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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레드 로드
모이라 영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잘 들으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나도 모른다. 난 그저 어렴풋한 그림자만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들에겐 네가 필요할 거야, 사바. 루와 에미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있단다.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거야.
두려움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강해지렴. 네가 강하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내 말 알겠니?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돼.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헝거게임 3부작의 뒤를 이을 새로운 소녀 전사의 탄생. 이라는 카피가 궁금해서 끌렸던 책. 더스트랜드 3부작의 첫번째 권인 이 책은
배우이자 댄서, 오페라 가수 등으로 활동하다 작가로 데뷔한 드문 케이스의 작가인 모이라 영의 첫 장편소설이다.
<글래디에이터>를 만든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정식 출간 전부터 판권을 사들여 영화화하기로 했다고도 한다.
여러가지 면에서 헝거게임과 비견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새로운 시리즈로서 첫 출발의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줄거리..>
은빛호수에서 살고 있는 가족 아빠와 이란성쌍둥이 남매인 오빠 루와 여동생 사바. 그리고 막내 여동생 에미.
엄마는 에미를 낳다가 죽었고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 아빠는 뭔가에 홀린 듯 자신을 잃어버린 채 매번 별만 관찰하며 살아간다.
황금빛 머리칼에 파란 눈, 강인하고 아름다운 빛의 속성을 가진 오빠 루와 달리 이란성 쌍둥이인 사바는 모든 면에서 루와는 반대된다.
사바는 검은 머리칼, 갈색 눈, 비쩍 마르고 못생겼다. 사바는 스스로 오빠 루의 그림자일 뿐이라고 느낀다.
어느 평범한 날, 일년 반 가까이 말라붙은 은빛호수 때문에 생활이 어려울 무렵, 처음 보는 검은 옷을 입은 네 명의 사내가 은빛호수를 찾아온다.
그리고 그들은 사바가 보는 앞에서 아버지를 죽이고 태양 같은 오빠 루를 납치해 간다. 동짓날 태어난 남자아이.. 루..
사바는 눈물을 흘릴 틈도 없다. 루가 납치되어 간 곳을 찾아내서 구출해야 한다. 그렇게 사바는 살던 은빛호수를 떠나 사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일이 꼬여 사바는 묶인 몸으로 철창 격투사로서 팔리게 되고 철창에서 세 번 지면 관중들에 의해 공개처형을 당하게 되는 룰이 적용되는
잔혹한 철창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살아남아 오빠 루를 구하러 가기 위해 내면의 불을 타오르게 하는데...
까마귀 네로와 함께 떠난 여행. 늘 귀찮아 방해만 된다고 생각하는 여동생 에미. 그리고 엄마의 절친인 머시 아줌마.
잔혹한 철창에서의 살아남기 위한 격투. 그로 인해 얻게 된 죽음의 천사 라는 호칭.
알려지지 않은 자유의 평원에 대한 사실을 알고 전체 지역을 통제하는 왕과 왕의 부하인 톤톤 들에 대해서 알게 되고..
마음의 돌이 향하는 곳을 찾아 잭과 동행하게 되고, 소녀들의 자유해방군인 자유의 매의 도움을 받아 철창을 탈출하고
검은나무숲에서 자유의 평원을 찾아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각종 험난한 안개와 30미터가 넘는 커다란 지옥벌레와 진실..
언제나 빛나던 오빠 루의 뒤만 따라가던 소녀 사바는 오빠의 납치로 인해서 비로소 자신 안에 잠자고 있던 또 하나의 본성을 깨운다.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오빠라는 커다랗고 위대한 그늘 아래 가두고 있던 사바는
어쩌면 루가 납치되는 그 순간부터 비로소 자신만의 길을 향해 성장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코맥 매카시의 책 로드와 수잔 콜린스의 헝거게임을 합쳐놓은 듯한 느낌도 있지만,
블러드 레드 로드만이 가지는 독특하고도 특별한 세계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평범해보이는 아니 오히려 못나보이는 한 소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 간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판타지 이면서도 한 소녀의 성장에 관한 소설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리고 자라면서 사랑을 배우고 깨닫고,
더 이상 오빠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다음 권에 또 얼만큼 주인공인 사바가 성장하게 될지를 기대하게 하는 책이었다.
"넌 내 핏속에 흘러, 사바. 내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고, 내 호흡 속에, 내 뼛속에 있지...
하느님 도와주세요. 넌 사방에 존재해. 처음 너를 보는 순간부터 그랬어."
사바는 결코 약하지 않다. 그동안 만났던 어떤 소녀 전사만큼이나 강하다. 글쎄 헝거게임의 캣니스와 사바가 대결하게 된다면??
어쩌면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잠깐이나마 해 보았다.
난 책을 읽는 처음부터 결국 사바가 자신이 목표했던 그것을 이뤄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여타의 소녀 주인공들처럼 사랑스럽지는 않지만 강인하고 포기하지 않는, 그리고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에 대한 강렬한 책임감과 도전정신
그런 것들이 이 책의 사바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두려움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강해지렴.
아빠의 마지막 말을 충실히.. 따라준 사바를 보며. 나에게도 그런 용기가 생기기를..
아버지의 말을.. 충실히 따라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야 할 세상 속에서 강해질 수 있기를.. 그래서 비로소 그 목표에..
나의 꿈에 도달할 수 있기를 사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