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프로이트 - 인간 심리의 비밀을 탐사하는 뇌과학 이야기
스티븐 존슨 지음, 이한음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굿바이 프로이트 - 뇌 과학을 통해 세상을 관조하기


  나는 고등학교 시절 수학 시험과 관련해서 매우 심각한 공포증을 가지고 있었다.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고 첫 번째 문제를 찬찬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면 내 심장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도록 멍한 상태가 되고 내 눈은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까만 글자의 형태들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결과는 실망스러운 시험 결과와 좌절뿐이었다. 나는 이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번 상담도 받아 보았고 시험 전날과 시험 직전에는 끊임없는 자기 암시를 강행했다.  하지만 수학 시험에 대한 공포증은 수능 시험 날까지 나를 괴롭혔다.

  의문은 끊이질 않았다. 분명히 시험에 대해 긴장하고 강박관념을 가지게 되면 시험을 망치게 된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왜 내 몸은 그와는 정반대로 반응하는 거지? 이런 내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누구나 살아가면서 나처럼 이런 고민을 한두 번쯤 해 보았을 것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내 마음 때문에 고생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삶이 조금 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사람들은 여러 방법을 찾는다. 자기 처세술에 관련된 책을 사서 읽어보는 사람도 있고, 가까운 사람과 상담을 통해 자신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사람도 있으며, 약물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굿바이 프로이트』는 우리에게 ‘뇌 과학’ 이라는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나는 굿바이 프로이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었다. ‘뇌 과학’ 에 관련한 도서이기 때문에 복잡한 의학적 용어들이 등장해서 내용이 난해하지 않을까하고 걱정했지만 이것은 기우였다. 작가는 단 몇 가지의 전문 용어만으로 ‘뇌 과학’ 즉 ‘신경 과학’ 이라는 분야를 통해서 앞서서 내가 제기 했던 것과 같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품는 일상의 마음 상태에 대한 의문들을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한 단원 한 단원을 읽을 때 마다 나는 작가가 서술한 예시들이 내가 겪었던 경험과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잔뜩 흥분해서 책 내용에 몰입했다. 그리고 그 경험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읽어 내려가면서 ‘ 아! 이래서 그랬던 거구나!’ 하고 감탄했다.

  수학 시험에 대한 나의 공포증이 어디에서 기인했고 또 왜 계속 지속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이 책 한권으로 모두 해결되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수학 시험 시간에 나는 처음으로 20문제 중 7문제를 풀지 못하는 경험을 했다. 그 전까지 살아오면서 수학에 대해 별로 어려움을 가지지 않았던 나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까지 몇 번의 수학 시험은 나를 심리적으로 크게 힘들게 했다. ‘편도’ 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온갖 종류의 감정 처리에 관여하는 뇌의 직감 중추 이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것들을 신경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 한 번의 수학 시험이 나에겐 정신적 외상이 되었고 편도는 그 날의 공포 기억을 수학 시험 때마다 끄집어내었던 것이다. 마치 작가가 아파트에서 창문에 깨어지는 경험을 한 번 겪은 후 창문 근처에서 위잉 하고 부는 바람 소리를 들을 때마다 온 신경이 창문에 쏠리고 바싹 긴장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공포 기억에 대해 이 책이 말해주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더욱 구체적인 설명에 대해서도 나는 극히 공감했고 내가 공포에 대한 감정을 가지게 되는 원리가 무척 신기했다.

  위기 순간의 심리 장애 이야기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 두 사람이 대면해서 대화할 때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행동들에 대한 뇌 과학 적 설명도 인상 깊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 서로를 바라볼 때도 그들은 끊임없이 서로의 눈을 통해 마음읽기(mindreading)를 하고 있으며 침묵의 이중창을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 와중에서 실망스런 표정을 짓는 것이 도리인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고 급히 표정을 바꾸게 되는 현상은 뇌 속의 모듈들이 각각의 다른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며 그 명령들이 절충된 형태가 표출된 것이라는 설명도 납득되었다.

  단지 나의 뇌에 대해 조금 더 안다고 해서 삶이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하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끊임없이 나 자신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를 이해하고 있는 삶과 이해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나는 몸소 그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나는 도무지 내 의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행동들을 내가 할 때마다 당황하기 보다는 그것들이 발생하는 과학적 이유를 상기시키고는 ‘아, 호르몬들이 떠들고 있구나.’ 혹은 ‘ 이렇게 행동하는 게 결코 이상한 게 아니지.’ 하고 태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한 가지 재밌는 것은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을 바라볼 때 내가 배우게 된 뇌 과학적 지식들을 하나씩 적용해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코 의도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각이 그 쪽으로 가게 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자신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대해 답변을 해 주지 않을까봐 걱정하면서 문자메시지를 보낼까 말까 고민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저것은 거절 기민성이 표출되는 현상이군.’ 하고 혼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혹은 극심하게 우울함을 토로하면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친구를 보면서 ‘ 뇌가 슬픔의 감정을 만드는 방식이 지닌 부작용 중 하나는 정신이 빚어내는 사유의 수가 전반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는 구절이 생각나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게 된다. 앞이마 옆 겉질은 사람이 사유를 할 때 활발해 지는 영역이다. 그런데 슬픔의 감정을 지니게 되면 뇌가 앞 이마 옆 겉질의 활성을 낮춘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냥 내 감정은 내 감정일 뿐.’ 이라고 생각했던 예전의 내 자신과 굿바이 프로이트를 읽고 난 내 자신이 일상 속에서 가지는 생각들은 분명 다르다. 나는 세상을 신경 과학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능력을 하나 부여받은 것이다. 뇌 과학에 대한 연구가 점점 더 활발해 지고 있는 오늘 날의 추세에서 굿바이 프로이트가 제공하는 지식은 현대인이라면 마땅히 알아 두어야 할 교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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