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수학의 개념과 數式이 소설의 내용이 될 수 있다. 학문 또는 골치아픈 과목의 대상이던 수학 내용이 아름다운 인간 관계를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재주가 돋보인다.

  철학을 공부하려면 수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오던 차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작가를 만난 듯하여 반갑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수학을 어렵게 생각해오지 않았던가? 학창시절 수학 공부에 쫓기다보니 풍요로운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數를 경외시하게 된 것 같다.

  이 소설에서 수를 다루는 박사는 8시간의 기억밖에는 가지지 못한다. 다음날이 되면 기억나는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기억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양복끝에 메모를 주렁주렁 달아놓고 있다. 하지만 꼭 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가끔 날짜도 잊고 기억도 잊어버리지 않는가. 더군다나 수학 개념속에 파묻혀 하루하루를 보내는 생활은 일상생활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그러니 일상의 자잘한 것을 기억하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울수도 있다. 박사의 기억력 상실이 그래서 어색하지 않은 것이다.

  수학의 개념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수학을 사랑하는 사람은 인생에서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아는 사람일 것이다. 이 책이 일본 서점가 추천 1위 도서였다는 사실이 은근히 부러웠다.

"신은 존재한다. 왜냐하면 수학에 모순이 없으니까. 그리고 악마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그것을 증명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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