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은 내가 읽은 그녀의 두번째 책이다.

그녀에 대해 전부터 관심있었지만 읽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을 읽고

친구네 집에 다른 책이 있다고 해서 가져다 달라고 졸랐다.

그래서 이 책 한비야의 중국견문록을 읽게 되었다.


순차적으로 보면 중국견문록을 쓰고 지도밖으로를 썼다.

중국견문록은 1년동안 한비야가 중국에서 머물면서 겪었던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중국에서 만난 사람들, 중국어를 공부했던 학원과 선생님과의 이야기, 중국어 배우면서 어려운 점, 중국은 이런 나라라는 소개 등등으로 이뤄져 있다.

 

뭐,  에세이니까 아주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처음에는 '에게~' 였고 뭐 이런게 책이 될까 싶었다.

중간정도 읽다가 책을 놓았는데 다시 강렬하게 읽고 싶어졌다.

 

이것은 그녀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하고 맑게 세상을 향해 무식하게 돌진해나가는 힘!

그러면서도 모든 것은 남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는 당당함!

 

그 힘과 당당함으로 그녀는 "지도밖으로 행군하라"에서 보여지듯이 웃으면서 월드비전에 긴급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참 마음 아픈 부분이 많았다.

그녀가 긴급구호 활동을 하면서 겪은 일들이 책에 가득가득 들어있다.

 

아주 가난한 마을에서는 약을 살 단돈 800원이 없어 아이들이 죽고

몇년 동안 비가 오지 않는 지역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서 죽는 애들도 많다.

내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나라에서는 아이들을 노리는 장난감 모양, 나비나 사과모양의 지뢰때문에 그들은 다리도 잃고 팔도 잃고 살아가고 있다. 

 


가끔씩 생각한다.

내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 우리집은 유전적인 병이 있으니까 - 17살에 죽었겠지.

내가 소말리아에 태어났다면 - 많이 먹는 주제에 살도 안찌니까 - 배고파서 죽었겠지.

내가...oooo에 태어났다면 - 끝도 한도 없는 이야기 - oooo때문에 죽었을 것이다.

 

우리가 이토록 건강하고 먹을 것을 먹고 자라난 건 얼마나 행운인가!

지구 반대편에서 죽었을 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나는 그들이 불쌍하다기 보다는 - 이것도 어쩌면 우월의식이니까 -

내가 여기에 운 좋게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싶어서, 그들이 내 대신 아플까봐 미안해서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고 있다. 

 

일단 돈은 조금 보내고 있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역시 제일 중요한 건 나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즐거울 뭔가를 생각해봐야겠다. 

주절주절 여행기

오! 수다 -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7월

오쿠다 히데오의 첫번째 에세이집, 오수다가 나왔다.

처음에 읽을 때는 무슨 이따위 여행기가 있을까 싶었지만 금세 오쿠다 히데오는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책은 오쿠다 히데오가 월간 여행이라는 잡지에 연재되었던 '배를 타고 다니는 항만여행'이라는 주제로 일본 각지와 대한민국의 부산을 여행한 여행기이다.

 
근데 무슨 여행기가 사진이 하나도 없는가?
제 정신인가?
일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우리가 레분도, 미야기 등등을 어떻게 안단말인가?
게다가 주석도 너무 짧다.


하지만 이 책은 여행기라기 보다는 - 일단 그쪽으로는 얼른 포기하고 -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에 대해 알게 된다는 점이 아주 만족스럽다.

 

공중그네, 인터풀 기타 등등 책으로 정말 유명한 오쿠다 히데오.

 
그는 평소에는 무진장 체면을 차리지만 여행에 나서면 정말 자유로워진다면서

하늘이 정말 아름다워서 자신도 모르게 기쁨의 춤을 추고

잡지사에서 1등석 독방을 안잡아줬다고 삐지고

정말 맛있다면서 이것은 무슨 조개냐고 음식점 주인에게 물었더니 문어라는 대답을 듣고 챙피해하고

20분 이상 걸어서 갈 수 있는 데는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라도 일단 포기한다.   


각종 해산물을 먹고 어린아이같이 기뻐하고 기뻐하면서 입맛을 다시게 한다.

