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6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백승무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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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기는 즐거운 숙제였지만, 쓰기는 고난이다. 매력적인 글을 읽었지만 매력적인 리뷰가 나오지 않는 것에 작가를 탓할 수 없을 터. 톨스토이의 대작 중 하나를 골라야 했을 때, 분량과 책을 휘리릭 넘겼을 때 나오는 법정신 덕에 부활을 고른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길고 비슷하며 종종 축약되는 러시아 이름이기에 각오하고 읽어야 하는 등장인물이 많지 않아 다행이었고, 번역도 자연스러워 안나 카레니나 보다 더 잘 읽혔다는 것 또한 언급하고 싶다. 톨스토이의 후기 작품이자 목적을 두고 쓴 글이기에 대작이라는 성호에 걸맞게 완성도도 높았다.


깨끗하게 읽을 줄 알고 시작한 터라 읽던 중 생각이 많아져 지금이라도 접기 시작할까 했을 때는 이미 늦어버려 스토리를 탐독하며 일독을 마쳤다. 서사가 뛰어나다고 생각했지, 해설에서 톨스토이의 부활이 소설의 형식면에서 내용에 압도당한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고 했을 때 소설의 작법을 너무도 모르구나 생각했다.


사랑 이야기가 주가 아니라고 시작하고 싶었지만, 결국엔 사랑이다. 내 사랑에도 지난 잘못을 속죄하기 위한 책임감의 한 일종으로 결혼을 선택한 점도 있지만, 사랑하는 이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둘러싸는 제도나 기대하는 타인의 시선에서 깨달음을 많이 얻었다. 사랑이었던 카츄사의 타락을 본 네흘류도프가 사실은 자신의 각성과 속죄를 위해서지만 그녀를 위한다는 이유로 그가 태연이 속해왔던 그리고 안심하고 누려왔던 계급상, 제도상의 부조리를 인식하고 저항해가는 과정을 통해 종교, 토지 사유화, 법 제도 등 톨스토이가 비판하고 싶었던 세계들을 묘사한다.

네흘류도프가 마슬로프를 구하기 위해 상소를 하고 면회를 가며 교도소 내 갇힌 자들의 처우 및 상황을 참견하기 시작하면서 사법제도의 근본에 의문을 삼았다. 토지 및 사유재산을 처리하며 농노제도를 언급한 부분은 안나 카레니나에서의 레빈과는 비슷하지만 또 다른 관점을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톨스토이가 책을 쓴 목적이자 내내 근간이 되는 종교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네흘류도프의 친구이자 원로원의 부검사장 셀레닌이 학습된 종교적 미신에서의 속박을 벗어나려 혼란스러워하는 장면과 책 마지막에 등장하는 자기 자신을 믿는 이름 없는 노인이, 무교인 내가 그나마 종교의 관점을 가까이로 이해할 수 있었던 인물이었다.


톨스토이 개인의 부활은 가족과의 불화로 아름답게 끝내지는 못한 것 같지만, 모순을 깨닫고 각성하고 속죄하려 노력한 것은 그의 생애 충분히 증명되었다. 이 책을 종교적인 의미로만 볼 것이 아니라면 사법제도, 사유재산의 독점 등 톨스토이가 지적한 모든 종교 및 사회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현안이다.
 


종교에 관계없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결과는 아닌지. 톨스토이가 마지막에 깨달은 대로 '사회와 질서가 유지되는 것은 타인을 심판하고 벌주는 합법적 범죄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타락한 사람도 여전히 사랑하고 연민으로 보듬어주기 때문'이라는 말이 사실은 가장 어려운 조건이라 느끼는 건 내가 부정적인 탓일까.

 

 

 

 

원문:https://blog.naver.com/amy0116/221165273173

"네흘류도프는 이 모든 부조리의 원인이 너무나도 단순명료하게 설명되자 되레 그 단순명료함을 인정하는 게 망설여졌다. 복잡한 사회 현상들의 원인을 그토록 끔찍하고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도, 정의와 선, 법과 종교, 그리고 신에 대한 모든 담론들이 그저 말뿐이고 추악한 사리사욕과 잔혹성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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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Other Words (Hardcover)
줌파 라히리 / Alfred a Knopf Inc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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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http://blog.naver.com/amy0116/220806727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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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 - 어떤 애도와 싸움의 기록
경향신문 사회부 사건팀 기획.채록 / 나무연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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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변한 것은 없다. 나는 오늘도 우연히 살아남았다. 오늘날 반드시 읽어야 할 아카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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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1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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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 요즘 조금 예민하다. 몇 달 후에 있을 새로운 Era의 진입을 목전에 둔 탓일 것이다.
그전에 정리에 관한 책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책에 대해 느낀 점을 적어본다.
먼저, 한 번에 읽을 수 없는 책이다. 왜냐하면 자꾸 멈춰서 정리하게 되니깐. 읽는 내내 멈춰서 청소하는 나를 보며 감탄했고, 다 읽기도 전에 고향집에 선물하고 싶은 책이 있다며 엄마용으로 바로 주문을 넣었다.



청소에 관한 실용서는 전에도 읽은 적 있다. 스님의 청소법이 정갈하게 쓰인 <청소시작>. 하지만 결국 일회용 청소에 지나지 않았고, 습관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내가 원했던 부분은 "습관!"




"너무 정리가 하고 싶은 경우, 그것은 방을 정리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정리하고 싶은 다른 무언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데, 눈앞이 어수선해서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결과적으로 공부와 정리의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이다."





