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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평점 :
현대여성의 삶에 대해 이중적인 잣대가 아닌 솔직함을 들이대는 그녀만의 방식이 가득한
오늘의 거짓말.. 이라는 왠지 끌리는 제목의 단편 모음집.
얼핏 정이현의 신작이 나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을 때
울 학교 친절한 국어쌤^^ 의 배려로 빌려서 읽기.
결론은?^^ 그녀의 전작들에서의 느낌이 섞여있다?
사실 초기의 단편집인 낭만적 사랑과 사회에서 정이현의 작품 속 그녀들은 사랑을 얻기 위해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 살인하고, 토막내고, 아무하고나 섹스를 하던 그런 존재들이었다.
그래서 달콤한 나의 도시라는 서른 한살 그녀의 삶을 접했을 때와는 달리 큰 충격을 받기도 했었는데..이번 정이현의 단편집 오늘의 거짓말에는.. 왠지 달콤하고..순수한 거짓말들이 가득하다.
물론 그것들이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거짓말은 아닐지 모르지만 적어도 작품 속 그녀들에게는
필요불가결한 거짓말이었다. 각각의 단편들은 때로는 친근하게 때로는 섬뜩하게 때로는 아득히
저 먼 곳에서 다가온다. 하나하나의 글들을 읽어나갈 때마다 나는 정이현이 만들어낸 작품 속 그녀들을 사랑하게 된다. 그들의 작고 연약하고 조금은 저질스러운 부분까지도 말이다.
----------------------------------------------------------<책속에서>----------
그해 봄 나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비교적 온화한 중도우파의 부모, 슈퍼 싱글 사이즈의 깨끗한 침대, 반투명한 초록색 모토롤라 호출기와 네 개의 핸드백. 주말 저녁에는 증권회사 신입 사원인 남자친구와, 실제로 그런 책이 존재하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모범적 이성교제를 위한 데이트 매뉴얼'에 나오는 방식대로 데이트했다. 성실하고 지루한 데이트였다. 노력하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으리라 믿었으므로 당연히,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았다. - '삼풍백화점' 중에서
스물한 살에 만난 여자와 스물여덟 살에 결혼해서 스물아홉 살에 헤어졌다. 일곱 달을 함께 산 셈인데 주희와 나에게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친하지 않은 친구' 같은 관계로 정리되었다. 서로의 생일이나 연말 즈음에 안부 전화를 하고 한 계절에 한두 번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를, 아니면 다른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이혼 진행과정에서 별다른 금전적 트러블이 없었고 나누어야 할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남들 눈에는 우리의 이별이 참 쉬워 보였을 수도 있겠다.
- '타인의 고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