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지금을 창피해할 필요 없다

참 서툰 사람들
박광수 지음 / 갤리온 / 2009년 1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재단하기를 좋아한다. 다른 이들의 생각,
다른 이들의 삶을 우리가 대신해 노를 젓거나 재단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오랜 세월
스스로가 정답이라고 굳게 믿은 것마저도 오답일 수 있다. 그러니 함부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자르거나 깁지 마라."

 
박광수 씨가 펴 낸 몇 번째인가의 책. 광수생각의 만화가 박광수는 그새 좀 많이 달라졌고 좀 많이 심각해진 것 처럼 보였다. 물론 원래의 그 사람의 모습이겠지만..광수생각에서보다도 훨씬 더... 깊어진 거 같은 느낌..
이제까지 사랑에 관해 주로 이야기했다면 이 책에선 사람..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조근조근 왼손으로 그리고 왼손으로 생각하고 왼손으로 써내려간 어딘가 달라보이는 그림과 글씨들은 오히려 서툴고 삐뚤빼뚤해진 우리 모습하고 참 많이 닮아 있었다.
깊이 있는 위로가 되기보다 편안히 다가와 툭. 하고 감성을 건드리는 그의 이 책은..세상을 살아가면서 참 서툴어서 슬픈.. 나 같은.. 혹은 너 같은..사람을 위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다 잘나고 잘 나가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누구든 어느 한 쪽은 아프고 어느 한 쪽은 깨지고 또 한쪽은 잔잔한 미소 머금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에게 있는 장점보다는 단점을 보기 쉽고..내가 가진 좋은 점보다 남이 가진 더 좋은 점을 부러워하기 쉽다.
나도 얼마나 많은 시간 나를 스스로 남과 비교하며 혼자 상처받아 왔는지..그리고 그들이 내게 준 가치로 나 자신을 비하하고 판단했었는지.. 

참 서툴지만.. 서툴면 서툰 대로 살아가는 것도..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그는 말한다.
꼭 완벽하게만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서툴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그럴만한 가치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내 안의 서투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조금은 서툴지만..때로 넘어져서 무릎이 다 깨져 피를 흘리게 될 지도 모르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 내 무릎 호오~ 하고 불어주며 토닥여줄 누군가의 손을 잡고 다시 한 발짝씩 떼어 나가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게 아닐까..

참 서툴기에.. 서툰 그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던..서로가 서툴기에..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그런..마음, 그런 사랑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앞으로도 쭈욱..

언제 금이 갈 지 모르는 깊은 살얼음판 위에서..

판타스틱 개미지옥 - 2007년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
서유미 지음 / 문학수첩 / 2007년 9월

"우는 소리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는 건 보기 좋다. 하지만 뭐랄까. 가끔은 모두들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가면무도회를 벌이는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가면을 쓴 채 춤을 추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맨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규칙에 어긋나고 좀 더 멋지고 화려한 가면을 쓴 사람이 승자가 된다. 원래 어떤 얼굴인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모든 인간군상들의 집합소 같은 곳. 욕망을 분출하는 배출구 같은 곳. 여자들의 천국..
백화점에서 일하는 사람들, 백화점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엮어낸 이야기.
판타스틱 개미지옥은 알면서도 외면해 왔던 그닥 유쾌하지 않은 사회의 단면을 다루고 있다.
반짝이는 비즈를 달고 있는 꽤나 예쁜 가디건 아이템이 백화점 세일기간에 들어가면서..
그 가디건을 매개로 해서 주변에서 벌어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다툼들, 신경전들..

행사장 알바로 취직해서 자꾸만 카드사용량이 늘어가서 급기야 한도초과에 연체까지 걸려 울상인 알바생 소영.
통통하고 붙임성 있는 성격이었는데 다이어트를 하면서 자꾸 까칠해져 가서 뒷말을 듣는 백화점 직원 지영.
명품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면서 만원짜리 화장품을 쓰다가 명품을 쓰게 되면서 매춘까지 하게 된 정민.
백화점 일대를 주름잡고 있는 암표상 할머니에게 걸려 매춘과 암표상을 동시에 하고 있는 영선.
소영과 정민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혀를 차게 되는 알바를 거쳐 정직원이 된 의류매장 직원 미선.
마트에서 일하면서 일주일에 딱 하루 있는 휴일날 백화점에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가서 쇼핑을 하고 직원들의 서비스를 받으며 대리만족하는 현주.

