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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평점 :
이병률 작가의 여행산문집..사실 끌림이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정작 읽을 기회는 없었다가 오늘 이병률 작가의 신작을 읽을 기회를 만들었는데 무척 좋아서 끌림도 도전해 보려고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작가와 함께 훌쩍 여행을 떠나서 돌고 돌아 다시 길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책 속에서 나를 덜컹거리게 했던 문장들을 적는 것으로 리뷰를 대신해 보려고 한다.
<책 속에서..>
마음 속에 빈 새장을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그 안에 무엇을 담게 된다.
음악이란 건 확실히 그랬다. 어떤 시간이든 인내할 수 있었다. 각각 네 파트에서 하나로 뿜는 음들을, 소리들을 비 오는 날이면 더 멀리 울려 퍼지게 할 수 있다는 것,
음의 높고 낮음으로 길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나는 껍질 밖으로 기어나오고 있었다.
사랑하기에는 조금 가난한 것이 낫고
사랑하기에는 오늘이 다 가기 전이 좋다.
눈이 내리는 날에만 바깥으로 나가요. 하고 싶은 것들을 묶어두면 안 되겠죠.
서로가 서로에 대해 절망한 것을 사과할 일도 없으며, 세상 모두가 흰색이니 의심도 없겠죠.
죽은 것도 아니고 살아가는 것도 아닌 중간인 것, 그것이 이별이다.
나와 상관없는 일은 보이지 않고, 내가 필요로 하는 색만 보인다.
우리가 분홍색을 알아볼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그걸 원하고 있을 때만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누구나 살고 있지만 누구나 살아 있다고 느끼기 어려운 것처럼.
형편없는 상태의 네 빈 집과 잔뜩 헝클어진 채로 돌아온 네가 서로 껴안는 것, 그게 여행이니까.
그렇게 네가 돌아온 후에 우리 만나자.
말 한 마디가 오래 남을 때가 있다. 다른 사람 귀에는 아무 말도 아니게 들릴 수 있을텐데
뱅그르 뱅그르 내 마음 한 가운데로 떨어지는 말, 한 마디 말일 뿐인데 진동이 센 말,
그 말이 나를 뚫고 지나가 내 뒷편의 나무에 가서 꽂힐 것 같은 말이.
주황은 배고픔의 색깔이다.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 사랑에 굶주린 사람, 사랑에 병든 사람이나 병적인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그래서 주황이다.
삶이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될 때마다 어김없이 눈은 내렸고 그것은 기적이었다.
눈이 쌓이듯 슬픔이 차오르기 시작할 때마다 문득문득 살고 싶어졌으니 그것은 기적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듣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그 어떤 말도 들린다.
열정을 다해서 끝까지 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면서,
전속력을 다해 하고 싶은 것 가까이 갔다가 아무 결과를 껴안지 못하고 되돌아 오는 연습을 하면서 우리도 살고 있지 않은가,
오늘 하루도, 내일 하루도, 아니 어쩌면 우린 영원히 그 연습을 하면서 살아야 할 지 모른다.
당신이 즐겁게 살자는 말의 의미는 분명하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고통의 반대편이어야 할 것.
이 삶의 그 어떤 작은 고통까지도 모두 지워내자는 것.
-이병률 여행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