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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으로 사는 인생
폴 투르니에 지음, 정동섭 옮김 / IVP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모험이라는 단어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으로 들리는 말이다. 모험은 젊은이들에게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끼'와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훌륭한 무대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아닌 거 같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이 모험이라는 것에 매료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많은 사람들이 무섭다 무섭다 하면서 번지 점프를 하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에베레스트 등정에 자기자신을 내던지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폴 투르니에는 이 질문에 대하여 매우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왜 많은 사람들이 모험에 매료되는가? 폴 투르니에는 이 것의 원인이 모험을 갈구하는 인간의 본능에 있다고 말한다. 모험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 타고난, 다시말해서 하나님이 주신 본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삶에서 없어졌을 때 우리의 삶에는 무의미와 무가치가 찾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폴 투르니에의 이러한 시각은 그가 대단히 많은 임상 실험의 경험을 가진 정신과 전문의라는 사실 때문에 신빙성을 부여 받기도 하지만 역사를 통해서 더욱더 확고하게 그 실효성을 인정받을 수 있지 않나 싶다. 대개 어떤 한 나라가 쇠퇴기에 접어든 시점은 그 나라의 문화 속에서 모험의 요소가 사라지기 시작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나 민족이 현실에 안주하여 모험을 거부하기 시작할 때.... 바로 그 때가 멸망의 시작인 것이다. 고려 시대 윤관 장군이 힘써 개척해 놓은 북동 9성을 나태함에 빠진 귀족들이 여진족에게 돌려주고 난 후부터 고려가 수난을 겪기 시작했듯이 삶에서 모험을 거부하기 시작한다는 것...... 이것은 곧 죽음으로 가는 신호탄이 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삶 속에서 이런 죽음을 경험하는 것을 본다. 삶 속에서 하는 모든 일 가운데 모험이 사라지고 그 일들이 의무로 바뀌기 시작할 때 우리는 죽음 아닌 죽음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험이란 어떤 것이기에 우리 삶에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가? 그것은 모험이 가진 다음과 같은 특성에 기인한다.

첫째 모험은 자발성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험을 누가 시켜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모험은 대개 혼자만의 결정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벌써 여기서부터 일상적으로 하는 일과는 차별적인 요소가 생겨난다.

둘째 모험은 대개 높은 수준의 창조성을 요구한다. 대개의 경우 모험은 무(無)의 상태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길잡이로 삼을만한 전례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상당한 수준의 창조성을 발휘해야 한다.

셋째 모험은 반드시 위험성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모험을 회피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 위험성은 우리 삶에 긴장감과 스릴이라는 선물을 준다. 이는 모험이 가진 매우 역설적인 면이다.

모험의 이러한 세가지 특성은 모두 우리의 삶을 새롭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폴 투르니에는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모험의 이러한 요소들을 가미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삶을 모험으로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환자를 상대할 때 대개 의사들이 어렵게 여기는 인격의학의 방법론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단순한 의사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과 인격으로써 환자를 만나고 느끼고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대개의 의사들이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이러한 방법을 자신의 환자 진료에 사용했을 때 그는 비로소 자신이 매일 같이 하던 지루한 환자 진료를 하나의 모험으로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인생의 다양한 측면을 모험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나가려고 한 폴 투르니에의 시도는 매우 신선하게 느껴진다. 나는 날마다의 삶 속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 같다. 모험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의무감으로 살 것인가? 끊임없이 모험을 선택하는 삶은 많은 어려움을 내게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그래야만 내가 진정한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방법은 하나뿐인 것 같다. 다음과 같이 기도하는 것이다.
'하나님 내게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용기와 여유를 허락해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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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여인열전 - 보급판, 반양장본
이덕일 지음 / 김영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언젠가 멜 깁슨이 주연한 영화 브레이브 하트를 본 적이 있다. 모든 영화의 주인공이 그렇겠지만 그 영화에 나오는 멜 깁슨의 모습은 참 멋있었다. 그의 매력적인 외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가진 신념에 자기의 전 인생을 바치는 진정한 남자다움이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떤 한 가지일에 목숨을 건 사람의 눈빛은 보통 사람들의 눈빛과는 다르게 되어 있다. 그것은 사람을 감화 감동시키는 능력이 있다. 그것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단순한 쇼맨쉽으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능력이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덕일의 여인열전에 나오는 25명의 여인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시대와 환경을 뛰어 넘어 자신이 가진 신념에 목숨을 걸었던 여인들... 그런 여인들이 이 책에 나온다. 그들의 삶은 오늘날 대충 살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삶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그들이 그러한 삶을 살면서 치룬 처절한 대가는 자신의 신념을 이루는 삶이 그냥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들의 삶은 가만히 앉아서 삶에 대해 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비웃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발목을 잡았던 건 다름 아닌 남성중심사회가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들의 삶은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바로 이들의삶이 오늘날의 여권신장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것은 신념어린 삶이 반드시 역사적 결과를 낳는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진성여왕편이었다. 우리는 흔히 진성여왕을 음녀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신라시대 최고의 엘리트인 최치원에게 성군으로 칭송받을 정도로 현군의 자질을 지닌 임금이었다. 그녀가 음녀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은 삼국사기를 저술한 보수 논객 김부식 때문이다.

그가 진성여왕을 음녀로 몬 근거는 숙부인 각간 위홍과의 관계이다. 쉽게 얘기해서 삼촌과 잠자리를 같이하는 근친상간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라시대에 이런 일은 매우 흔했다고 한다. 신라는 근친과의 결혼을 장려했던 국가였다. 김부식은 이러한 신라 사회의 특성은 무시한 채 유교적 시각만을 가지고 진성여왕을 바라봤던 것이다.

신라의 역사는 영국의 역사와 비슷한 면이 있다. 국가의 중요 고비때마다 남성이 아닌 여성이 왕으로 즉위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라의 선덕여왕과 영국의 엘리자베스1세는 국가의 위기를지혜롭게 극복했던 군주로써의 공통점이 있다. 선덕여왕이 즉위했을 당시 신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었다. 진흥왕이 한강 유역을 차지한 이후로 백제와 고구려가 여제 동맹을 맺고 강하게 신라를 압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왕이 군사적으로 활약해야 할 시기에 여성이 왕으로 등극했으니 진골 주류 세력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선덕여왕이 던진 승부수가 바로 김유신과 김춘추였다. 김유신과 김춘추는 진골이긴 했지만 서라벌 정통 진골 세력들에게 소외받던 가야계였다. 이들은 여왕의 과감한 베팅에 온몸을 던져 충성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결과는 삼국통일이었다. 여성의 신념과 남성의 신념이 결합하여 이루어낸 쾌거였다.

진성여왕이 즉위 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위기 상황이었다. 보수 진골세력들의 부패로 국가의 기강이 무너지고 전국 각지에서 호족들이 준동하던 시기였던 것이다. 이때 진성여왕이 던진 승부수가 바로 6두품 출신의 최치원이었다. 당시 당나라에 유학을 다녀왔던 최치원은 당대 최고의 학문을 섭렵한 인재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김유신과 김춘추 같이 신념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승부사 기질이 없었다. 그는 진성여왕의 신념에 신념으로 화답하지 못했다. 그 결과는 신라의 멸망이었다.

역사는 종종 이렇게 남성들의 유약함으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을 보여준다. 어떤 면에서 보면 여성들이 이런 신념어린 삶에서는 남성들을 능가했는지도 모른다. 신념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이 여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진정한 남자다움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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