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
황윤 지음, 손광산 그림 / 어드북스(한솜)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삼국 시대 말,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김유신 살아 있는 그의 얼굴을 만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국사를 마지막으로 배우고 난 후 제대로 국사 관련 책을 읽는 게 얼마나 오랜만이던가. 저자는 어른을 위한 김유신 위인전이 없다는 사실과 물이 닿으면 능이 묘로 변하는 김유신 비석(경주에 위치한 김유신 묘의 비석은 2가지가 있는데, 그중 1934년 조성된 개국공순충렬흥무왕릉 비석 글자 중 능陵이라는 한자는 물에 젖으면 묘墓로 변한다고 한다)의 모습을 보고는 오늘날 사람들이 김유신에게 보이는 이중적인 눈길도 이러한 흔적을 따르는 게 아닐까?라는 작은 의문에 착안하여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삼국시대 말, 595년부터 673년까지의 신라의 영웅 김유신을 주인공으로 삼국 시대 역사의 흐름과 정치의 비정함을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는데 김유신이 나왔던 드라마 <선덕여왕>이 생각났다. 사극은 잘 안 보는 편인데 이 드라마는 약간이라도 봐서 인물 구성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은 다행이었지만, 꾸준히 봤다면 이해도가 훨씬 높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책에 주인공인 김유신 역의 엄태웅, 김춘추 역의 유승호, 선덕여왕은 이요원, 천명공주는 신세경, 비담에 김남길까지. 드라마 상에서 가장 중요했던 미실 역은 이 책에서 언급이 되지 않았으므로 논외로 한다.
 

 또한 초등학교 6학년 때 열심히 외웠던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의 노래가 오랜만에 입가에서 맴돌았다.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라고 시작하는 이 노래 1절 ~​삼천궁녀 의자왕 황산벌의 계백 맞서 싸운 관창 역사는 흐른다~♪ 부분, 2절 말목 자른 김유신 통일 문무왕 원효대사 해골물~♪ 에서 책에서 언급된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백제가 멸망할 때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의 삼천궁녀가 낙하하는 일화와 원효대사가 해골물을 마시는 일화는 책에 나오지 않지만 인물들은 등장한다. 660년 5천의 백제군과 5만의 신라군이 대결한 황산벌전투에서 백제의 계백에 맞서 화랑으로 출두하여 용감히 전사한 관창의 일화, 천관이라는 기생의 집으로 자연스레 발길을 한 말의 목을 베는 일화, 김유신과 함께 백제에 이어 고구려까지 멸망시키고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의 일대기 등이 책에 자세히 서술돼있다. 
 
 어린 시절 전기문으로 봤던 유명한 일화들이 삽화로 수록되어 있어 이해도를 높여주었다. 황산벌전투(오늘날 논산)에서 화랑들이 돌진하여 용감히 전사하는 장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김유신이 말의 목을 베는 장면, (결혼을 회피하려는) 김춘추와 임신한 김유신의 누이 문희를 연결하기 위해 (언덕 너머에서 김춘추와 덕만 공주가 보고 있다는 걸 알고) 누이를 불태우려는 장면, 김춘추가 왕이 되기 위해 만장 일치 원칙의 화백회의를 여는 장면 등이 역사적 사실감 넘치는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김유신 동생 문희가 언니 보희로부터 꿈을 사는 이야기도 <삼국유사>에 실려있다고 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말의 목을 베는 일화
(늦은 밤 천관이라는 기생의 집으로 자연스레 발길을 한 말의 목을 벤다)
 
 
김유신 동생 무희와 김춘추를 연결하기 위해 덕만공주 앞에서 동생을 불태우려는 장면 
 
 
황산벌 전투 장면
 
 
화백회의 장면
 

 책은 연도에 따라 사건을 나열하고 [삼국사기], [삼국유사], [동국여지승람], [천관녀]설화, [일본서기]등 역사 문헌에서 관련 기록을 언급하여 사실적 관계를 보이고, 적절한 고사성어와 현 사회현상을 저자의 생각과 함께 서술하여 이해를 높인다. 예를 들어 백제가 멸망하고 김춘추가 왕이 되기 전 김춘추는 신라 조정의 관복 양식을 당의 그것과 같이하고 신라 고유의 연호도 폐지한 뒤 당의 연호를 따른다. 이 당시 신라의 행동에 대해 근대 사상가이자 교육자였던 신채호 선생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는데, 이에 저자는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현재의 한반도에서도 대한민국은 미국과 동맹을 맺었으나 북한은 주체 정신을 주장하며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고 더 나아가 김일성 가문이 대를 이어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남한 사람들은 신라인들이 당나라 옷을 입듯이 서양식 양복을 입고 아침마다 출근을 한다. 반면 북한 사람들은 개량 한복 또는 인민복이라는 옷을 입고 있다. 여기서 대한민국은 외세 세력과 연동하는 음험한 나라이고 북한은 자주성을 보이는 독립적인 나라일까? 과연 후세 한반도 사람들은 대한민국과 북한을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 (p.196)

 

 김유신 시대 전후로의 신라왕 계열 진흥왕-진지왕-진평왕-선덕여왕-진덕여왕-태종 무열왕(김춘추)-문무왕 순과 신라의 골품제도, 주변국의 주요 왕들(백제 의자왕), 고구려의 실세를 잡고 있던 연개소문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신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화랑은-김유신도 화랑 출신- 불교사상에서 비롯되 미륵을 상징하는 조직이며 유명한 세속오계 정신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로 살생유택(살생은 가려서 해야 한다), 임전무퇴(전쟁에 임해서는 물러나지 않는다), 사군이충(임금님에게 충성을 다한다), 사친이효(부모님에게 효성을 다한다), 교우이신(친구는 믿음으로 사귄다) 도 다시 숙지할 수 있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제목의 김유신의 말의 목을 벤 일화를 알고 황산벌전투를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알고는 있었지만 기억의 한편에서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세계고전, 동양고전에 비해 우리나라의 영웅담은 사극을 보지 않거나 어린이 위인전을 다시 읽지 않는 한 잘 찾아서 알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 책으로 전무하기까지 한 삼국시대 말의 통일신라가 되는 과정에 대한 기억을 다시 끔 되짚으며, 책의 프롤로그에서 나온 경주의 마법의 비석인 김유신 비석과, 선덕여왕 시절에 세워졌지만 지금은 초석과 심초석만 남아있는 황룡사 9층 목탑에 방문할 날을 기약해본다. 
지금은 초석과 심초석만 남아있는 황룡사 9층 목탑에 의미를 다져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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