백화점에서 일하면서, 혹은 백화점을 방문하면서 그들은 자꾸..필요한 것보다 과하게 사고..과하게 쓰고.. 스스로를 백화점의 기준에 맞추어 가며 학대하게 된다. 내가 쇼핑에 그닥 관심이 없어서일까. 그냥 여기에 나오는 모든 여자들이.. 불쌍하고..스스로를 너무 학대하는 것처럼만 보였다.
비단 옷에 한정된 무언가는 아닐테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답답해지면서..참 사는 것이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기 자신의 어떤 주관이나 생각보다는 남들에게 맞추기 위해 하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정도 나이에는 이런 것쯤은 있어야, 3~40대에 명품 하나 없어서야..모든 것에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미달된다고 생각되는 사람의 경우 사회에 부적응 하는 인간으로 낙인찍어 도태시키기 일쑤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랭이가 찢어진다는 말처럼..누구에게나 적절한 필요와 각자의 형편에 맞는 또 자신의 체급에 맞는 삶의 방식이 있을진대.. 

모두가 44 사이즈를 입는다고 해서 77 사이즈를 입는 누군가가 잘못된 것이 아니고..모두가 230사이즈의 발을 갖고 있다고 해서 250사이즈의 발이 이상한 것이 아닌데..참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심리상태는 모두 같지 않으면 다르다고 생각하니...외국에 비해서 우리나라가 유독 심한 건 무엇 때문일까...

모든 사이즈를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는 외국과 다르게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나가는 의상 사이즈는 55~66이고 그마저 최근에는 44~55 추세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77부터가 빅사이즈로 불리고.. 이제 막 보기 좋게 통통해지기 시작하는 사람들조차도 옷가게에 가면 눈총 아닌 눈총을 받아야 하는..신발도.. 여자신발의 경우 225에서 250까지만 나온다. 여자신발 사이즈 중 210이나 215는 찾아볼 수가 없고.. 그나마 220도 거의 없다. 그리고 여자 발 사이즈가 255가 넘어갈 경우에는 꽤나 눈총을 받거나 아니면 남자신발을 사서 신어야 한다. 몸 사이즈에 있어서도 획일화된 기준을 맞추어야 한다니. 대체 누구를 위한 옷인지.. 옷을 위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불합리한지..참 많은 것들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다. 그냥 읽을 수만은 없는 씁쓸해지는 책이었다.
하지만... 반성도 필요한.. 이 책이 2007년의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그 이후에 바뀐 게 없다는 게 더 슬픈 일인듯;
하아... 참 웃기는 세상이 아닐 수 없다. 판타스틱 개미지옥이다 말 그대로..

무대 위의 인생, 무대 위의 즐거움

이PD의 뮤지컬 쇼쇼쇼
이지원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6월

현실은 이처럼 비참하고 냉정한 것이다. 그런 현실을 견디기 위해서 우리는 꿈을 꾼다.

하지만 우리는 꿈을 너무 쉽게 포기하곤 한다. "내가 그렇지 뭐, 원래 그런 걸 어쩌겠어?"

하지만 세르반테스는 이렇게 말한다.

"이상주의자라고요? 그래요. 하지만 이상없이 살 수 있는 용기. 난 없소이다!"
                       -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중에서 "세르반테스"의 대사(진한부분) -

 이홍렬쇼, 좋은 친구들, 결정 맛대맛, 일요일이 좋다, 유지석의 진실게임, 체인지 등을 연출했던 이지원 PD가 평소에 사랑하던 뮤지컬에 대해 설명하고 꼭 알고 가면 좋을 노래 한 곡씩과 뮤지컬에 얽힌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준 뮤지컬책 이PD의 뮤지컬 쇼쇼쇼!!
이 책에는 각종 대작뮤지컬 뿐 아니라 한국에서 롱런에 성공하고 있는 창작뮤지컬 세 편도 포함되어 있다.

세계가 열광한 클래식 대작, 이보다 더 신날 순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무대 뒤 삶의 진실, 상상 그 이상의 상상 이렇게 다섯 개의 챕터로 나누어서 총 30편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부록을 통해 초보자를 위한 뮤지컬 관람요령과 좌석선택 가이드를 안내하고 있다.
작품들 중에는 세계 4대 뮤지컬이라 불리는 레미제라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사이공 외에도
이름만 대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그리고 국내에서도 이미 라이센스 작품으로 초연되었던 에비타, 노트르담 드 파리, 그리스, 맘마미아, 맨 오브 라만차, 아이다,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돈주앙, 텔 미 온 어 선데이, 시카고, 렌트, 헤드윅, 헤어스프레이, 스위니토드, 라이온 킹.
아직 국내 라이센스로 공연되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공연될 거라는 정보가 들리는 빌리 엘리엇, 위키드, 국내 내한 공연을 자주 하는 스노우쇼와 퀴담 태양의 서커스, 남자들의 발레를 볼 수 있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국내의 장기 롱런 공연작 지하철 1호선, 사랑은 비를 타고(사비타), 김종욱 찾기. 그리고 아직 소개되지 않은.. 약간 생소한 제목의 뮤지컬 애비뉴 큐와 영화로 알려진 메리 포핀스 까지.. 다양한 뮤지컬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어서 즐겁게 볼 수 있다.

