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모노레일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속이는 것은,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속는 것은,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그 어느 누구도 한 번쯤은 다 해 본 유명한 보드게임 <헬로! 모노레일>의 탄생기를 다룬 이 책은

한쪽 귀가 들리지 않아 스테레오가 아닌 모노라고 불린 한 소년, 게임을 사랑하여 아침부터 밤까지 게임을 하는 부모님에게서 자라난 모노가

<헬로! 모노레일>을 만들고 구상하고 성공시킨 이후에 절친 고우창의 아버지인 고갑수 씨가 핀볼의 성자로 불리며 볼을 숭상하는 볼교에 빠지자

고우창의 아버지인 고갑수씨를 구출하러 가는 굉장히 판타지스러운 느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노의 사연은 고개를 주억거려 이해할만 하고 그런 모노가 <헬로! 모노레일>이라는 게임을 만들어 대박 히트를 친 것도 재미있지만

캐릭터의 설정을 자신이 만난 사람들도 했다는 것도 설득력 있다. 소설가인 화이트, 은행강도인 블랙, 미용사인 핑크, 농부 레드와 형사 블루까지..

책을 읽는 내내 거대한 보드게임에 빠져 있는 기분이었고 실제로도 이 책 속의 이야기는 마치 보드게임을 하듯 전개된다.

둥그런 모양을 숭상하는 볼(Ball)교라고 불리는 사이비 종교에 대한 설명이나 볼교의 교리를 듣고 있노라면

성경과 다른 타종교의 경전들을 미묘하게 믹스해 놨음도 볼 수 있고 그의 작가적 상상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일까도 고민하게 된다.

 

얼굴에 바이올린의 에프홀 모양의 화상 흉터가 남은 고우창의 동생 고우인에 대한 이야기나

미용업계의 기적인 고우창의 어머니 미용사 이수진에 대한 이야기.

이탈리아의 몬탈치노라는 마을에 가서 와인 농사를 짓는 레드의 이야기 등등..

이야기의 범위는 한국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펼쳐져 나간다.

읽는 내내 김중혁의 작품에서 흐르는 음악과 리듬감 그리고 그의 상상력을 함께 게임처럼 체험할 수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고대하고 기다리는 또 한 가지 이유가 늘어난 느낌이다.

 

p.189

가끔은 아이처럼 굴어도 좋은데 모노는 도무지 그러질 못했다. 책임질 게 너무 많았고, 부드럽게 대해주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

눈을 감고 아무 방향으로나 농담을 던져도 절대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고 거뜬하게 받아줄만한 사람이 곁에 없었다.

-김중혁, 미스터 모노레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로즈드 노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무슨 일을 하는데 최선을 다하거나 마지막까지 좌절하지 않는 강한 의지나 인내심,

상대에 대한 배려, 서로에 대한 신뢰, 서로에 대한 격려까지... 마음의 힘이라는 말을 쓸 수 있겠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지닌 힘은 아주 강하고, 많은 것을 가능케 한다는 사실을 앞으로 모든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다케우치 유코, 사와지리 에리카 주연의 영화로 먼저 들었던 클로즈드 노트.

원작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사실 아직 영화를 보진 못했고 그냥 포스터 정도만 보았는데

영화에서는 또 어떤 식으로 표현되었을지 그리고 류.. 역을 누가 맡았는지가 궁금해졌다.

학교에서 가까운 이마이 문구당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여대생 가에.

그리고 가에의 친구 하나. 하나가 유학을 떠나면서 가에는 그다지 친한 사람 없이 지내게 된다.

혼자 있는 가에에게 어느 날 하나의 남자친구인 가시마가 들이대기 시작하고

가에는 당황스럽고 부담스럽고 싫다.. 이마이 문구당에서의 알바 중에 만나게 된 손님 이시토비 씨.

그는 왠일인지 가에가 사는 방의 창문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문구당에서 다시 이시토비 씨를 만나면서 가에는 이시토비 씨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집안 정리를 하면서 우연히 발견한 이부키 선생의 일기.

아마도 가에가 사는 방의 전주인인 것 같다. 처음엔 망설이지만 일기를 읽게 된 가에는. 망설임 없이 읽어내려간다.

초등교사로서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며 최선을 다하는 이부키 선생의 모습에

가에도 왠지 모를 삶의 자극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부키 선생의 연애 이야기를 들으며 가에도 힘을 내어 이시토비 씨에게 다가가는데...

