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그들은 바다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하나, 둘, 셋...... 차례차례 내 심장으로 들어왔다. 모두 들어왔다. 그 사이 세상은 멈춰있었다. 바람과 파도, 대기의 움직임과 시간, 모든 것이 멈췄다. 나 자신의 존재감마저 잊었다. 절벽의 한 부분인 양 미동도 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 약속한 듯이 그랬다. 어쩌면 말을 하거나 움직여서 우리 안으로 막 들어온 그들을 놀라게 할까봐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여기 굉장히 괴상해 보이는 여행자들이 있다.
고1 남학생 2명, 여학생 1명,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할아버지, 개 한 마리까지..
독특하고 괴상한 이 집단의 여행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규환이는 운동권 활동을 하다가 도주중인 형에게 전해주어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도주를 위한 자금과 신분증과 배삯. 승주네 집에서 운영하는 주조장의 양조트럭을 타고 광주까지 가서 그곳에서 기차를 타고 무안까지 가서 다시 배를 타고 임자도까지 가는 여정..
출발하기로 한 날, 개장수와 그의 딸 정아 사이의 일에 말려들게 된 규환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마침 엄마의 재혼과 신혼여행으로 이사를 앞둔 친구 준호는 규환 대신 규환의 형에게 전달할 중요한 임무를 띄고 양조트럭 뒤에 올라탄다. 하지만 그 순간 승주가 트럭에 타고, 준호와 승주의 몸싸움으로 트럭 안에 숨어있던 할아버지도 발견되고 설상가상으로 개장수 아버지에게 쫓기던 정아도 트럭으로 피신하게 되면서.. 이 기묘한 여정이 시작되게 된다.
진짜 파란만장 스펙터클 여행스토리라고 안 할 수가 없는 이야기는..승주의 진짜 가출이야기와 슬픈 할아버지 박양수 씨 이야기, 그리고 정아의 이야기에 가서 절정을 이룬다. 준호는 결국 이 셋과 개 한 마리를 모두 책임지고 무안까지. 임자도까지의 먼 길을 간다. 대침을 피해 도망온 승주와 딸 월규를 찾는 할아버지와, 인간 같지도 않은 개장수 아버지를 둔 정아. 그들은 땅의 끝. 한 무인도에서 날아오르는 고래들을 목격하게 된다.
준호가 말했던 그 심장이 꽉 차오르는 느낌..을 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며칠 전 "내 심장을 쏴라"로 만났던 정유정 작가는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를 통해서 한 편의 유랑기, 내지는 한 편의 성장기를 그리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가 데뷔작이라고 알고 있는데..^^ 글을 참 맛깔나게.. 그리고 시원하게 잘 쓰는 정유정 작가의.. 다음 작품도 꽤나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