 
가볍게 가벼운 기분으로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가

추천하고 싶은 일본소설 베스트는?

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ㅣ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흐흣~여름여름여름이네요! 여름에는 역시 추리소설이 최고입니다 +.+
 

추리소설을 별로 안좋아하는 분들도 있을 거 같아서 걱정인데요.

일단 한번 읽어보시라니깐요!

 
제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어떤 소설보다 인간의 욕망과 추악함이

쉽고도 사실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호기심 만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지요.

 
이렇게 독자를 끌어들이는 추리소설은 역시 더운 여름에 읽어볼만 하겠죠?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이라는 소설은 표지부터 빨간게 아주 마음에 들죠?

흐흣 저 빨간 줄이 뭐냐면 사형수를 사형시킬 때 쓰는 줄입니다.

 

여기 한 명의 전과자와 한 명의 교도관이 있습니다.

그들은 거의 형이 확정되어 이제 국가에 의해 살해될 운명에 처한 한 남자에 대해 조사하고 누명을 벗겨주려고 합니다.

 

사형이 확정된 그는 정황상 거의 증거가 확실하지만 살해현장에서 사고를 당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그날 자신은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는 것을 희미하게 기억해냅니다.

공포에 질려서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는 것을~

 

 
전과자와 교도관은 조를 이뤄 사형수를 위해 - 물론 돈을 받고 - 조사를 하지요.

여기에 첫번째 이 책의 재미가 있습니다!


이 둘은 사람을 죽였다는 공통점이 있거든요!


술집에서 싸움이 벌어져서 시비대상을 밀쳤는데 넘어져서 상대방이 죽었다면?

그건 살인일까요? 아닐까요?

정황상 증거도 있고 사형 판결도 났으며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도 없는 자신이 할 일, 사형수를 사형시키는 일을 한다면?

그건 살인일까요? 아닐까요?

 

누구도 이 소설을 읽고 사형제도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없을 거라고 느꼈습니다.

이렇게 무겁고 무거운 주제를 이토록 쉽게 풀어낸 작가는 다시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두번째 재미는 과연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하는 것입니다!

역시 추리소설은 이런 점이 좋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범인을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인간의 추악함과 본성을 더욱 잘 알게 해주죠.


지금 웃고 있다고 해서 진짜 너의 편은 아니다.

인간이란 언제나 자신의 편의에 따라 무슨 짓이든 저지르게 마련이다. 

 

이런 생각이 들게 하죠!

그러니 주인공에게 친절한 사람부터 의심할 것!

 

이 책은 끝까지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니까 긴장하세요~흐흣

 


세번째 재미는 '분노란 무엇인가?'하는 것입니다.

책에서도 그런 부분이 나오는데요.

누구나 살인을 하고 싶지는 않겠죠. 사이코 패스빼고.

 

진짜 엄청난 죄를 저지른 사람이 -이를테면 강간범, 유괴범 기타등등 각자 제일 분노하게 되는 범죄유형이 있겠죠 - 눈 앞에 있다고 치면 제대로 참을 수 있을까요?

 

아이 엄마는 아이를 죽인 범인을 용서할 수 없을테죠.

최근 동생이 아이를 낳아서 미친듯이 우리집 아기들이 좋아졌는데요.

살짝 아이 엄마의 살인 욕구를 이해하게 되면서~제 안에도 악한 부분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악하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행동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몇 초의 차이겠죠.

얼마나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이 책을 읽어본다면 다들 알게 될거에요. 그 분노에 대해서요. 

 

예술이랑 놀아보라고?

이상은 Art & Play : 예술가가 되는 법
이상은 지음 / M&K(엠앤케이) / 2007년 5월

art & play는 가수 이상은의 책입니다.

조명갖고 놀기, 옷갖고 놀기, 가구갖고 놀기 등등 예술의 모든 분야를 놀이와 접목시켜서 우리들에게 소개합니다.  

예술과는 거리가 전혀~머언~사람으로서~책을 다 읽지는 않았지만

중간 중간 읽으면서 굉장히 두려웠어요.

 


왠지 아무도 모르는 우주별 은하 저 끝 구석탱이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평소에 모든 분야에 두루두루 관심은 많았지만 생각을 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차이랄까요.

