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키친하우스
캐슬린 그리섬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어떻게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마마의 진실을 들었고 그 말을 마음으로 믿었다.
과거를 찾은 난 이제 미래를 준 마마에게 매달렸다. 마마!! 나는 울부짖었다. 마마!!
그러자 내가 그곳에 도착한 뒤로 꽁꽁 묻어두었던 눈물이 마침내 터져 나왔다.
마마는 여기에 있어.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마마는 여기에 있어."
꽤나 오랫동안 가지고만 다니다가 이제서야 읽을 마음이 생겼다.
아일랜드에서 넘어오다가 사고로 엄마와 아빠를 모두 잃은 뒤 백인 고아로 농장에 팔려온 소녀 라비니아와
농장주의 숨겨진 딸이면서도 노예로 살아가는 혼혈아 벨을 통해서 바라보게 되는 남부의 인종차별과 노예로 사는 이야기
그리고 그 가족에게 얽힌 잔인하리만큼의 이야기들..
백인 고아 라비니아는 버지니아의 한 농장으로 팔려와 흑인들의 쉼터인 키친하우스에서 일하는 흑인 노예 벨에게 맡겨지고
라비니아는 그들을 점차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백인의 빅하우스와 흑인들의 키친하우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있던 라비니아는 그녀가 키친하우스를 회복하기 원하는 것과는 반대로 오히려
점점 더 빅하우스 쪽에 가까워지게 된다. 인종차별과 무자비한 폭력 그리고 성폭행
잔인한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에 다름없기에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남부의 흑인노예에 대해 다룬 책들 중에서는 우리가 익히 아는 존 스토트 여사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가장 유명할거다.
그 외에도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 라던가 한국작가 김영하의 <검은 꽃> 등이 그러한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데..
최근 관련된 책들이 새롭게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예전에 읽었던 앨리스 워커의 <칼라 피플>도 그렇고 작년에 읽었던 <헬프 1~3>도 그렇다.
캐슬린 그리섬의 <키친하우스>는 또다른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었다.
생명의 존엄함, 인권, 인격 같은 건 개무시당한 채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집을 섬기며 살아야 하는 흑인노예의 아픈 삶과
마음은 흑인들에게 있으나 피부색이 하얘서 그리고 상황상 마셜의 아내가 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려 가는 라비니아의 삶 그리고 당연한 듯 폭력과 폭행, 성폭력을 일삼으며 자라가는 주인아들 마셜과 그에게 그런 것들을 가르친 관리인 랭킨까지.
보는 내내 끔찍하기도 했고 우울하기도 슬프기도 했다. 그래도 라비니아에게 앞으로는 새 희망만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