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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릴리 블레이크 지음, 정윤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저는 전쟁터에 나가는 게 아니라, 그저 안전히 성 안에 숨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거예요.
여왕이 저를 찾아온다면, 저는 맞서 싸울 겁니다. 만약 여왕이 저를 찾아오지 않는다면 제가 직접 찾아갈 거예요.
혼자 싸워야 한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어요. 하지만 여러분이 도와주신다면 이 한 목숨을 백성을 위해 바치겠어요.
왜냐하면 이 땅과 백성들은 이미 너무도 많은 것을 잃어 왔기 때문이에요."
이미 영화로 먼저 만났던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 우리에게 익숙한 백설공주의 판타지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화려한 특수효과를 비롯해 몬스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에 대한 입소문으로 인기를 끌었다.
막상 본 영화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음침하고 어두워서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새로운 해석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고,
영화 말미에 허무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이 이야기가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번에 개봉했던 그리고 책으로 출간된 내용은
겨우 1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나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섭섭한 마음이 좀 달래졌었다.
책으로 만난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를 먼저 본 까닭에 등장인물이 영화 캐릭터와 겹쳐지는 부분이 많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하이틴 소설에 가까운 내용이어서 살짝 아쉽고 실망스럽기도 했다.
미국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뱀파이어 다이어리도 그랬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좀 더 깊이 있고 무게감 있는 것처럼 느껴지던 내용이
책을 통해서는 가벼운 소년소녀의 모험소설 정도의 느낌이어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아쉬움이 더욱 컸던 것 같다.
영화를 먼저 보고 나서 책을 접한 후 실망하지 않은 경우는 많지 않은걸로 보아서 역시 원작을 먼저 읽는 편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신부 라벤나가 10년 전, 왕의 재혼 결혼식날 돌변하여 반역을 일으키고 왕의 딸을 탑 속 감옥에 감금한다.
그리고 여왕 라벤나는 소녀들의 젊음을 빨아들여 절대적인 마법의 힘과 아름다움을 유지한다.
빈틈없는 감시하에 탑의 감옥에 갇혀 있던 왕의 딸 백설공주는 그녀의 심장을 통해 힘을 빼앗으려는 여왕의 속임수를 뒤로 하고 탈출에 성공한다.
어린 시절 형제처럼 자란 윌리엄 해먼드와 그의 아버지 해먼드 공작의 영지로 향하는 백설공주는
공주를 잡으러 왕비가 보낸 사냥꾼 에릭과 본의 아니게 동행하게 되고, 어둠의 숲에서 유일하게 살아나온 전력을 가진 사냥꾼 에릭은
자신이 사냥하려 했던 대상이 이 나라의 정통 왕위계승자인 백설공주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공주의 약속을 통해 백설공주를 돕기로 한다.
백설공주 이야기는 하고 많은 전래동화식 이야기 중에서도 공주가 계속해서 사냥꾼, 난장이들, 왕자의 도움을 받게 하는
그야말로 자립심이라곤 쥐뿔만큼도 없는 공주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면, 이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에서는 공주가 더 이상 수동적이고 연약한
보호를 원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뛰어넘으며 왕위계승자로서의 자질을 입증하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이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백설공주 원작의 왕자와는 사뭇 다른 거칠고 사나운 캐릭터 사냥꾼 에릭과 공주와의 모험 이야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어떤 결론이 날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행복하게 두 사람은 결혼하고 잘 살았어요로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바로 연약하게만 여겨졌던 공주의 캐릭터가 자립하는 데 있고, 스스로 홀로 있어도 왕위계승자로서
나라를 다스리는 자로서의 리더십과 왕위에 걸맞는 품성과 자질을 지녔다는 것을 독자들이 기대하면서 보기 때문에
아마도 사납고 거친 헌츠맨 사냥꾼 에릭도 백설공주가 자신의 방법으로 사로잡는 내용들이 앞으로 등장하지 않을까 싶다.
시대가 달리지면서 성 역할의 개념도 많이 달라졌고, 전통적으로 남성의 일 혹은 여성의 일이라고 구분지어졌던 그 경계도 많이 모호해졌고
하다못해 입는 옷에서도 성의 구분이 많이 사라진지 오래인 것 같다. 90년대부터 불었던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것 같다.
이제는 성역할에 따른 구분이 아니라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격과 성향에 대한 부분이 사람을 판단하고 알아가는데 더 많은 부분을 결정하는 것이
사실인만큼 앞으로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에 등장하는 백설공주는 어떤 인간적인 매력으로 독자들을 그리고 자신의 나라 백성들을
다스리고 이끌어가는 지도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될 지 후속 도서들이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