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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이시다 이라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음.. 이 책에 별 4개 반을 주는 이유는 이 책이 소재가 독특하고 전개 방식이 신선하기 때문이다.
기본 스토리는 늘 그렇듯이 널려 있었던 흔한 스토리다.
어느날 죽어서 영혼으로만 존재하는 주인공이 자신의 죽음을 파헤치는 내용...
그런데 자신은 자신이 죽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더구나 죽기 전의 일정 기간 동안의 기억은 삭제되어 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가 아는 것은 내가 구덩이에 암매장 당하던 순간의 기억 뿐.
..이런 내용의 접근 방식에 있어서
이책은 오컬트의 분위기로 가기 보다는
과학적인 추리 소설의 방식을 택했다.
읽는 사람은 물론
주인공 자신조차도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종잡을 수 없고
주변은 수수께끼 투성이다.
상상해보라.
공중부양이니
유령이니 하는 이야기들은 많았지만
이책은 호러가 목적이 아니다.
더구나 주인공은 느끼는것도, 생각하는 것도 생전과 똑같다.
단지 자신이 유령이라는 점만 예전과 다를뿐.
SF 의 성격이 강한 환상 추리물.
더구나 끝없이 이어지는 수수께끼의 종착역이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한 스토리 라인.
비밀은 쉽게 밝혀질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유령인 자신이
자신을 살해한 공범자들에게
쫒기는 신세까지 된다.
그리고 애틋한 러브라인.
유령이 되서 느낀 사랑.
범인은 누구이고
자신은 왜 살해되었으며
유령인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마지막 대역전의 반전은 책을 덮을 때까진
짐작이 어렵다.
이 책을 좀더 친절하게 소개할 수도 있지만
모르고 보는 편이 독자로서는 더 즐거울 것 같아 대체적인 성향만 소개하고 끝낸다.
<참고로>
이책과 유사한 책들
1. 시드니 셀던의 추리물들
2. 만화 <월광>-공중 부양, 영혼을 다룬 만화이다. 진지한 SF.
젊은, 사회나 사랑에 시니컬한 남자가 주인공이라는 점도 비슷.
이 책과 유사한 느낌
1. 색깔: 블랙
2. 음악: 잔잔하면서 리듬감 있는 재즈. 종반에 속도감이 붙으면서 절정으로 가는.
그러나 결코 특유의 관조적인 리듬감을 잃지 않는.
3. 사람: 포커페이스. 그러나 나쁜 사람같지는 않은 젊은 남자 이미지. 날렵하고 지적인 느낌.
4. 상황: "나 거미줄에 점점 걸려드는 느낌이야. 움직이는 것 같은데 왜 점점 얽여들지?"
5. 이 책을 읽으면 좋아할 사람: 만화나 오컬트에 흥미를 가진 사람.
추리물 좋아하는 사람. 독특한 일본식의 SF물을 좋아하는 사람.
6. 일본 소설 SF 와 비교한다면?:
<엔젤>은
덜 잔인하고
덜 내면 탐구적이고
덜 궤도이탈적이다.(유령인 점만 빼면 일상인과 똑같은 주인공)
그러나.
<엔젤>은
더 사실 묘사적이고
더 영화적이며
더 모호한 끝맺음을 갖고 있다.(상징적이다)
:사실 가끔이긴 했지만
<엔젤>을 읽으면서
옛날 영화중의 하나인 "과거를 기억하지 못해 자기 몸에 글씨를 새겼던",
지금은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그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어쨌건 이 책은 "살해"와 "영혼"과 "망각"의 세가지 소재를 잘 엮은 '독자적 작품'인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영혼의 생활을 이해하는 작가 나름의 방식이 아주 재미있다.
영혼이 영혼 세계에 어떻게 적응해가고 성장하는지 잘 눈여겨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