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전 빛나는 우리 고전 그림책 시리즈 3
김진경 글, 강우근 그림, 권순긍 자문 / 장영(황제펭귄)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토끼전은 <토생원전>, <별주부전> 등의 이름으로도 불리는 조선시대 판소리 <수궁가>를 소설화한 것이다. 어릴 때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정도로밖에 생각하지 못하고 읽었다.

 

이번에 <황제팽귄>에서 그 <토끼전>이 동화로 결말을 새롭게 하여 출간되었다. 책 속의 그림들도 풍성하고 익살스럽다. 토끼전은 정치계를 비판하는 책이라고 알려져 있듯, 이 책속에서도 현실을 빗대어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동쪽, 서쪽, 북쪽의 용왕들을 불러다 거하게 놀고 난 후 덜컥 병이 걸린 남쪽의 용왕이 토끼의 간을 구해서 먹어야 병이 낫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 자라가 이 일을 자청하여 나서게 된다. 한마디로 충성심이 깊은 신하인 셈이다. 여기서 용왕으로 나타난 이들은 정치나 거대 권력의 머리에 서 있는 사람들을 의미할 것이다. 자신의 병을 낫기 위해서는(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면을 적나라하게 표현해 준 부분이다.

다른 것도 아닌 살아 있는 토끼의 간을 먹으려고 한 것 자체가, 별 볼일 없는 한 개인의 목숨은 우습게 여긴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토끼를 찾아 육지로 나오게 된 자라, 헤매다가 산 중에서 회의 중인 동물들을 만나는데, 이들은 자기들을 잡기 위해 날뛰는 사냥개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해 의논 중이었다. 그런데 사냥개는 잡지 못하고 결국 힘없고 약한 쥐와 다람쥐의 양식만 빼앗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 이 부분 역시 인간 군상들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어디서나 힘없고 약한 자들은 잡아먹히고, 빼앗길 수밖에 없는 서글프고도 부조리한 현실 말이다.

 

하여간에 토끼를 만난 자라는 거짓말로 유혹하여 토끼를 데리고 용왕 앞으로 오게 되었는데, 신중하지 못한 토끼, 순간의 유혹에 눈이 멀어 용궁까지 따라온 모양새는 얄팍한 욕심에 눈멀기 쉬운 인간의 모습이렷다. 그래도 위기의 순간, 재치를 발휘하여 간을 놓아두고 왔으니 다시 가서 가져와야 한다고 속이고 마침내 바닷속에서 돌아올 수 있었으니, 인간의 위기탈출능력은 이 보다 더 훌륭하지 않을소냐. 땅에 닿은 토끼는 자라를 비웃으며 똥을 누워 주고는 달아났으니.....과연 자라는 그 똥을 용왕에게 갖다 바치고 용왕은 그걸 먹고 병이 나았는지...

 

그건 아무도 모른단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여러 동물들은 말 그대로 사람을 비유했다고 볼 수 있다.

아이에게 이 책을 보게 할 만큼 나이 들어서 읽은 토끼전은 정말 우스웠다.

저학년들이 숨은 의미까지 찾아 읽기에는 무리가 있을 듯 하나, 초등 고학년쯤이라면 충분히 이해하고 그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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