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
김현진.김나리 지음 / 박하 / 201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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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서평을 신청한 이유는 오로지 내가 가진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시댁과 남편에게 자잘한 불만이 쌓여 있는 내게 속 시원히 남자를, 세상을 여자의 입장에서 시원하게 욕해줄 통괘함이 필요했다.
책 소개글에 나온 글들은 잠깐 훑어본 결과 남자가 얼마나 잘못했는지는 몰라도 여자 둘이서 통쾌하게 남자를 씹길래 번쩍 손을 들어버린 책이었는데.... 다 읽고 난 지금은 출구 없는 문을 연 느낌이다.

얼굴도 모르는 두 여자 수미와 민정의 톡으로 진행되는 독특한 이야기.
9년동안 한남자를 짝사랑했다는 수미가 그 상대 남자에게 보내는 마지막 고백이 민정과의 인연으로 이어진다.
댓가없는 사랑을 하던 여자. 수미.
오면 받아주고 가면 다시 기다리고 하던 세월이 벌써 9년. 그럼에도 아직 사랑이 남아있는 자신의 마음을 어쩌줄 몰라 괴롭기만 하다.
사랑을 모르는 여자 민정.
수많은 남자를 거치고 만나면서도 뜨거워진 적 없는 민정. 사랑이 가지는 열정이 부럽긴 하지만 사랑이면의 씁쓸함을 잘 알기에 그저 쿨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왜 수미는 남자를 떠나지 못하는가?
왜 민정은 가볍게 사람은 만나는가?
둘은 다른 듯 하지만 닮아있다.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마음과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되려 스스로를 학대하듯 살아왔다는 것.

이 두사람은 어릴적 가정으로부터 정확히는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아온 여자들이었다.
상대를 탓하기 보다는먼저 자책하고 불면증에 우울증을 앓으면서도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물론 노력하지 않는다 라는건 순전히 나의 생각이다.
그녀들이 고뇌하고 술을 마시고 가볍게 남자를 만나는 것 또한 노력이 될수 있겠지만 좀 더 자기자신을 소중히 여긴다면 그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읽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흔히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방법도 모른다는 얘기가 있다.
어려서부터 기본적으로 받아야할 사랑을 받지 못한 두 여자의 사랑이 왜곡되어지고 비틀려져 있는건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핍이 많은 사람일 수록 마음의 문은 좁고 그 문을 통과한 사람에겐 한 없이 관대해지고 그러면서 쉽게 이용당하고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자그마한 관심에도 스스로 애정이라 믿으며 스스로가 만든 수렁에 깊이 빠져버려서 나올 시기를 놓쳐버리기 쉬운 여리디 여린 사람들.
사랑이 그 대단한 유혹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흔히 읽는 로맨스 소설에서의 사랑이 여자들에게 있어서 판타지고 로망이라면 이 책에서의 사랑은 그 사랑이 가진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사람의 약한 마음을 이용해 끊임없이 기대하고 만들고 끊어내지 못하게 하는 마력 같은 ..마치 선악과 처럼 말이다.

그 쓰레기 같은 남자는 외친다.
내가 뭘 그리 잘못했냐고...
사랑은 이토록 잔인하다.
여자는 죽고 싶을 정도록...혹은 죽이고 싶을정도로 힘들었는데... 결국 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다.
끝까지 상처를 후비는 말을 내뱉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오로지 그 남자를 사랑한 여자의 몫이다.
치유가 될지 안 될지도 모르긴 하지만......
사랑은 그렇게 일방적인것이다.
변한건 오로지 수미가 남자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뿐인데
이야기는 많은 어둠을, 안타까움을 거쳐왔다. 그것이 아프다.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한 책 임에는 틀림없다.
수미와 민정이 주고 받는 대화들에는 안타깝지만 현실을 꼬집는 얘기가 있고 어디가서는 손가락질 받을까 조심스러워 하지 못하는 말들이 넘쳐난다.
그녀들이 가진 현실이 안타깝고 그렇게 토로하는 마음들이 아프지만 한편으론 공감도 하게 하고 속시원하기도 했다.

일면식도 없는 두사람이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드러냄으로서 조금은 치유되었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녀들을 달달한 로맨스 소설의 세계로 초대하고 싶은 심정이다.

<본 서평은 '박하출판사'가 로사사에서 진행한
<말해봐,나한테 왜 그랬어>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자유롭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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