기분 좋게... 이부키 선생을 만나러 초등학교를 찾아간 가에는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음....^^ 잔잔하고 좋았다. 무엇보다 기본 스토리보다는 이부키 선생의 일기가

학교 현장에 있는 내가 느끼기에도 굉장히 생동감 있고 현실적이어서 놀라웠는데..

실제로 작가의 큰누나가 초등교사였고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누나의 일기를 발견해서

그것을 모티브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힘을 준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과 한 사람이 참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종류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로 이 문장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지닌 힘은 아주 강하고, 많은 것을 가능케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상날개짓 7 - 아기새의 엄마 길들이기 일상날개짓 7
나유진 글.그림, 김미경 감수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이렇게 엄마는 네가 어렸을 때 넘쳐나도록 충분한 사랑과 행복을 너의 표정으로,

너의 손짓 발짓으로, 너의 귀여운 말 한 마디 한 마디로

아니, 너의 존재 그 자체로 이 엄마의 가슴이 꽉 차도록 이미 다 받았단다.

그러니 잊지 말거라.

네가 인생을 살아가며 잠시 보여지는 어떤 결과로 인해.. 너에게 받은 그 사랑을 외면하는 일은 결코 없다는 사실을..

이렇게 잘 자라준 것만으로도 넌 충분히 자랑스러운 아이라는 사실을..

 

때론 이 세상이 만들어놓은 작은 잣대에 휘둘리어 네 인생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질 때도 있을 거란다...

때론 빠르게 앞서 가는 사람들을 보며 너의 방황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을거란다.

그러니 아들아...

이미 너의 사랑을 충분히 받은 엄마에게 부응하지 못할까봐 두려워 말고..

너는..

네 스스로...

네가 행복해질 수 있는...

너만의 미래를 창조하길 바란다.

지금까지 잘 이겨내 주었구나.

그래... 그거면 충분하다."

 

이런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랬는데.. 난 너무 믿음이 없었던 것 같다.

부모님의 사랑에, 사람들의 사랑에..

언제나...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며 힘을 내기를..

이 세상의 모두들.. 힘내요!!!

 

p.s: 학교에서 만든 가람이 카드..ㅋ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예보
차인표 지음 / 해냄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에게 일어난 기적은 예전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된거야.

다름이 아니라 그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들을 볼 수 있게 된 거지.

자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 혹은 자신이 말을 걸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 가득,

치열하게 자기 자리를 지켜내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거지.

분명 예전에는 안 보였는데 딱 한 발자국 더 다가가는 순간, 보이기 시작했대.

먼저 다가가는 그 순간. 멀리서는 안 보이던 진실이 보이기 시작한거지.

그때 깨달음을 얻었대. 자신이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것을.

스스로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살아 숨 쉬고 있는 자기 자신이 기적이라는 사실을 말이야."

 

작가 차인표.

누군가에게는 배우로 더 잘 기억되는 이름일테고,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작가일테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처녀작으로 기대치를 한껏 높여준 신인 작가이기도 하다. 내게는 세번째.. 이다.

배우 차인표씨가 책을 쓴다고 했을 때 흥미 반 호기심 반으로 책을 찾아 읽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배우가 잘 써야 얼마나 잘 쓰겠어 라는

나의 속좁은 편견도 있었다. 그 이전에 알려진 유명 연예인들이 글 쓴 것들 중에서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에단 호크가 쓴 소설이나

가수 이적이 쓴 <지문사냥꾼> 그리고 차인표의 첫 책과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구혜선의 <탱고>, 에픽하이의 리더 타블로의 책 등이 있었는데

사실 작가로서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항상 드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내가 감히 누군가의 글을 평가할 주제도 못 되지만 독자로서의 느낌은 그랬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차인표의 첫 작품 <잘가요, 언덕>을 읽고 나서 나는 그의 글쓰기에 매료되었다. 그것은 그가 다른 여타의 연예인들과는 달리

흔하디 흔한 현대의 인스턴트식 사랑 이야기 나부랭이로 지면을 채우지 않았다는 것도 한 몫을 했다.

그리고 그의 처녀작을 읽으며 산넘어 마을과 호랑이 포수와 어쩔 수 없이 위안부로 끌려가야 했던 우리의 아픈 역사가

적절하게 잘 정리되어 아이들도 읽을 수 있게 문장화되어 있는 것이 내가 쓴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게 했었다.

그 이후에 나는 작가 차인표의 차기작을 기다리게 되었고, 신간이 나왔다는 정보를 얻고 책을 구했다.

그래서 만나게 된 것이 바로 이 책. <오늘 예보>이다.

 

오늘 예보에는 DJ데블의 살벌한 방송멘트를 시작으로 하여 총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세 개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그리고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그들의 상태.. 세 사람의 이름은 나고단, 박대수, 이보출이다..

