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을 전공한 나로서 가장 어려운것 중 하나가 수목이다. 학부에서 수목학을 한학기 정도 배우긴 하지만 그것만으론 어림도 없다. 사실 수목을 개인적으로 공부한다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다고 수목을 잘 아는 분들을 매일 따라다니며 배울수도 없고...그런 면에서 획기적인 책이 아닐 수 없다. 일단 그 내용도 좋지만 수목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는 수목을 동정(同定)하는데 너무나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별것 아닌것 같지만 수목명처럼 헷갈리는 것도 드물기 때문에 내게는 엄청난 도움을 준 길잡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여러 수목원을 다녀 봤지만 궁궐은 수목원의 수종 그 이상의 수목들을 보유하고 있다. 궁궐은 많은 수종들이 있는 수목원임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지도를 따라 걸으며 같은 수종이 반복되므로 이름을 외우기 아주좋고 또 같은 수종이라 하더라도 여러 형태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는 큰 이점이 있다. 또 궁궐에서는 오래된 나무들이 대부분이어서 성목일 때의 수형을 보기에 더없이 좋다. 이책은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한 길라잡이다.이책은 궁궐에서 펴놓고 공부해야 그 효과를 배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궁궐에 가기 전에 섭렵은 해야 겠죠!!
요즘 '생태'란 말이 무슨 유행처럼 쓰인다. '생태건축', '생태조경', '생태고속도로' 등등...과연 우리가 '생태'란 의미에 대해 얼마나 알고 그런 말들을 만들어 내는지 사뭇 의심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물가에 수초만 심으면 생태연못이니 생태하천이니 떠들어 댄다. 요사이는 그 기술들이 많이 발전하고 과거에 비해 수계생태에 관한 깊이있는 논의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 하천이나 샛강의 관리 또는 개발계획을 보면 아직도 이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수계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부족함을 느낀다.이책은 내가 수계를 어느정도 이해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을 상당히 넓혀준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아는 만큼 느낀다'고 했던가!! 댐건설에서 시작된 논의가 왜 빈국들은 못살수 밖에 없는지에 도달했을 때는 화가 났었다. 정말 화가 났었다. 이제는 예전과 다른 시각으로 하천변의 콘크리트 호안을 바라본다.수계가 '생태'의 한 부분 이지만 수계에서 시작된 '생태'란 말의 진정한 의미를 더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작은 발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생태'란 말이 패션이 아니라 그 진정한 의미를 담아 건축, 조경, 토목 등의 분야에서 쓰여지길 바란다.마지막으로 이책은 왜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하는지 그 공존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철학서 이기도 하며, 수계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체계적인 교과서 이기도 하다. 많은 분들이 섭렵하셨으면 한다.