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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의 거짓말 - 명화로 읽는 매혹의 그리스 신화 ㅣ 명화의 거짓말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그림 감상에 정답이라는 게 있는 걸까? 그림이든, 음악이든, 책이든, 연극이든 일단 작가나 제작자의 손을 떠나면
그 감상은 오롯이 관객의, 관람자의 몫으로 남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내가 제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감상에 대한 해석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미술에 관련되어 이렇게 이렇게 감상하라, 던가 이 그림에선 이 부분을 놓치면 안 된다는 식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미술관에 새로운 전시가 걸리면 무조건 뛰어들어 가 볼만큼 그림에 열정을 불태우는 것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전시가 있으면 시간을 내어 꼭 가보려고 노력하고, 좋은 기회로 관람할 때는 정성을 다해서 보니까
그렇게 따지면 그림 감상을 좋아하는 편에 가깝다고 하겠다.
누군가에게는 난해하고 어렵다고 하는 그림도 내게는 나의 감성과 딱 들어맞는 명작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감동을 주는 그림이 내게는 별로 가치 있는 작품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기에
섣불리 보고 온 그림에 대해서 이렇다 할 평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몰랐던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는 부분이 흥미롭기도 했지만 가끔은 너무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탐닉이 보이기도 했다.
작가인 나카노 쿄코는 사실 "무서운 그림"이라는 전작의 작가로 처음 만났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겨울캠프에서 명화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전하며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는 수업이었기에
나도 먼저 그녀의 "무서운 그림"이라는 작품을 읽으며 밀레의 만종 속 바구니에는 실제로 죽은 아이의 시체가 담겨 있었다던지..
뭉크는 여성에게 버림받은 충격으로 이후에 그린 그림들에서 전반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나타내며
심지어 자신의 피로 그림의 마무리를 칠한 화가도 있다는 등.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었다.
이번에 읽은 "명화의 거짓말"은 특별히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 같다.
어린시절 플루타르크 영웅전이나 그리스로마 신화 등의 책을 접하면서 들었던 제우스와 헤라여신
그리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나 큐피드의 화살, 아가멤논, 목동 패리스의 판결, 트로이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 등..
책을 읽어가면서 그리스로마 신화와 그림들을 한꺼번에 보고 경험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리스로마의 신들은 특히 제우스의 경우 꽤나 난잡한 생활을 즐겼고 수많은 여인들을 탐했고 그리고 그것을 형상화한 그림들이 참 많다는 것..
우리에게 잘 알려진 헤라클레스에 대한 이야기나, 잘 몰랐던 여신들의 혹은 남신들의 일화들.
인간의 육체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한 화가들의 노력들. 그런 것들이 책을 읽는 내내 눈에 띄었던 부분이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두고 본다면 사실 이 책은 내게는 조금.. 불편한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예술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림도 일부러 외설적으로 비틀어 해석한 듯한 느낌도 있고...
이렇게 그림 속에 숨겨진 진실과 사연들을 다 알고 보면 오히려 자유로운 감상이 방해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그림을 맨 앞에 두고..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뒤...
뒷부분에 그림에 대한 나카노 쿄코의 설명이 곁들여졌으면 두 배 혹은 세 배로 즐거운 명화감상의 시간을 만들어주는
책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뭐..이건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한 해가 끝나간다.. 올 한해는 베르사이유 전, 오르세 전 등 평소에 보기 힘든 화려하면서도 힘있는 작품들의 전시가 많았다.
내년에는 시립미술관, 그리고 덕수궁 미술관, 예술의 전당 등에서 또 어떤 작품들을 기획하여 전시하게 될 지 모르지만
시간을 내어 또 그림을 보러 가게 될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그림에서 뿜어내는 낯설지만 익숙한 향기가 몹시 그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