책을 읽는 내내 유쾌하면서도 시크한 블랙코미디 한 편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파란만장한 인생사가 등장하는 인간극장을 보는 것 같기도 하였다.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결말이다. 전체적으로 조마조마 결론이 어떻게 날지 두근대며 지켜보다가..

여기까지만 하자. 스포일러 금지.^^

 

아직 차인표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리고 연예인 작가라며 색안경을 끼고 볼 누군가에게

차인표 작가의 작품을 꼭 한 번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제까지 각종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줬던 그와는 매우 다른 모습의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주어진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그리고 의미있게.. 살아낼 수 있기를..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놓지 않는 용기를 발휘할 수 있기를..

점점 더 살기가 고단해져만 가는 세상에서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이들이 없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화의 거짓말 - 명화로 읽는 매혹의 그리스 신화 명화의 거짓말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그림 감상에 정답이라는 게 있는 걸까? 그림이든, 음악이든, 책이든, 연극이든 일단 작가나 제작자의 손을 떠나면

그 감상은 오롯이 관객의, 관람자의 몫으로 남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내가 제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감상에 대한 해석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미술에 관련되어 이렇게 이렇게 감상하라, 던가 이 그림에선 이 부분을 놓치면 안 된다는 식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미술관에 새로운 전시가 걸리면 무조건 뛰어들어 가 볼만큼 그림에 열정을 불태우는 것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전시가 있으면 시간을 내어 꼭 가보려고 노력하고, 좋은 기회로 관람할 때는 정성을 다해서 보니까

그렇게 따지면 그림 감상을 좋아하는 편에 가깝다고 하겠다.

누군가에게는 난해하고 어렵다고 하는 그림도 내게는 나의 감성과 딱 들어맞는 명작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감동을 주는 그림이 내게는 별로 가치 있는 작품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기에

섣불리 보고 온 그림에 대해서 이렇다 할 평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몰랐던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는 부분이 흥미롭기도 했지만 가끔은 너무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탐닉이 보이기도 했다.

 

작가인 나카노 쿄코는 사실 "무서운 그림"이라는 전작의 작가로 처음 만났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겨울캠프에서 명화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전하며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는 수업이었기에

나도 먼저 그녀의 "무서운 그림"이라는 작품을 읽으며 밀레의 만종 속 바구니에는 실제로 죽은 아이의 시체가 담겨 있었다던지..

뭉크는 여성에게 버림받은 충격으로 이후에 그린 그림들에서 전반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나타내며

심지어 자신의 피로 그림의 마무리를 칠한 화가도 있다는 등.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었다.

 

이번에 읽은 "명화의 거짓말"은 특별히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 같다.

어린시절 플루타르크 영웅전이나 그리스로마 신화 등의 책을 접하면서 들었던 제우스와 헤라여신

그리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나 큐피드의 화살, 아가멤논, 목동 패리스의 판결, 트로이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 등..

책을 읽어가면서 그리스로마 신화와 그림들을 한꺼번에 보고 경험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리스로마의 신들은 특히 제우스의 경우 꽤나 난잡한 생활을 즐겼고 수많은 여인들을 탐했고 그리고 그것을 형상화한 그림들이 참 많다는 것..

우리에게 잘 알려진 헤라클레스에 대한 이야기나, 잘 몰랐던 여신들의 혹은 남신들의 일화들.

인간의 육체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한 화가들의 노력들. 그런 것들이 책을 읽는 내내 눈에 띄었던 부분이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두고 본다면 사실 이 책은 내게는 조금.. 불편한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예술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림도 일부러 외설적으로 비틀어 해석한 듯한 느낌도 있고...

이렇게 그림 속에 숨겨진 진실과 사연들을 다 알고 보면 오히려 자유로운 감상이 방해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그림을 맨 앞에 두고..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뒤...

뒷부분에 그림에 대한 나카노 쿄코의 설명이 곁들여졌으면 두 배 혹은 세 배로 즐거운 명화감상의 시간을 만들어주는

책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뭐..이건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한 해가 끝나간다.. 올 한해는 베르사이유 전, 오르세 전 등 평소에 보기 힘든 화려하면서도 힘있는 작품들의 전시가 많았다.

내년에는 시립미술관, 그리고 덕수궁 미술관, 예술의 전당 등에서 또 어떤 작품들을 기획하여 전시하게 될 지 모르지만

시간을 내어 또 그림을 보러 가게 될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그림에서 뿜어내는 낯설지만 익숙한 향기가 몹시 그리워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