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베이컨시 세트 - 전2권
조앤 K. 롤링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수첩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통증이 철거용 쇠공처럼 뇌를 썩 갈랐다.

차가운 아스팔트에 철퍼덕 부딪힌 무릎의 통증마저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시의원으로 일하고 있는 배리 페어브라더.

결혼기념일, 아내와의 저녁식사를 하러 가던 중 급성뇌출혈로 사망한다.

작은 마을 패그포트 그리고 인접한 야빌 시.. 그곳에서 지역유지로 영향력을 지니고 있던 배리의 죽음에 새롭게 생기게 된 시의원 공석 자리를 놓고

이 마을의 여러 이해관계들이 충돌하기 시작한다. 이번에야말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하는 하워드 몰리슨은 아들 마일스를 지지하고,

부수입을 원하는 사이먼 프라이스도 선거에 뛰어들며 교감으로 일하고 있는 콜린 월도 친한 친구 배리의 뒤를 이을 사람은 자기뿐이라며 출마를 원한다.

죽은 배리의 아내 메리는 혼란스러워하고, 배리의 절친이었던 개빈 휴즈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서기로 한다.

배리와 친하게 지내고 시의원 중의 한 명인 냉철한 의사 파민더 자완다는 혼란스러움을 느끼는데...

그렇지만 어른들의 욕망과는 또 별개로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또 전혀 다른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기가 눌린 앤드루 프라이스(일명 아프), 입양된 아들로 콜린의 모든 행동을 역겨워 하는 스튜어트 월(일명 팻츠),

언니와 동생의 기에 눌린채 엄마를 증오하고 같은 학교 학생들에겐 언제나 털복숭이라는 놀림을 당하는 리스트컷 증후군을 앓고 있는 수크빈더 자민다,

원치않는 십대의 임신으로 태어나 마약중독이 된 엄마 테리 위든과 함께 사는 쉬운 여자아이 크리스털 위든과 아빠도 모르는 동생 로비 위든,

각각의 아이들이 지닌 부모에 대한 불만은 마침내 새로운 형태가 되어 나타나고,

시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배리 페어브라더의 유령이 올리는 비방글에 어른들의 세상에선 감춰왔던 수치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는데....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같은 책을 기대하고 책을 읽고자 한다면 당장 내려놓는게 좋을...

대체 해리포터가 없는 조앤롤링은 어떤 책을 쓸까?

캐주얼 베이컨시는 한 마디로 어른들과 청소년 아이들의 욕망과 분노, 갈등, 그리고 여러가지 사회적 이슈와 관계들이 충돌하는 것을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진진했던 부분은 가장 첫 부분의 세 페이지! 즉 배리 페어브라더가 죽음에 이르는 장면이다.

놀랄만한 흡입력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인 조앤롤링은 뒤에 각각의 인간군상들이 서로를 모두 다 알고 있는 자그마한 마을에서 배리의 죽음이 가져오는 여파,

그리고 욕망, 분노, 갈등, 숨겨진 진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그래서 때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어지럽기도 하고 정신없기도 하며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인간관계의 모순들을 바닥까지 박박 긁어내려 이야기 하는 바람에 때로 욕지기가 치밀만큼 구토를 유발하기도 한다.

조앤 롤링은 이 책의 서문에서 "작가란 자신이 쓰고 싶은 것, 또는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글로 옮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캐주얼 베이컨시>는 제가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작품이었지요." 라고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캐주얼 베이컨시는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린 해리포터가 사라진 세상에 사는 어른들의 진실을 그려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순진하고 단순하게 여전히 해리포터를 그리며 살고 있는 누군가에겐 충격적인 이야기가 될테고, 해리포터 따윈 없다는 것을 깨달아 버릴 만큼 닳고 닳은 누군가에게는 그저 자신의 흘러가는 일상과 다름없는 이야기일지도.. 앞으로 새로운 조앤 롤링이 들려줄 이야기가 조금 궁금해지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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