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얼룩진 교과서 1
모모세 시노부 지음, 한성례 옮김, 사카모토 유지 극본 / 느낌이있는책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두 동강 난 연필 몇 자루. 유성펜으로 온통 까맣게 덧칠해져 글씨를 알아보기 힘든 찢어진 교과서.
죽어, 죽어버려, 쓰레기, 구려, 눈엣가시, 언제 죽을 거야? 나한테 가까이 오지 마. 이런 말들이 한가득 쓰여 있는 공책.
손에 닿는 것조차 꺼려지는 쓰레기. 목을 매단 부모님 아래서 울고 있는 여자아이 그림."
“왕따.”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그 물건들을 바라보고 있는 가지 옆에서 쓰미키가 중얼거렸다.
“자살.”
 
청량리 롯데 영풍문고에서 일행을 기다리며 서서 읽은...책인데 학교폭력 예방대사로 위촉된 윤도현의 추천작이라고 한다.
요즘 왠지 이런 책들을 많이 읽게 되는 것 같은데 이 책 역시 한 학생의 자살과 관련하여서
그 아이가 왕따를 당하고 그 고통으로 생명을 포기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일본 열도를 들끓게 한 일본판 <도가니>.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홍보대사 윤도현이 아빠의 마음으로 추천한 책.
일본에서 2008년 드라마 "우리들의 교과서"로 무코다 쿠니코상을 수상한 TV 드라마를 소설화한 작품이다.

소설 속에는 그들의 심리가 너무도 세밀하게 그려지고 있다. 가해 학생들은 자존감이 없어 보이는 아이를 '대상'으로 고른다.
상황에 따라 가해대상을 바꾸기도 한다. 누구라도 가해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가해학생도 집단 따돌림의 공포에 시달리고,
그 때문에 더 열심히 폭력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또한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따돌림당하는 학생이 느끼는 공포와 고통을 처절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학교폭력에 학생들이 왜 침묵하는지, 학교는 왜 감추려 하고 선생님들은 왜 무기력한지'를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임시교사로 부임한 가지는 아이자와의 마지막 요청을 받았지만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아이자와는 죽어버린다.
가지는 변호사이자 아이자와의 새엄마였던 쓰미키 씨와 함께 진실을 밝히려 하지만 학교의 반대에 부딪히고
아메키 교감에게 의논하고 증거를 주지만 증거도 모두 사라져 버리게 된다.
그 가운데 왠지 학교의 생리를 이해하게 된 가지는 쓰미키씨를 배반하고 학교의 편에 선다.
 
아이들의 세계... 어른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도 학교폭력의 징후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모든 책임을 학교에만 떠넘기는 것도 능사는 아니며, 학부모의 적극적인 협조와 가해 학부모의 반성도 필요하다.
자신이 밝히기 싫은 일을 누군가가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함께 사실을 아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배척하고
어느새 모든 아이들이 이유도 모르면서 그 아이를 미워하고 배척하고... 반복되는 학교폭력... 참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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