'예술 뭐 별게 있나? 없지 그정도는 나도 한다' 이런 시건방진 생각들을 생각들을 하면서도

행동으로 하라니까 못하겠는 그런 것이죠. 

 

이 책은 그래서 예술을 쉽게 다가가게 한다..이런 점은 좋은데 왠지 읽고 있으면

부끄럽다고 할까요.

집에서 먹는 간단 밥상 이런 걸 해먹고 싶어서 요리책을 사러 갔더니

요리책 음식 사진이 너무 예쁘고 휘황찬란해서 쪼그라드는 기분이랄까요?

예술은 놀이라는 컨셉은 좋지만 놀고 나온 결과가 멋지다는 거죠.

사진도 정말 잘 찍었고 가구도 정말 잘 만들었고....뭔가 진짜 전문가라는 분위기가 팍팍나요.

부담스러울 만큼//

 

그리고 요즘 나오는 책들은 좀 그런 경향이 많아요

이른바 편집의 승리라고 할까요?

편집자의 아이디어가 더 많은 책인거 같아요.

그냥 느낌이 그래요.

 

그래도 좋은 책이에요.

새로운 기분이 들게 했으니까요

예전에 그런 것을 들은 적이 있어요.

미술을 좋아한다면 외국처럼 화방에 가서 유화물감을 사고 붓을 사서 일단 그려보라는 말.

어자피 보이는 대로 그리는 건데 뭘 배우냐는 말.

 

그래서 늙으면 하루 종일 파란 하늘 보면서 파란색을 칠하고 싶었는데

예술 뭐 별거냐. 라는 생각을 더 강해지게 해준 책입니다. 

 

팝콘처럼 맛있는 심리학

팝콘심리학 - 개정판, 톡톡 튀는 9가지 맛 영화 속 심리이야기
장근영 글.그림 / 제이앤북(JNBOOK) / 2006년 1월

제가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워낙에 속도도 느리고 이해력도 떨어지는데다가 산만하기까지해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가 읽고 재미있었던 책은 다른 사람들도 쉽고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저도 읽는데요. 뭐.
 

 

영화를 보며 즐기는 바삭하고 맛있는 심리학

"사람들은 왜 영화를 만들까? 그리고 왜 영화를 볼까?

우리는 영화를 통해서 뭘 경험하고 있을까?

영화는 왜 재미있을까? 영화를 보는 재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생활 속에서 '영화'를 친숙하게 느낀다. 하지만 '심리학'이라면?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고 그 영화를 보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인생에 색채와 향기를 부여하는 꿈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우리가 현실에 대해 꾸는 꿈이다.

영화는 현실과 상상, 진짜와 가짜, 이미지와 실제 사이에 존재하는 꿈의 세계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우리를 알면, 우리의 마음을 알 수 있다."   


- 서문중에서-

 


'팝콘심리학'이라는 제목처럼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가 영화를 보고 느낀 점과 함께 심리학의 이론을 쉽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아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팝콘 심리학 중  한 부분 <일탈의 즐거움 - 영화 스피드>

액션영화 주인공들이란 페라리를 몰고 추격전을 벌이다가 차를 깨끗하게 말아먹고서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다. 

"내 차 아냐."

액션영화의 매력은 이렇게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파괴를 얼마나 통쾌하게 연출하느냐에 달려 있기도 하다. 

이것은 일본 거대 로봇 애니메이션에도 마찬가지다.


그런 만화들을 보면서 진정 경탄해야 할 것은 적의 로봇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위대함이 아니라, 매번 작살나 버리는 도시를 끊임없이 원상 복구시키는 건설노동자들일 지도 모른다.


생각해보시라. 

우리의 주인공들의 로봇과 적의 로봇이 한번 붙으면 대충 고층빌딩 서너 채 정도는 쉽게 박살나는데, 다음 회에 보면 부서진 건물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하여간 만화나 영화나 이런 식으로 부수어 대는 장면들이 등장하는 것은 우리가 도시의 꽉 짜인 일상과 제도를 늘 편안하게만 느끼는 것은 아니며, 이런 것들을 부숴 버리거나 무시해 버리고 싶은 욕망이 마음속 한 켠에 숨어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