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라 보엠’, 젊은 예술가들의 현실과 꿈을 다시 묻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이 종합화 50주년을 맞아 올린 오페라 ‘라 보엠’이 최근 막을 내렸다. 오페라를 관람하는 날, 조금은 쌀쌀한 날씨였는데 끝난후에 커튼콜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오페라의 품격을 위해 노고한 만큼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커튼콜의 영상을 다시보며 내심 다시 또 박수를 보낸다.
푸치니라는 작곡가가 늘 그랬듯, 아름다운 선율 아래 삶의 불안과 사랑의 유한함을 섬세하게 녹여내는 작품의 특성이 이번 무대에서도 또렷하게 드러났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이 남긴 인상은 ‘젊음’에 있다. 라 보엠은 원래부터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지만, 서울대 오페라센터가 선택한 해석은 시대를 막론하고 반복되는 청춘의 질문—“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을 관객에게 다시 돌려놓았다. 낡은 다락방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젊은 예술가들의 풍경은,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내면적 초상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것은 바로 라 스칼라 극장 아카데미와의 협업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은 오페라의 종착역이자 출발점이었다. 베르디와 푸치니가 세계로 향했던 문이었고, 현대 오페라 인재들이 여전히 통과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서울대 음악대학은 오랫동안 정기 오페라를 통해 교육과 공연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실험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올해의 라 보엠은 그중에서도 유독 ‘완성도’보다 ‘의미’가 오래 남는 공연이었다고 본다.
젊은 성악가들이 무대 위에서 생성해내는 생기, 국제적인 연출진이 더한 치밀한 무대 언어, 그리고 관객들의 호응이 맞물리며 ‘이 작품이 왜 지금 다시 울림을 주는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안경을 놓고 입장한 관계로 자막을 읽기가 쉽지 않았다.
라 스칼라 아카데미와의 협업은 국경을 넘어 교류하고 현장에서 일어나는 세밀한 감각을 함께 경험하며, 작품을 둘러싼 문화를 공유하는 것, 이 모든 것이 결국 예술의 미래로 이어진다.
이번 라 보엠이 남긴 가장 큰 여운은 아직은 어딘가 불완전하고, 여전히 길을 찾아 나아가는 젊은 예술가들의 걸음 자체일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가 무대 위에서 현실과 꿈을 넘나들며 울려 퍼졌다.
무대가 모두 내려간 뒤에도 오래 남는 한 장면이 있다. 파리의 찬 겨울밤, 낡은 다락방, 그리고 그곳에서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가던 젊은 예술가들.
서울대의 이번 라 보엠은, 그 오래된 풍경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불러낸 듯하다.
다시 한번 오페라 라보엠을 위해 노고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박수 갈채를 보내며 글을 맺는다.
라보엠 커튼콜 영상(아래)
https://www.youtube.com/watch?v=9mthryCPf8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