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심훈>



해당화(海棠花) 해당화(海棠花) 명사십리(明沙十里) 해당화(海棠花)야


한떨기 홀로 핀게 가엾어서 꺾었더니


내 어찌 가시로 찔러 앙갚음을 하느뇨.




빨간 피 솟아 올라 꽃잎술에 물이 드니


손끝에 핏방울은 내 입에도 꽃이로다


바닷가 흰 모래 속에 토닥토닥 묻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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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나는 내고향(故鄕)에 가지를 않소.
쫓겨난 지가 십년(十年)이나 되건만
한번도 발을 들여놓지 않았소,
멀기나 한가, 고개 하나 넘어연만
오라는 사람도 없거니와 무얼 보러 가겠소?

개나리 울타리에 꽃 피던 뒷동산은
허리가 잘려 문화주택(文化住宅)이 서고
사당(祠堂)헐린 자리엔 신사(神社)가 들어 앉았다니,
전하는 말만 들어도 기가 막히는데
내 발로 걸어 가서 눈꼴이 틀려 어찌 보겠소?

나는 영영 가지를 않으려오.
오대(五代)나 내려오며 살던 내고장이언만
비렁뱅이처럼 찾아가지는 않으려오
후원(後苑)의 은행(銀杏)나무나 부둥켜 안고
눈물을 지으려고 기어든단 말이요?

어느 누구를 만나려고 내가 가겠소?
잔뼈가 긁도록 정(情)이 든 그 산(山)과 그 들을
무슨, 낯작을 쳐들고 보드란 말이요?
번접하던 식구는 거미 같이 흩어졌는데
누가 내 손목을 잡고 옛날 이야기나 해줄 상 싶소?

무얼 하려고 내가 그 땅을 다시 밟겠소?
손수 가꾸던 화단 아래 턱이나 고이고 앉아서
지나간 꿈의 자최나 더듬어 보라는 말이요?
추억(追憶)의 날개나마 마음대로 펼치는 것을
그 날개마저 찢기면 어찌 하겠소?

이대로 죽으면 죽었지 가지 않겠소
빈손 들고 터벌터벌 그 고개는 넘지 않겠소
그 산(山)과 그 들이 내닫듯이 반기고
우리집 디딤돌에 내 신을 다시 벗기 전(前)엔
목을 매어 끌어도 내고향(故鄕)엔 가지 않겠소.

193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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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너에게 무엇을 주랴
맥(脈)이 각각(刻刻)으로 끊어지고
마지막 숨을 가쁘게 드리모는
사랑하는 너에게 무엇을 주랴

눈물도 소매를 쥐어짜도록 흘려 보았다.
한숨도 땅이 꺼지도록 쉬어 보았다.
그래도 내 숨소리는 더욱 가늘어만 가고
시방은 신음(呻吟)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눈물도 한숨도 소용(所用)이 없다.
「죽음」이란 엄숙(嚴肅)한 사실(事實) 앞에는
경(經) 읽거나 무꾸리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당장에 숨이 끊어지는 너를
손끝맺고 드려다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너에게 딸린 생명(生命)이 하나요 둘도 아닌 것을…………

오직 한가지 길이 남았을 뿐이다.
손가락을 깨물어 따끈한 피를
그 입속에 방울방울 떨어뜨리자!
우리는 반드시 소생(蘇生)할 것을 굳게 믿는다.
마지막으로 붉은 정성(精誠)을 다하여
산 제물(祭物)로 우리의 몸을 너에게 바칠뿐이다!

19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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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한토막


심훈


내가 음악가(音樂家)가 된다면

가느다란 줄이나 뜯는

제금가(提琴家)는 아니 되려오.

Higth C까지 목청을 끌어 올리는

「카루소」같은 성악가(聲樂家)가 되거나

「ᄉힲᆯ랴핀」만치나 우렁찬 베이스로,

내 설음과 우리의 설음을 버무려

목구멍에 피를 끓이며 영탄(咏嘆) 노래를 부르고 싶소.


창자(腸子) 끝이 묻어나도록 성량(聲量)껏 내뽑다가

설음이 복받쳐 몸둘 곳이 없으면

몇만(萬) 청중(聽衆) 앞에서 거꾸러져도 좋겠소.


내가 화가(畫家)가 된다면

「피아드리」처럼 고리삭고

「미레이」처럼 유한(悠閑)한 그림은 마음이 간지러워서 못 그리겠소.

뭉툭하고 굵다란 선(線)이 살아서

구름속 용(龍)같이 꿈틀거리는

「반•고호」의 필력(筆力)을 빌어

나와 내 친구의 얼굴을 그리고 싶소.


꺼멓고 싯붉은 원색(原色)만 써서

우리의 사는 꼴을 그려는 보아도,

대대손손(代代孫孫)이 전(傳)하여 보여주고 싶지는 않소.

그 그림은 한칼로 찢어버리기를 바라는 까닭에......


무엇이 되든지 내 생명(生命)의 한 토막을

짧고 굵다랗게 태워버리고 싶소!


193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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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견생기적
Happy Diamond 지음 / 부크크(bookk)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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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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