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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잔잔하게 들이닥친 파문.
이것은 안타까운 사랑일까? 지독한 사랑일까?
이야기의 시작은 낯선 만남에서 부터다.
아니, 그것이 정확한 시작은 아니지만 그들의 기묘하기까지 한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이야기의 시작점에 다다른다.
중년의 남자와 그의 죽은 딸의 기억을 가진 여자아이의 만남. 자신의 딸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로부터 듣게 되는 이야기들. 낯설지만 낯설지 않는 기묘함을 느끼는 가운데 그동안 느껴왔던 기시감들이 복선이 되어 그를 덮친다.
한 남자를 위해 생을 반복하는 여자 '루리'
다시 얻은 생에서의 사람들과 과거를 엮고 되풀이되는 비운에 지칠법도 한데 그녀의 삶은 좀처럼 멈추질 않는다. 같은 이름이었다가 때론 다른 이름이었다가...... 하지만 그녀의 목적은 단 하나. 사랑했던 남자로의 회귀 다. 이 정도의 집념이라면 그녀 말대로 그녀가 기억하는 훨씬 이전부터 생의 반복이 이어져 온 것일지도 모른다.
전생의 전생. 죽음과 삶을 반복하는 영혼. 그 중심에 자리한 사랑. 모든 것들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문득 희미하게 되살아나는 과거의 기억들이 남자를 더 혼란에 빠지게 한다. 믿을 것인지 믿지 않을 것인가...
믿기지 않지만 믿어지는 현실이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남자와 마찬가지로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느슨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치밀한 연결구조 때문이다. 과거의 기억들이 모두다 복선이 되고 도드라져보이는 기억 한켠에 또다른 이야기가 들어있고 이런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소설 속에 푹 빠져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환생을 부정하고 싶지만 그럴수도 있겠다 라고 의심하는 순간 인정하게되는 그 마음이 당황스러운 것이다.
예전에 미국의 한 정신의학자 가 쓴 '나는 환생을 믿지 않았다'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었던 적이 있다.
한 여자의 최면치료를 통해 그녀안의 타인을 만난 경험을 책으로 내놓은 것인데......그 책을 읽으면서도 진실인지 아닌지 너무나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아마 '루리'를 만난 모든 이들이 그런 혼란속에서도 조용히 그녀를 응원하고 있지 않을까......
누군가가 태어나고 누군가는 떠났고 또 누군가는 남았다. 각자가 가진 감정의 무게가 다 다르지만 그래도 세월의 흐름에 순응해서 살아가는게 일반적인 삶이라고 한다면 그 보통의 일상에 '루리'는 큰 파문일 수 밖에 없다. 잔잔한 일상에 나타난 '루리' 그녀의 사랑이 지겹다못해 지독하고 안타깝다.
"루리씨,
계속 기다렸어."
오랜만에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재회한 두사람.
루리의 그 남자'아키히코'의 말에 모든게 제자리를 찾은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의 단점이라면 로맨스 소설에 익숙해진 나에겐 그녀가 삶을 되풀이해서라도 얻고자 하는 사랑이 와닿지 않았다는 것. 그녀가 완성 하고자 했던 사랑은 어떤것이 였을까?
내게 익숙한 감정의 진득함은 없었지만 일본 특유의 잔잔한 감성에 기묘한 소재가 잘 어우러진 글이었다.
#일본소설 #환생 #전생 의 키워드를 좋아한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것 같다.
덧. 내가 엄마라 그런지 루리에게 삶을 빼앗겨버린 또 다른 삶의 주인이었을 어린 영혼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생기기도 했다. .....너무 빠져서 읽었던 것인지..... 그냥 '루리'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본 서평은 '해냄출판사'가 로사사에서 진행한
<달의 영휴>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