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바다로 간 달팽이 3
앙겔리카 클뤼센도르프 지음, 이기숙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 생각한 것 가운데 하나가 왜 하필 ‘소녀’였을까? 라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소녀’라는 이미지와 맞아 떨어지는 생활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주인공 ‘소녀’에게 말이다. 차라리 ‘소년’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소년’이라 했어도 물론 마음이 아팠겠지만, 그러나, 또 생각해 보면 ‘소녀’든, ‘소년’이든 성장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다른 무엇보다도 적절한 보살핌과 교육이 가장 필요하므로, 그러한 것들을 제공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이들을 총칭하는 말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열두 살에서 열일곱 살이 될 때까지의 한 소녀의 성장소설이라는  이 책은, 1970년의 독일, 그러니까 통일되기 전의 동독을 배경으로 한다. 사실, 말이 성장소설이지. 읽다 보면, 너무나 암담해서 한숨이 절로 난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암울한 책은 읽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몰입해서 읽는데, 그만큼 내 자신이 주인공 ‘소녀’가 된 듯 험난하고, 피로하고, 세상을 향해 힘든 걸음을 걷고 있는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최근 통영초등생사망사건에서도 보듯, 피해아동은 정상적인 가정의 울타리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자라는 상황이었다. 늘, ‘배고프다’를 입에 달고 다녔다는 그 아이의 뉴스를 보고 가슴이 먹먹했다. 이 소설속의 주인공인 ‘소녀’ 역시 부모로부터의 정상적인 보살핌과 양육을 받지 못한 상태로 성장하고 있다. 동생 알렉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한 상황에서 소녀는 세상을 향한 마음 자체를  무감각으로 무장해 버린 것 같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스러운 것은 그 ‘소녀’에게도 그나마 위안이 되어주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책’이다. 책을 통해 자신이 현실에서 얻지 못하는 정신적인 것들, 즉 사랑과 기쁨, 평화를 맛보는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자신의 열일곱 번째 생일날 , 상상 속에서나마 기러기들과 함께 남쪽으로 날아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이 부분이 작가가 의도한 ‘희망’의 메시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답답한 것도 사실이다. 모든 책은 독자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 기준에서 말이다.


‘소녀’가 그 정도로 자신을 방치한 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그렇게 살아왔다고는 하지만) 거의 6년여를 성장해 온 것이, 그 당시 사회체제가 빚어낸 결과라고 합리화 시켜 버리기에는 너무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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