서양의학에서 평가하는 대체 의학이나, 동양 의학의 위치가 궁금한 사람
8. 집에 잘 만들어진 의학 상식 서적 하나가 꼭 필요한 사람
9. 전문 의학 서적은 머리가 아파서 이해가 안 되지만 의학적 지식은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고 싶은 사람.

이 책의 한 구절
46쪽
황제 다이어트(애트킨스 다이어트)는 그 효과가 굶는 것과 똑같다. 연료로 쓸 탄수화물이 없으니까 몸이 지방을 연소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주일 정도만 지나면 케톤증이라고 불리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지방 연소의 부산물로서 생성되는 아세토아세트산과 같은 산성 물질, 즉 케톤체가 몸에 축적되는 현상이다. 케톤증은 심해지면 뇌 기능 장애와 혼수 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질병이다. 이 때즘 되면 애트킨스는 고기만 먹지 말고 비타민 제제를 함께 먹을 것과(참으로 자연 다이어트답다), 식사에 얼마간의 야채를 곁들일 것을 권한다. 케톤체가 얼마나 되어야 지나치게 많은 것인지 궁금하다면 애트킨스의 책을 읽어보면 된다. 소변 검사로 케톤 레벨을 테스트해 볼 수 있다고 하니, 스스로 의사까지 겸하면 된다. 뇌 기능 장애와 혼수 상태만 피하면 되니까(중략)

116쪽.
휴대폰의 전자파는 좀 다른 이야기이다. 이 경우에는 불합리하다는 말을 붙일 만 하다. 휴대폰의 방사선은 비 전리적인 성질을 띠고 있다. 십대들이나 조깅족들은 늘상 라디오 헤드폰을 끼고 다니지 않은가. 그것에는 누구 하나 신경 쓰지 낳으면서, 주파수만 다를 뿐 똑 같은 방사선을 받아서 전달하는 휴대폰에 대해서는 야단법석이다. (중략)

362쪽
정크 푸드를 아무리 먹어도 여드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심각한 영양 결핍으로 흠이 생길 수 있지만 이때쯤에는 구루병까지 와 있을 때가 많다.

362쪽
지방제거수술은 순수한 미용 성형으로서 대부분 당일 퇴원 수술보다 위험도가 높다. 회복 또한 매우 고통스럽다. 제거된 지방은 그저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 피하지방일 뿐 내부 장기를 에워싸고 동맥에 달라 붙어 있는 해로운 지방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또한 제거할 수 있는 지방의 양이 매우 적어 체중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없다.

362쪽
아스피린은 심장 마비와 뇌졸중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의 발작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동시에 심각한 부작용 또한 가져올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거나 심장 발작의 위험이 크지 않은 사람이 비타민처럼 매일 복용해도 되는 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먹기 전에 의사와 상의하여 득과 실을 잘 따져 보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