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영혼들의 우체국 - 시대와 소통하는 작가 26인과의 대담
정진희 지음 / 서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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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영혼을 엿본다는 것!! 그것만큼 매력적인 일이 또 있을까?

제목부터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책, 정진희 작가의 ‘외로운 영혼들의 우체국’을 읽기로 했다.


자신의 꿈을 찾아, 늦었다면 늦은 나이에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임헌영교수의 문하생이 되어 수필가로 등단한 정진희 작가에 대해 사실, 난 아무 지식도 갖고 있지 않았다.  임헌영교수의 추천의 글을 읽어본 후에야 그녀에 대해 내 나름대로의 인식을 했으니, 작가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선택하고 펼친 것이다.

지, 이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내는 작가 26인과의 대담이라는 헤드라인과, 제목에 끌렸을 따름이다.


그런데, 처음 인터뷰 대상으로 실린 고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뭔가 2% 부족한 듯 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시작한 듯 싶었는데 벌써 끝난 까닭이었다. 권지예, 김선우를 읽어 나가면서도 그 아쉽다는 느낌은 여전했다. 그것이 <객주>의 작가 김주영쯤에 와서야 나만의 턱없는 기대 때문임을 깨달았다. 나는 내 마음대로 정진희의 글에 대해 각각의 인물평전쯤 되는 글 일거라고 생각하고 맞이했던 것이다. 서두에 놓인 임헌영교수의 추천의 글도 내 기대를 키우는 데 한 몫 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의 탐색하던 시선이 서서이 몰입으로 바뀌어 가면서야 그녀의  진면목을 깨우쳤다는 사실도 고백하고 싶다. 임헌영교수의 말처럼 그녀는 인터뷰를 함에 있어  단순한 사실 알기를 떠난 진짜 알맹이를 차려낼 줄 아는 멋진 요리사이다. 작가들의 이야기에 앞서 정진희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 질 만큼, 그녀의 글은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럽고 아름다우며, 무엇보다도 따뜻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정확하게 핵심을 짚어낸다. ‘인생을 사무치게 음미해 본 자만이 갖는  가식없음’이 그녀의 글에서 느껴진다. 애정을 함께 하지 않는 인터뷰는 형식적이다. 그녀의 글에서는 그런 형식보다는 진심어린 합일이 느껴진다. 자신이 만난 대상과의 온전한 합일. 그 안에서 생산되는 글이니 독자에게도 진심이 통하지 않을 리 없다.


그녀를 통해 김주영의 시난고난한 삶에 대해 만나고, 아베생각이란 시로 가슴을 울려주던 안상학과, 이정록과, 벽소령 달빛을 꿈꾸게 한 이원규 시인,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장석주 시인, 부끄럽게도 전혀 관심을 두지 못했던 정도상, 정철훈, 정현태, 조용헌 등의 작가들과도 처음 만나며, 그들이 어떻게 문학에 입문하게 되었는지, 문학이 왜 그들의 삶에서 운명으로 자리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절절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가족’을 떠난 삶은 유랑이 될 수 밖에 없다. 소위 문학을 한다는 많은 이들의 ‘가족사’는 어딜 가나, 언제나 아프고도 쓰라리다. 그 안에서 생산되는 수 많은 작품들이 그래서 더욱 진정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무튼, 기대에서 아쉬움, 그리고 깨달음, 몰입, 감탄, 그리고 작가들보다도 오히려 그녀(정진희)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지는 독서를 마쳤다. 어느 날엔가, 나도 그녀와 날밤을 새면서 술을 마시고, 삶과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함께 몇날 며칠을 보내고 싶은 그런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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