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 앵무새는 쏘아 죽이지 말거라.`
읽고 나서 왜 이 소설의 제목이 『앵무새 죽이기』인지, 흑인들과 아서 래들리 아저씨에 대해서, 그리고 또 여러 가지 많은 생각들을 했다. 



 ˝...네가 할머니에 대해 뭔가 배우기를 원했거든.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p.213- 


 아마 젬과 스카웃의 아빠인 애티커스 핀치는 자신에게도 들려주기 위해 이 말을 했을 것이다. 패배할 것을 시작 전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발걸음을 떼는 용기....... 그건 차라리 용기라기보다는 초연함일지도 모른다. 혹은 아주 많은 시간의 기다림을 각오하며 먼 미래에 대한 그림을 확고히 붙잡는 것일 수도. 


 ˝좀 더 생각해봐.˝ 모디 아줌마가 계속 말했습니다. ˝그건 우연이 아니었어. 지난 밤에 난 현관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지. 너희 모두가 인도를 따라 걸어오는 것을 지켜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 사이에 이런 생각을 했단다. 애티커스 핀치는 이길 수 없어, 그럴 수 없을 거야. 하지만 그는 그런 사건에서 배심원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 이 지역에서 유일한 변호사야. 그러면서 나는 또 이렇게 혼자서 생각했지. 우리는 지금 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거야. 아기 걸음마 같은 것이지만 그래도 진일보임에는 틀림없어.˝-p.399- 

 패배한 싸움 가운데서도 여전히 절망해서는 안 되는 이유와,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었다. 뒤이어 젬이 커서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아 완수하겠다는 듯한 뉘앙스의 대화를 모디 아줌마와 나누는데, 맨 첫 장에 `모든 변호사들은 아이일 적이 있었다`라는 말이 적혀져 있는 것이 문득 떠올랐다. 혹시 이 소설은 젬(과 스카웃)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인권변호사 같은 것이 되는 계기에 관한 이야기를 써놓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그때부터 하게 되었다.

 인간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 앵무새를 단지 내가 총을 갖고 있다 해서 쏘아 죽이는 것. 아무런 잘못 없는 인간을 인종으로, 집안으로, 나이와 성별로 구분 짓고 갈라놓고 공격하는 것. 그것이 곧 `죽이기`가 아닐까. 마지막에 스카웃이 아서 래들리 아저씨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과 경관이 애티커스에게 화를 내듯이 `저 아무 죄도 없는 사람에게는 조사를 하고 형벌을 적용시킬 수 없다`고 하는 것을 통해 비로소 책 제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마음 한 구석에선 이런 생각이 남아 마음이 텁텁해진다. 밥 유얼 역시 그가 남을 진심으로 헤치려고 마음 먹지 않았더라면 마을 사람들에게 줄곧 `죽임 당하`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설령 그렇다고 할지라도 마을 사람들에게 그가 받은 냉대와 악조건은 객관적으로 실재했던 것 아닌가? 물론 그가 지은 죄를 두둔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죄인`에 대하여는 결코 그를 `죄 자체`로 여길 수 없는 구석이 분명히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점. 스카웃의 어린 시선에서 쓴 문장들이 감칠맛 난다. 그리고 젬도 스카웃도 딜도 참 어여쁜 아이들이다.


"...네가 할머니에 대해 뭔가 배우기를 원했거든.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p.213-

"좀 더 생각해봐." 모디 아줌마가 계속 말했습니다. "그건 우연이 아니었어. 지난 밤에 난 현관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지. 너희 모두가 인도를 따라 걸어오는 것을 지켜보려고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 사이에 이런 생각을 했단다. 애티커스 핀치는 이길 수 없어, 그럴 수 없을 거야. 하지만 그는 그런 사건에서 배심원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 이 지역에서 유일한 변호사야. 그러면서 나는 또 이렇게 혼자서 생각했지. 우리는 지금 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거야. 아기 걸음마 같은 것이지만 그래도 진일보임에는 틀림없어."-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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