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동행
미치 앨봄 지음, 이수경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초에 질문이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 질문은 대답을 찾았다.

하나님은 노래하시고, 우리도 그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이,

하지만 그것은 결국 하나의 노래다. 똑같이 아름다운 노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로 우리들에게 익숙한 작가 미치 앨봄. 그가 자신이 어릴 때부터 다녔던 유대교 회당의 랍비 렙으로부터

렙이 죽은 후의 추도사를 부탁받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오랫동안 자신의 종교를 떠나있었던 미치 앨봄은

렙의 추도사를 쓰기 위해 회당에서만 만났던 랍비 렙이 아닌 렙이라는 사람에 대해 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집을 방문하고 그가 일하는 회당을 방문해 그에 대해 알아가고자 한다.

추도사를 준비하기 위해 시작한 일은 렙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8년간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8년간의 만남에서 미치 앨봄은 자신이 잃어버리고 놓아버렸다고 생각했던 유대교의 신앙적 뿌리 뿐만 아니라

삶 그 자체에 대한 하나님의 역사하심, 일하심을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렙으로부터 배우게 된다.

 

렙과의 만남 도중에 우연히 찾아가게 된 한 기독교 교회. 그곳에서 미치 앨봄은 자신들의 유대교 회당과도 다르고

다른 교회들과도 너무나 다른 헨리 코빙턴이라는 한 목사를 만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느껴지는 목사의 이미지와 너무 다른 헨리..

그렇지만 미치 앨봄은 헨리를 보면서 헨리와 렙 사이에 공통된 일치점들을 발견해 나가기 시작한다.

유대교의 하나님이 기독교의 하나님과 동일하신 분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으심에 대해 유대인들이 모르고 인정하지 않는 부분 외에는 기독교가 유대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 맞다.

 

미치 앨봄은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속해 있었던 유대교 회당과 헨리를 만나고 느낀 기독교에 대한 감상과 유대교 회당을 둘러싼

디트로이트 지역의 가톨릭 교회들의 이야기를 동시에 하며 모든 종교에 동일한 지점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종교 다원주의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이고 유대교와 가톨릭, 기독교 모두 동일하신 유일신 하나님을 믿는 종교이기 때문에

그리고 기독교가 단지 종교 그 자체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살아계셔서 지금도 변함없이 역사하신다는 사실을 믿기 때문에

미치 앨봄의 종교 다원주의적 관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유대교 랍비 렙과 마약중독자였던 목사 헨리 코빙턴

이 두 사람의 삶을 통해 미치 앨봄이 무엇을 발견했는지는 알 것 같다.

 

단지, 그것을 제외한다면.. 이 책은 영적인 부분에 대해 고찰하게 해 주는 책이었고, 진짜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영적인 책들이 다 영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기에 경계하며 분별하며 읽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하지만 나 역시 유대교 랍비인 렙과 개신교 목사인 헨리 코빙턴을 통해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시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 것은 사실이다.

이 책은 종교다원주의를 담고 있어서 정확한 기준이 서 있지 않은 사람이 읽었을 때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하나님이 정말 우리에게 원하시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어느 정도의 예시 혹은 대답을 들을 수도 있겠다.

 

미치 앨봄이 말한 것은 그런 것인 것 같다. 그 어떤 종교적 형식이나 관습을 떠나 렙과 헨리의 삶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은 분명히 계시며

지금도 사람들을 사랑하시고 사람들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옳은 길로 가기를 원하고 계신다는 것, 그리고 각자의 삶에 하나님께서 분명한 목적과 이유를 주셨다는 것, 그들이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든, 자라면서 무엇을 경험하고 경험하지 못했든, 그들이 죄 가운데 빠졌든 아니면 의롭게만 살았든,

각자의 삶에 대한 목적과 방향성을 가지고 우리의 삶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방향으로 이끌고 계시다는 진리는 변치 않는다는 것. 바로 그것 아닐까!

 

<책 속에서..>

 

 

p.303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져도 우리는 막막한 공허감과 허탈감을 느낀다. 아무리 많은 학식을 쌓고,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라 해도 괴로워한다.

그들도 우울해 하고, 무언가를 갈망하고, 상처를 입는다. 그들은 아래를 내려다보는 대신 위를 올려다봐야 한다. 나 역시 바라봐야 했던 그곳을.

세상 모든 소음에서 등을 돌리고 자기 자신의 조용한 숨소리에만 귀를 기울여 보면, 우리는 누구나 똑같은 것을, 즉 위로와 사랑, 마음의 평화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p.337

나는 마음 속으로 그의 초라한 교회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누구나 삶이라는 지붕에 구멍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구멍, 슬프고 불행한 일이 거센 바람처럼 몰아쳐 들어오는 구멍 말이다.

우리는 세상의 공격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고, 다음번엔 어떤 폭풍이 몰아칠지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날 설교하는 헨리 목사를 보면서, 그리고 그의 교회를 도와주러 찾아온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나는-언젠가 렙이 말씀하신 대로-

믿음만 있으면 그 구멍을 수리할 수 있음을, 사람들이 진정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확실히 믿게 되었다.

 

p.341

그때 나는, 내가 렙이나 헨리 목사와 보낸 그 모든 시간들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았다.

신앙이란 결코 어떤 결론을 내리는 일이 아님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공부하고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임을.

하나님을 상자 하나 안에 담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야기와 전통과 지혜로운 깨달음을 모으고 또 모을 수는 있다.

그러면, 때가 되면, 굳이 애써 다가갈 필요가 없다. 이미 어느새 하나님은 당신 옆에 와 계실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