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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하지만 때는 늦었다. 이미 내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에는 울긋불긋 요란하던 간판들도 춥고 흐린 날씨 때문인지
모두 다 회색으로 보였다. 그건 마치 이 도시의 색깔인 것만 같았다."
일종의 역설이라고 보면 될까.. 제목에서 느껴졌던 활기차고 희망찬 느낌과 달리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음울하고
출구라고는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그저 종교를 통해 위안을 얻으며(사슈카이-불교의 한 종파), 불륜과 섹스를 통해 욕망을 해소하고(공무원),
자신의 환상 속으로 여고생을 납치하며, 퇴임 후에도 권리를 주장하는 지역의원의 심장마비를 방치하는 등
각자 주어진 상황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보다는 무엇을 하기를 포기하는 삶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마치 옴니버스처럼, 그냥 병렬식으로 이어지던 각자의 이야기는 마지막 지점에서 조우한다.
커다란 자동차 추돌 사고의 현장에서 각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또 애쓰게 된다.
그리고 그 노력은 커다란 회색의 도시에서 아무런 의미 없이 버려지는 또 하나의 헛수고가 된다.
오쿠다 히데오는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문제를 건드리고 그것들을 재미있게 혹은 기발하게 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하는 작가다.
한국 내에서 그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킨 문제작 공중그네를 통해서 그랬고 공중그네의 후속인 인 더 풀이나
그의 생각이 잘 반영된 것처럼 보이는 남쪽으로 튀어, 그리고 다양한 욕망의 군상들을 다룬 Girl, 마돈나 등을 통해서도 보여져왔다.
그런데 이 책은 평소의 오쿠다 히데오와는 사뭇 다르다. 그만의 재기발랄하고 쓴웃음을 짓게 하는 인간 군상들은 없으며
각자 독특함으로 무장한 캐릭터들도 평소와 달리 조금 더 현실에 가까운 느낌이어서
현실을 벗어난 어떤 카타르시스를 원하고 그의 책을 선택한 독자들에게 일종의 당황스러움을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그의 메시지는 여전히 변함없는 듯 하다. 커다란 도시 각자의 특징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어려움과 노고와 배신과 치정과 살기 위한 각자의 의미 없는 혹은 잉여적인 노력들.
그런 것들을 보면서 우리는 이 책의 제목인 꿈의 도시가 역설임을 깨닫게 된다.
꿈의 도시라기 보다는 꿈을 잃게 하는 도시? 꿈을 잃은 도시 정도의 제목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책.
최근 책을 집중해서 잘 읽지 못해서 읽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곱씹어야 할 거리들이 많았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3월 1일.. 드디어 오쿠다 히데오의 꿈의 도시를 다 읽으면서
내일을 위해 나의 미래를 위해 내가 지금 이 회색 도시에서 어떤 실제적 노력을 해야 할지 다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