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탄생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0인과의 인터뷰
카렌 호른 지음, 안기순.김미란.최다인 옮김, 안기정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경제학자가 된 이유 중 하나는 단순히 경제학이 갖고 있는 문제,

즉 세상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에 직접적으로 이끌렸기 때문이다."

 

경제학. 듣기만 해도 뭔가 딱딱하고 원론적일 것 같은 느낌에 500페이지에 가까운 두께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이 나를 주눅들게 해서 한동안 이 책을 펴 볼 수조차 없었다. 그냥 대충 훑어보아도 뭔가 나랑은 별로 궁합이 맞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영위하기 위해서 생산활동을 하고, 무언가를 소비하고, 무언가를 획득하며, 자신의 가치를 상향조정하고 하는 모든 활동이 경제학과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없음이 분명한데도 사실 우리는 경제학 이라고 했을 때 뭔가 거시적이고 거대한 나와는 맞지 않는 혹은 가까이 할 수조차 없는 어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게 이 책도 처음에는 너무나 부담스러워서 어떻게 읽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책의 원제는 Road of Wisdom 지혜의 길.이라고 했다. 길이라는 단어를 너무 좋아해서 닉네임과 아이디에까지 쓰고 있기에 과연 경제학이 지혜의 길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조금 궁금해졌다. 서문부터 차근차근 읽어내려 가기로 하고 펼친 책에는 이 책이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이야기라는 정보가 나와 있었다. 그리고 중학교 사회시간에 배워서 들어 알고 있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즉,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내용이 담긴 국부론 이야기와 경제학의 정체성 확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었다. 그리고 한 번쯤 들어보았던 케인스의 일반이론에 관한 언급도 살짝 되어 있어 처음보다는 호기심이 생긴 나는 목차를 꼼꼼히 살펴보기로 했다.   

 

맙소사! 목차만 보는데도 눈이 휘둥그레지고 머리가 어질어질.. 그나마 알고 있는 이름은 제임스 뷰캐넌 뿐. 다른 사람은 사실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었다. 하다못해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라는 폴 새뮤얼슨의 이름마저 생소하니 대체;;; 어떻게 책읽기를 할 수 있을지 다시 걱정이 눈 앞을 가렸지만 꾹 참고 한 장 한 장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다른 여타의 책들처럼 순식간에 읽어내려가지는 못했지만 시간을 내어 정독과 발췌독을 거듭하면서 이 책에 담긴 10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말하는 경제학. 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p.12

올바른 길이란 없다. 모든 것은 목표를 가진 사람이 언제 어디에 서 있으며 어떤 수단을 사용하는지, 무엇을 선호하고 어떤 것을 옳거나 그르다고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다.

 

폴 새뮤얼슨을 시작으로 전개된 열 명의 경제학자들에 대한 인터뷰는 경제학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무지하던 나에게 어떤 종류의 깨달음과 가르침을 주었다. 수학적 방법을 이용한 경제 분석을 통해 경제학의 분석 방법을 한 단계 높은 지평으로 올려 놓았던 새뮤얼슨은 일생 동안 무려 한 달에 한 편꼴로 전문적인 논문을 내놓았다고 하는데, 나도 학사와 석사 때 모두 논문을 써 보아서 알지만;; 논문을 쓰는 것이 진짜 보통일이 아닌데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경제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기본 개념과 이론을 정립했다고 하니 명실공히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릴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사회적 선택 이론을 주창하고 일반 균형 이론을 연구한 케네스 애로,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그나마 들어본?) 이름이었던 제임스 뷰캐넌. 그는 현실 정치와 경제의 상호 관계에 근거한 이론을 정립해 공공 선택 이론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걸출한 교수이자 경제 성장에 관한 이론적 연구로 기존의 해롤드-도마의 성장모델의 한계점을 발견하는 논문을 썼던 로버트 솔로, 또한 그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상반 관계 설립에 대해 밝히고 필립스 곡선이 미국에서 확산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다음으로 모든 사회적 현상을 수리 경제학 방법론에 의해 연구했던 경제학의 이단아 게리 베커, 앞선 다섯명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경제학자로서의 연구의 내용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까지도 돌아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경제사의 계량적 분석 방법을 응용하여 경제사 연구에 새로운 획을 그은 더글러스 노스, 게임 이론의 선구자 라인하르트 젤텐,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통해 경제 현상을 분석한 조지 애컬로프. 그는 마이클 스펜스,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수상했다. 애컬로프는 무려 박사논문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연구가인지를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애컬로프는 효율성 임금 이론을 발표했고, 통화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애컬로프의 한 마디가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경제학을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내게도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져주었다. 

 

p.310

경제학과 관련된 그의 일련의 활동은 열정, 즉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윤택하게 만들고 세상을 바로잡는 데 공헌' 하기 위함이라는 어찌 보면 평범한 동기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경제학계 전체가 추구해야 할 길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우리는 세상을 바로잡을 의무가 있습니다."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훌륭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애컬로프를 보며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경제인들이 이런 마인드로 정치를 하고 사업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했다.

 

10년 전인 2002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버넌 스미스는 자연 과학적 실험 방법에 의거하여 실제 경제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그는 사회주의자였던 어머니를 두었지만 애덤 스미스의 노동 분업에 기반을 둔 하이에크의 지식 분업 개념에 깊이 공감하면서 다양한 원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자신의 이론을 펼쳤다. 필립스 곡선에 의문을 가졌던 에드먼드 펠프스는 「화폐 임금 역동성과 노동 시장 균형」이라는 논문을 통해 기대 반영 필립스 곡선으로 불리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위에 만났던 10명의 경제학자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각자 학자와 그 이론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경제학 분야에서의 기여도에 따라 설명한 후에는 일반적인 경제적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10명의 학자가 답변한 간단한 내용으로 보면서 각 경제학자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도 있었다. 마지막의 해답 부분을 통해 이 책에서는 경제학자로서 산다는 것, 경제학자가 되기 위해서 그들이 선택했던 것들, 10인의 경제학자들의 인생을 통해 깨닫게 된 것들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함으로써 일반 독자에게는 흥미를 그리고 경제학자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어떤 꿈에 대한 준비와 도전에 대한 인식과 분명한 목적을 세울 수 있도록 잘 정리해 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몹시 어려웠고 경제학 용어에 익숙하지도 않아서 많은 시간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뒤집어 보아야 했지만 지식의 탄생(원제 : 지혜의 길)을 통해서 나도 뭔가 한걸음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분야에 가까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면 꽤나 성공적인 독서를 한 것이 아닌가라는 자기 위안을 해 보며 리뷰를 마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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