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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소방관 - 희망 가계부 프로젝트
제윤경 지음 / 이콘 / 2008년 7월
평점 :
많은 연인들은 사랑이라고 말하겠지만, 기실 부부싸움의 가장 주된 원인중에 하나는 바로 '돈(Money)'이다. 돈의 가치는 상대적이면서도 절대적인 양면성을 띄고 있다. 월세방에서 단돈 천원이 아까운 이에게 100원은 정말 큰 돈이지만, 후에 그가 성공하여 넒은 아파트에 천원쯤은 우습게 여기는 부자가 되었다 할지라도 그는 여전히 더 많은 부를 위해 돈에 목말라 할 것이다. 돈에 대한 욕망은 사랑, 화목과 같은 중요한 가치들은 너무나도 쉽게 파괴해 버린다.
집안의 불화를 끄기위해 찾아왔다는 '나의 특별한 소방관'은 돈 문제로 인해 불화를 앓는 한 가정이 어떻게 화목한 생활을 되찾아가는지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말은 무척이나 명료하다. 실천하기도 쉬어 보인다. 그러나 그 쉬어보이는 말들을 하나둘 따라가 보다보면 어느새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가족들과 당당하게 서 있는 나 자신을 볼 수 있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나의 특별한 소방관은 다른 이들처럼 부자 아빠가 되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또 다른 이에게 돈벌기를 강요하며, 아내를 돈만 아는 쩐모양처로 만들지 않는다. 그는 더 많은 돈을 방법을 가르쳐주는 대신에 버는 만큼 적절하게 소비하는 방법을 우리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그는 먼저 자신의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대해 알려주었다. 가계부 일기를 통해 하나하나의 지출에 의미를 부여한 그의 방식은 단순히 돈을 쓰고 기입하는 가계부가 아니라 왜 그 돈을 써야만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 의 하루 지출은 얼마나 될까. 가계부 일기는 아니지만, 얼마전부터 쓰기 시작한 가계부를 토대로 나의 소비패턴을 점검해 보았다. 평소 들어오는 돈이 적어 나름대로 아끼면서 생활한다고 생각하였는데, 곰곰히 따져보니 필요없는 지출이 너무 많았다.
식비 못지않게 지출을 하고 있는 편의점 간식비, 학교까지 천원이면 간다고 평소 자주 애용하던 콜택시. 평소같으면 무심하게 넘겼을 일들이 그의 말 한마디에 중요한 사안으로 변해버렸다. 이는 앞으로 변해야만 할 것들이다.
또 그는 우리들에게 '잡동사니 소비의 함정' 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아파트 수납공간에는 몇년째 쓰지않는 물건들로 가득하고, 가족들의 옷과 지난 아이들의 장남감을 수납하기 위해 더 큰 냉장고와 더 큰 집을 원하게 된다고 운을 띄운 그는 막연히 버리기 아까워 모은 잡동사니로 인해 더 많은 전기세와 관리세가 나가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말은 정직하다. 나 역시 내 작은 원룸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여러 철지난 잡지들과 안쓰는 컴퓨터 부품들로 더 큰 집으로의 이사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을 정도이니까. 적절하게 버리고 소비하는 습관은 버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삶의 지혜이다.
꽤 오래전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읽었을 때, 나는 더 많은 돈을 버는 것만이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 생각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후로 나온 많은 책들이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를 통해 성공한 삶의 모습을 보이며, 이들처럼 따라하기를 강요하고 있다, 분명 성공한 이들이 있으니 그들의 방식이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요구하는 성공의 방정식이란 수많은 이들과 경쟁하여 승리한 극소수만이 누릴수 있는 혜택인 것이다.
하 지만 소방관이 보여준 성공의 방정식은 다르다. 설사 많은 돈을 벌지 못한다 할지라도 적절한 소비와 퇴직이후의 삶을 꾸준히 준비해 놓는다면 부자는 아니더라 할지라도 여유가 있는 행복한 삶을 살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특별히 선택받지 않아도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나도 그리고 지금 글을 읽고있는 당신도 말이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지 회의를 느낀다면 이 책을 통해 인생의 종착역에 이른 자신의 또다른 모습을 상상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