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키
존 윈덤 지음, 정소연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는 탐험가다. 우리는 현재, 우리가 아는 한 이 우주의 유일한 탐험가다. 더 오랫동안 우리는 우리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유일한 지성체라고. 광대하고 우연한 우주에 유일하고 특별한 이성이라고. 끔찍한 낭비인 우주에서 극히 외로운 존재라고....

또다시 우리는 우리가 착각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성체는 드물다... 정말 매우 드물다... 생겨난 것 중 가장 드문 존재이다...

그러나 가장 소중하다... 지성체는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성스러운 존재다. 보호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

지성체 없이는 무엇도 시작하지 않고 무엇도 끝나지 않는다. 모든 영원을 지나며 카오스의 어리석은 소음만아 존재할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지성체를 양성하는 것은 신성한 의무이다. 이성의 가장 단순한 불꽃도 횃불이 되리라는 기대로 키워야 한다.

좌절한 지성의 굴레를 풀어야 한다. 생각이 좁은 지성에게는 넓힐 힘을 주어야 한다. 높은 지성은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1903년 영국에서 태어난 출중한 SF작가 존 윈덤의 소설. 작가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데 작가 소개에 나온 "괴기식물 트리피드"는 읽어본 기억이 있다.

SF작가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사람은 H.G.웰스나 아이작 아시모프 정도 일텐데 존 윈덤의 책은 생소했던 것 같다.

특히 이 초키 라는 제목의 책은 1968년에 초판 간행된 것인데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거나 그렇지 않고

약간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 같은 느낌도 좀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E.T는 눈에 보이는 현상적이고 물질적인 부분이 있지만

초키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책 속의 주인공 남자아이 매튜에 의해 "초키가 이렇게 말했어"라고 설명되거나

매튜의 입술을 통해 초키가 직접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다른 것이라고 하겠다. 그렇게 보면 빙의..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어색하지 않아보인다.

 

우연히 떠난 여행지에서 만난 데이비드 고어와 메리 보스워스는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갖지 못해 매튜를 입양한다.

매튜 고어 열한 살. 그리고 매튜를 입양한 후 낳은 딸 폴리까지. 네 명의 고어씨네 가족은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어느날, 아빠는 매튜가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는데 그것은 평범한 열 한 살짜리 아이가 생각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매튜에게 질문해보니 이름은 초키라고 한다. 아이들이 흔히 만드는 상상 속 친구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던 Mr.고어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계속되는 매튜의 이상행동과 학교 수학선생님, 지리선생님 등의 이야기에

빠와 엄마는 매튜에게 전문 상담을 받게 하기로 결심한다. 전문 상담을 통해 점점 초키가 매튜의 상상 속 친구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는데..

과연 초키라는 존재는 무엇? 일까..

 

사실 처음에 책 소개를 접하고 나서 어떤 식으로 표현되었을지도 궁금했는데 읽어내려가는 동안 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굉장히 박학다식한

작가의 상상력과 지식에 일단 감탄을 표하게 되었다. 또 초키가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이라던지, 초키가 바라보는 세상의 관점 등..

그것들을 매튜를 통해서 표현해 낸다는 상상력도 기발했다.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초키의 이 말이었다.

"나를 보고 내 형태에 마음이 담길 수 있다고 믿는 일은 당신들에게 더 어려우리라. 아니, 모르는 편이 낫다"

사실 많은 SF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들이 일명 외계인의 모습을 비슷하게 혹은 아예 괴물처럼 규정하는데 반해서 초키는 무한한 상상력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꽤나 고무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초키가 존재하는 방식 자체도 실체가 지구에 와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투영하여 어디든 여행할 수 있는 여행자로서 그리고 탐험가로서 와 있는 것이니까..

아마 어른이 초키를 처음 만났다면 어딘가의 보이지 않는 마음에서 들려오는 소리이기 때문에 무시하고 외면했거나 스스로 미쳤다고 여겨

정신병원에 자신을 가두게 되지 않았을까. 열한 살 매튜 고어를 통해 초키는 오히려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세상에는 아직 해명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예전에 비해 확실히 지구의 인간들은 많은 부분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었지만 실제로 사람이 알 수 있는 것에 대한 한계는 아직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무궁무진하다. 심지어 한 가지를 발견하거나 발명하게 되더라도 거기에 따라 달려나오는 모르는 것들이 줄줄이 존재해서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고 탐구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인간의 오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주 어디엔가 우리 외의 지성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이라면 우리보다 뛰어난 지성일지도 아니면 오히려 더 미개한 지성일지도..

여러가지의 가능성은 있지만 초키를 읽으면서 어딘가에 초키 같은 지성체가 혹은 다른 어느 행성에 우리가 초키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소장해두고 오래오래 곱씹어 읽어보아도 재밌을 것 같다. 무엇보다 벌써 거의 40년이나 전에 씌여진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상상력이나 표현력이 현대의 책들보다 더 탁월하다는 점에서 작가의 역량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E.T로 영화의 전설이 된 스티븐 스필버그가 초키를 영화로 제작중이라고 하니 어떤 느낌의 작품이 나올지도 기대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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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 거미줄 (Web)
    from 512 2012-02-01 17:31 
    자연의 경고 메시지를 전하는 존 윈담의 단편 소설. 거미줄.트리피드의 날(The Day of the Triffids)을 쓴 영국의 SF 작가 존 윈담. 그가 죽은 지 십 년 후에 출간된 단편 소설입니다. 그의 다른 글은 읽어본 적이 없지만, 짤막한 이 소설은 그가 내공이 쌓인 작가라는 걸 여실히 보여 주는군요.“ 태초부터 인간의 삶의 일부였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