특히 각 작품 소개 뒤에는 그 작품의 메인테마라고 할 수 있는 뮤지컬 넘버 일부를 원어와 한국말 가사로 써 두어서 작품에 대한 기대도 한층 높이고 공연관람을 하러 갈 때 익숙한 넘버가 하나쯤 있을 수 있도록 알려주고 있다. 게다가 책 속에 각 장면에 센스 있게 들어가 있는 사진들과 만화가 강모림의 그림들이..독서를 더욱 즐겁게 해 주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다음번에 출간하는 이PD의 뮤지컬 쇼쇼쇼에는 국내 라이센스 작으로 공연된. 혹은 순수 국내 창작된 소극장 뮤지컬들에 대한 소개 책자가 또 한 권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든다. 순수 국내 창작 뮤지컬 중에도 꽤나 인정받고 있는 것들이 많고 소극장 라이센스 뮤지컬 중에도 괜찮은 것들이 많으니.. 이렇게 재기발랄하게 공연을 소개하는 실력으로 공연을 정말 사랑하는 한 관객으로서의 느낌을..소극장 뮤지컬 편도 써 주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 나오는 뮤지컬들이 다 보고싶어져 버렸다~
(근데..특이하게도 지킬앤 하이드가 안 들어가 있다는;; 난 지킬을 안 봤지만~ 들어갈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우움..)

무섭지만 읽고싶은 이야기..

추리/호러/스릴러 책들.. 일본 추리소설..들.. 스티븐 킹.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에 이르는 살벌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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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9년 6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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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파라다이스
강지영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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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상어- 사메지마 형사 시리즈 01
오사와 아리마사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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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딱 한 개만 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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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에 관한 제대로 된 SF

세인트 1 - 그랜드 얼라인먼트의 아이들
박정호 지음 / 피스토스 / 2007년 6월

SAINT를 만났다. 출판 전부터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기도 하고 성서를 배경으로 쓴 SF소설이라는 것들이 대부분 고만고만한 다빈치 코드의 성서왜곡이나 이런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기에 더욱 흥미를 가지기도 했었다. "그랜드 얼라인먼트"라는 생소한 단어가 부제로 달려있는 이 책은..믿기지 못할 만큼 거대한 범위와 규모를 가진 책이었다.

그랜드 얼라인먼트란, 별들이 지구를 향해서 일직선으로 놓이는 현상으로 저자는 2천년 전  예수의 탄생 때 동방박사들에게 갈 길을 알려주었던 크고 빛나는 별이 바로 이 엄청난 규모의 행성직렬 현상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가정 하에 시작된 세인트는 일반인의 범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의 스케일인데 미국최고의 정보기관인 CIA, FBI를 비롯 NAS나 이스라엘의 모사드, 러시아의 KGB 까지 아우르며 지역적으로는 한국, 미국, 스위스, 독일을 포함 전세계를 아우르고 있다.

특히 등장인물 중 케이브라는 미지의 인물은 1권의 가장 큰 열쇠를 쥐고 있으며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게 하는 책이었다.  

사실 내용의 간략한 설명으로만 보면 황당무계한 설정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철저하게 성서를 기반으로 한 이 SF는. 흡사 김진명의 그것처럼 충분한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SF소설이라고 하면 자칫 가벼워 보일 수도 있는 분위기를 성서의 구절을 인용하며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특히 인간은 영과 육과 혼으로 이루어져 있는 존재이고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짐승은 영과 육은 있되 혼이 없는 존재라는 말이 띵~하고 다가왔다. 묵시록, 요한계시록은 담고 있는 의미가 너무나도 방대해서 쉽게 해석되거나 마음대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에 상상력을 동원하여 아귀가 맞아떨어지게 세심하게 준비한 흔적이 보이는 글은..멋졌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고..아 뭐라고 써야할지 난감하다. 설명이 안돼=_=;
암튼 손에 잡자마자..미친듯이 읽어내려갔고.. 다음권이 언제 나올지 무척 기대된다는 말로... 갈무리하려고 한다.

그리고 정말 기억에 남았던 부분...발췌하여 인용한다.

 
<140p.>
"음...여호와 신은 2가지 약점이 있어요."
"신에게 약점이 있어요?"
"네. 여호와 신은 2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첫째, 그는 거짓말을 못한다는 것, 그리고 두번째, 자기가 한 말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