그렇다, 마음을 어지럽힌 진짜 원인은 해결하지 않은 채 청소를 시작했다. 옷, 책, 서류, 소품들을 정리했고, 빨래를 하고 먼지를 털고 닦았다. 남편이 해줄때까지 마냥 미루기만 했던 화장실 청소를 했고, 가스렌지의 기름 때를 닦아냈다.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비우고 정리를 하니 작은 살림이 작지않고 오히려 빛난다.





정리 습관을 들이는데 도움을 받은 블로거를 소개하고 싶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사사키 후미오와 <우리 집엔 아무 것도 없어>의 유루리 마이에 버금가는 내공을 쌓으며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실천하고 계신 밀리카님 블로그: http://blog.naver.com/chosun4242

 

"정리를 했더니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선택의 역사를 말해 준다. 정리는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는 자신에 대한 '재고 조사'다.

진짜 좋아하고 소중하고 멋진 것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는 자신감과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정리를 하면서 삶의 방식이 바뀌었다. 바뀐 것 같다 가 아닌 '바뀌었다'고 적는다. 접혀있던 인생의 한 페이지를 발견하고 쌓여있던 먼지를 털어낸 기분이다. 몸이 들썩인다. 먼지를 털어낸 나의 refresh한 삶과 글이 이어질 것 같다.
정리는 끝의 좋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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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백설 2016-10-05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문: http://blog.naver.com/amy0116/220811696910
 

 아침 일찍 일어나 학원을 빼먹고 조조로 영화 <부러진 화살>(2012)을 보러 갔던 날이 기억난다. 사법고시 한 달 전이었다. 영화 내내 석명권을 주창하는 김교수의 증거신청을 받아주지 않아 분통이 이미는 장면에서 나는 판사의 오만함 앞에 소리 내어 웃었다. 이게 내가 들어갈 세상이었구나,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인터넷 기본 페이지인 법률신문의 한 꼭지처럼 꼬박꼬박 읽어내려갔던 <젊은 변호사의 고백>은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상 디케를 표지 전면에 내세운 김남희 변호사의 법 교양서이다.

책이 쓰일 당시인 2011과 2012년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 드라마 <추격자>,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 탈락, 정몽주 전 의원의 공직선거법 유죄판결 사건 등, 국민들의 법감정과 큰 괴리가 있는 판결들이 내려지는 사전 배경을 설명하고, 법배경을 모르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는 판결과 극도의 권위주의를 포기할 줄 모르는 판사들 입장에서 보는 법을 차분히 분석했다. 


 

 


  국민들은 초등학생도 알 만한 일을 눈감아 버리는 사법부에 강한 분노를 표출하고, 불신하기에 이르렀다. 전 국회의원의 청탁 의혹을 예를 들며 국민들이 보기엔 엄연한 청탁이 그들에겐 일상 대화일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법조계에 만연한 관행과 사건 처리 방식을 설명한다. 특히 서울대 법대 출신의 판검사들이 학연으로 얽혀 이로 이어질 수 있는 전관예우와 같은 문제점을 자각해야 한다며 일침을 놓기도 한다. 보수화 되가는 판사 집단들의 재벌 봐주기 형래도 꼬집는다. 소수 판결을 내보이던 대법원 판사들이 대거 퇴임하면서 추후 대법원의 보수화를 우려하기도 했다.




  특별히 관심 있었던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을 예를 들자면, 당시 영화 <도가니>를 본 많은 국민들이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여 전관예우를 힘에 입고, 합의를 했다고 처벌받지 않은 사건 관계자들의 양형에 분노했었다. 그 결과, 가해자들은 재수사 끝에 처벌받고 관련법이 개정되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전관예우가 실제로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치는지 또는 "친고죄 폐지"의 의미나 성폭력관련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까지는 알지 못한다. <부러진 화살>도 마찬가지이다. 김교수가 일관성 있게 요청하는 증거신청도 받아주지 않고 중요한 증거인 부러진 화살도 사라졌지만, 우리는 이에 태만하고 오만한 태도로만 일관하는 판사의 태도에 더 분노한다. 하지만 왜 혈흔감정신청을 받아 주지 않는지, 가장 중요해 보이는 화살이 사라졌는데도 이를 왜 조사하지 않는지 알고자 하는 법적 쟁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 책이 설명하고자 하는 바가 여기에 있다. 국민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판결과 결정에 대해 이 책은 질문을 던지고 구조적인 문제나 실체적 배경을 설명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법이해보다도 앞서는 것은, 독점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폐쇄적이고 경직된 태도로 사용하는 법조계의 문제를 분석하고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변화를 촉구하는 데 있다.




 국민들은 민주적인 사법부와 독립 사법부의 모순을 인정하고, 언론 재판이나 사법살인이 일어나지 않도록 당부해야 한다. 하지만 저자가 책에서 반복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법조인들 모두 자신도 모르게 젖어있을지 모를 권위주의를 자각하고, 국민들과의 사법괴리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정법과 판례라는 법률해석의 틀에 얽매여 정의의 요청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이켜 봐달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직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사법부만은 독립되고 정의롭게 어떤 이득에도 좌우되지 않을 거란 마지막 보루가 되길 바란다는 의미에서의 믿음이다.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까지 권력에 기대는 모습만을 보이고 국민들을 폐쇄적인 자세로 밀어내기만 한다면, 정말로 절망일 것이다.



이런 법교양서가 많이 출판되길 바란다.




원문: http://blog.naver.com/amy0116/220759967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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