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참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것들이. 매 분 매 초가 전보다 더더욱 끔찍했다.

지난 몇 주 동안 우리가 함께 보낸 추억의 시간들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추억하는 기쁨을 빼앗겨 버린 느낌이었다. 더 이상 함께 추억을 되살릴 사람이 없으니까.

함께 추억할 사람을 잃는 건 마치 추억 그 자체를 잃는 것 같았다.

우리가 했던 일들이 몇 시간 전에 떠올렸을 때보다 덜 중요하고 비현실적으로 변해버린 것 같았다."

 

열 여섯살 헤이즐, 그녀는 말기암 환자다. 그녀가 병원에 갔을 때는 갑상선 암이 폐까지 전이되어 이미 폐가 손 쓸수 없이 망가져 있었고 폐에는 물이 가득차 그녀는 산소호흡기로도 숨을 쉬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겨우겨우 산소 탱크를 연결한 코줄을 달고 그녀는 다시 시간을 얻었다. 그녀는 엄마의 권유(혹은 강요?)로 무기력증과 완벽한 임상학적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포트 그룹 집회에 일주일에 한 번씩 참여하게 된다. 여러가지 다양한 암의 과정 중에 있는 아이들이 모여서 자신의 병세를 이야기 하고 이번주에는 어떻게 지냈는지 뭐 그런 것들을 나누는 자리이다.

어느날 처음 보는 친구가 등장한다. 안암을 앓아 결국 장님이 되어버린 친구 아이작을 도와주기 위해서 온 열 일곱살의 어거스터스(일명 거스). 어거스터스 역시 1년 반 전에 골육종을 앓았고 현재는 관해상태(병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상태)인 아이. 모임에서 어거스터스와 헤이즐은 서로에게서 뭔가 다른 것을 느낀다. 그리고 두 사람은 얼마 남지 않은 자신들의 시간 때문인지, 아니면 말이 서로 너무나 잘 통했는지 모르지만 급속도로 친해진다.

서로에게 각자가 읽던 책을 추천해 주는 두 사람, 거스는 메이넴 하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새벽의 저주>를 헤이즐은 백만번도 넘게 읽은 책 피터 반 호텐이 쓴 <장엄한 고뇌>를 서로 바꿔 읽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장엄한 고뇌>의 미심쩍은? 결말 이후로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한다. 헤이즐을 위해 거스는 피터 반 호텐 작가의 비서에게 메일을 보내게 되고, 두 사람은 무려 암스테르담으로 피터 반 호텐을 만나러 갈 놀라운 기회를 얻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죽음이라는 커다란 혹은 무거운 일, 게다가 잠자듯 편하게 천수를 누리고 가는 것도 아니고 아직 십 대의 나이에 여러가지 암의 발병으로 인해서 죽어가는 소년 소녀가 깔깔대며 웃고, 게임을 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고 이런 것들이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아픈 사람들 역시 각자의 삶이 있을테고, 심하게 아프지 않을 때는 각자의 삶을 영위해 나가며 좋아하는 것도 있고 싫어하는 것도 있고 관심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게 아닌가 싶어서 이내 유쾌한 헤이즐과 거스의 수다에 빠져들게 되었다. <장엄한 고뇌>를 함께 읽으며 굉장히 어려워보이는 용어로 젠제하며 혹은 덤덤한 듯 멋들어지게 토론하는 모습도, 서로의 추억을 만들어 가는 모습도 읽는 내내 못 견디게 좋았다. 죽어가는 이들을 다루고 있고 실제로 이들에게 죽음이 언제 닥쳐올지 조마조마해 하며 책을 읽어내려가긴 했지만 그런 불안감은 잠시 잊게 할 만큼 이 두 아이들의 젊은 십 대의 청춘은 아프건 그렇지 않건 간에 똑같이 치기 어리고 유치하기도 하며, 별 것 아닌 일에 미칠 듯이 고민하기도 하고, 세상의 모든 고뇌를 뒤집어쓰기도 한 듯 그렇게 살아가는 십대를 잘 그려내고 있었다.

 

죽음을 앞두고 있고, 산소탱크를 매달고 다니고, 겨우 겨우 하루하루 목숨을 부지해 간다고 할 지라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아픈 것이, 헤이즐이 산소탱크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것이, 거스의 몸 상태가 급변하는 것이, 그들의 책임이 아니듯이, 결코 진실한 희망과 소망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라는 제목처럼 측정되기 어려울만큼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이 아이들의 삶을 결코 행복하다고, 편안하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나름대로의 삶에 가득한 은유와 비유들 그리고 철학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더 깊이 있는 독서를 가능하게 해 준 것 같다.

 

"내가 뭘 믿는지는 모르겠단다, 헤이즐. 어른이 된다는 건 자신이 뭘 믿는지 아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 경험으로는 그렇지가 않더구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