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자 도둑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랑은 어쩌면 그림자와 같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그림자를 밟으면 그 그림자를 뺏어가는 것이다.
아마도 빛이 너무 밝으면 사랑이 위험해질 수 있을지 모른다. 아니, 그 반대일지도.
빛이 없으면 사랑의 그림자도 점점 희미해지다가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
12월에 태어난 키가 작은 소년. 부모님을 따라 새로운 소도시로 이사 온 나는 친구가 한 명도 없이 개학을 맞는다.
키가 작은 것이 더 서러웠던 것은 소년과는 정반대인 큰 덩치의 마르케스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르케스와 소년의 눈을 동시에 사로잡은 엘리자베스.
그 소년의 작은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학교를 관리하는 이브 아저씨.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소년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알게 된다. 다른 사람의 그림자를 밟으면 그림자가 소년의 것이 되는 것.
소년은 다른 이들의 그림자를 통해 그들이 감추고 있는 마음 속 진실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그 날, 아빠가 소년과 엄마를 남겨두고 떠나버리게 된다. 아버지에게 버려졌다는 아픔을 느끼는 소년.
한 걸음씩 그림자를 통해 진실을 느끼고 성장할 무렵 빵집을 하는 뤼크라는 친구가 생긴다.
그리고 엄마와 단둘이 떠난 여름 휴가. 바닷가에서의 말 못하고 듣지 못하는 소녀 클레아와의 인상적인 만남..
간호사인 엄마의 고생과 수고로 소년은 성장하여 대학에 들어가게 되고 의사로서 공부하게 된다.
인턴으로서 만난 같은 병원의 여인턴 소피와의 관계. 그리고 오랫만에 내려온 집에서 뤼크의 기회를 열어주는 이야기..
어떻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한 소년의 성장담인데 책을 한 번 펴자 덮을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고 정말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마크 레비의 책은 항상 잔잔한 울림을 던져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별 것 아닌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마음 속에 뭔가를 남겨주고 생각하게 하는 책들이 많다.
이제까지 읽어온 그의 이야기들이 대부분 그런 느낌이었고 그림자 도둑은 다른 사람의 그림자를 훔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작고 여린 소년의 성장담을 통해 사람의 마음 그리고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는 것 같다.
p.13
학교를 바꾼 아이들이라면 모두 경험했을 것이다. 어느 날 아침, 별일 없을 거라며 우리를 안심시키는 부모님 앞에
목이 메어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던 바로 그 기억.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슨! 부모님들은 모든 걸 다 잊어버렸다.
p.54
아빠가 그랬따. 어른이 되려면 두려움에 맞설 줄 알아야 하며 현실을 도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내가 하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p.86
어른들은 늘 그런다. 어리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하지만 어떨 때는, 어리다는 것이 얼마나 슬프고 짜증나는 일인지 모른다,
p.93
"나를 위해서 리스트를 만들어주겠니?"
"어떤 리스트요?"
"네가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적어놓은 리스트"
"예를 들면요?"
"글쎄다. 한 번 생각해보거라. 어른들이 하는 일 중 네가 정말 싫어하는 게 뭘까?"
"크면 알게 될 거라고 말하는 거요."
"네가 어른이 되어서 하지 말아야 할 일 리스트에 그걸 적으면 되겠네. 나중에 크면 알게 될 거라고 말하지 않기!"
p.103
"네가 누군가의 그림자를 뺏어올 때마다 그 사람의 인생을 비춰줄 수 있는 한줄기 빛을 찾도록 해.
그들에게 숨겨져 있던 추억의 한 부분. 그걸 찾아달라는 거야."
p.106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를 생각해 봐.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서로 얼굴을 보고 직접 얘기할 수가 없었잖아.
그럴 땐 어떻게 했을까 상상을 하는 거야. 엄마가 느꼈던 것들을 나에게 전하고,
또 내가 그걸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서 편지를 쓸 수도 있었잖아.
내가 태어나고 한참 지나서 읽을 수 있는 편지 말이야. 나에게 바라는 점들,
또 내가 커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엄마의 조언을 쓴 편지."
p.118
인생이 뒤바뀌는 것은 정말 순간이다. 불행에 불행을 거듭하다 뜻하지도 않은 일로 삶이 바뀐다.
p.146
부모님이란 존재는 어느 일정한 순간까지만 나이를 먹어 우리 기억 속에 영영 그 모습으로 기억된다.
눈을 감고 부모님을 생각하면 그때 그대로의 모습으로 멈춰있는 부모님을 볼 수 있다.
마치 부모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이 시간을 멈추게 하는 힘을 가진 듯.
p.167
내가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꼭 말로 해야만 상대방이 미처 표현하지 못하는 걸 들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야.
네 꼬마 환자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지. 그래서 자신을 파괴했던 거야. 자기 자신의 그림자가 된 거지.
아이의 슬픔이 나를 그 아이에게 인도해줬어.
p.305
사춘기 때는 부모님 곁을 얼른 떠났으면 하고 바란다. 하지만 그 부모님이 언젠가는 우리 곁을 떠난다.
그러면 우리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단 한 순간이라도 좋으니 부모님과 함께 살던 어린아이가 되어 부모님을 안고,
아무런 부끄럼도 없이 엄마, 아빠 사랑해요 말을 하고, 부모님께 꼭 달라붙어 한 번 더 안심할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